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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위한21가지제언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유발 하라리

Chapter 9.명상|오직 관찰하라

명상

오직 관찰하라

 

앞에서 그토록 많은 이야기와 종교, 이데올로기 들을 비판했으니 이제 나 역시 자신을 비판의 사선에 올려놓고, 그렇게나 회의적인 사람이 그래도 어떻게 아침에 기분 좋게 일어날 수 있는지 그 비결을 설명하는 것이 공평하겠다.

 

내가 그러기를 주저하는 것은 자기방종의 두려움 탓도 있지만, 행여 내게 맞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맞을 거라는 그릇된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나의 유전자, 뉴런, 개인사, 다르마가 만들어내는 특성은 다른 사람들과 공유되는 것이 아님을 나는 아주 잘 안다. 하지만 적어도 독자들이 내가 어떤 색깔의 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는지, 그리고 그것에 의해 내 시야와 글쓰기가 어떻게 변조되는지 알게 된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

 

10대 시절 나는 고민이 많았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였다. 내게 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고, 나는 인생에 관한 큰 질문에도 답을 얻지 못했다.

 

특히, 왜 세상과 나 자신의 삶에 그토록 많은 고통이 있는지, 그것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 주변의 사람들과 내가 읽은 책에서 얻은 것은 모두가 정교한 허구들이었다.

 

즉, 신과 천국에 관한 종교적 신화, 모국과 국가의 역사적 사명에 관한 민족주의 신화, 사랑과 모험에 관한 낭만적 신화 혹은 경제 성장과 어떤 구매와 소비가 나를 행복하게 해줄지에 관한 자본주의 신화 같은 것이었다. 이것들이 십중팔구 허구라는 사실을 깨달을 만큼의 분별력은 있었지만, 여전히 나는 어떻게 해야 진실을 찾을 수 있을지 알지 못했다.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를 시작했을 때, 나는 이곳이야말로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이상적인 장소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망스러웠다. 학문 세계는 내게 지금까지 인간이 만든 모든 신화를 해체하는 도구들을 제공했지만, 인생의 큰 질문에 대한 만족스러운 답을 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점점 더 좁은 질문에 초점을 맞추라고 권장했다. 결국 나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중세 병사들의 자전적 기록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부수적인 취미로 수많은 철학책을 읽고 수많은 철학적 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그런 활동은 끝없는 지적 즐거움은 주었을지언정 진정한 통찰은 거의 주지 않았다. 너무나 답답했다.

 

보다 못한 나의 좋은 친구 론이 내게 다른 방법을 권했다. 최소한 며칠만이라도 모든 책과 지적인 토론은 제쳐두고 비파사나 명상 과정에 한번 참여해보라는 것이었다. (‘비파사나’는 고대 인도어인 팔리어로 ‘내성 內省’을 뜻한다.) 처음에 나는 그것을 뉴 에이지(서구적 가치를 거부하고 새로운 가치와 생활 방식을 추구하는 영적인 운동 — 옮긴이) 같은 미신 정도로 생각했고, 또 다른 신화를 듣는 데는 관심이 없었기에 같이 가자는 제의를 거절했다. 하지만 1년쯤 계속된 친구의 끈질긴 권유 끝에 2000년 4월, 나는 친구를 따라 10일 과정의 비파사나 수련회에 갔다.

숨을 통제하려고도 하지 말고, 숨을 특정한 방식으로 쉬려고도 하지 마세요. 그것이 무엇이 됐든, 그저 지금 이 순간의 실체를 관찰하기만 하세요. 숨이 들어오면 지금 숨이 들어오는구나, 하고 자각할 뿐입니다. 숨이 나가면 지금 숨이 나가고 있구나, 하고 자각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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