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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위한21가지제언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유발 하라리

Chapter 8.교육|변화만이 유일한 상수다

교육

변화만이 유일한 상수다

 

불행히도, 2050년의 세상이 어떨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2100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우리로서는 이 질문의 답을 알지 못한다. 물론 그전에도 인간은 미래를 결코 정확히 예측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전에 없이 더 어려워졌다. 기술을 이용해 우리의 몸과 뇌와 정신을 공학적으로 개조할 수 있게 된 이상, 이제 우리는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그전까지는 고정돼 있었고 영원불변일 것처럼 보이던 것들까지 포함된다.

 

 

1000년 전인 1018년에만 해도 미래에 관해서는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 많았다. 그럼에도 당시 사람들은 인간 사회의 기본적인 특징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1018년 중국에 살던 사람이라면 1050년쯤이면 송 제국이 멸망할 수 있고, 북쪽에서 거란이 쳐들어올 수도 있으며, 역병이 닥쳐 수백만 명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1050년이 되더라도 여전히 대다수 사람은 농사를 짓거나 베 짜는 일을 하고, 통치자는 군대와 관직에 사람을 충원하며, 남성은 여성 위에 군림하고, 인간의 기대수명은 40세 정도에 신체는 예전과 똑같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러니 1018년 가난한 중국 농부라면 아이들에게 벼를 심고 비단을 짜는 법을 가르쳤고, 부유한 부모라면 사내아이에게는 유교 고전을 읽고 붓글씨를 쓰고 말을 타고 싸우는 법을 가르치는 한편, 여자아이에게는 조신하고 순종적인 주부가 되도록 가르쳤다. 이런 능력이 1050년에도 여전히 필요할 거란 사실은 분명해 보였다.

 

반면, 오늘날 우리는 2050년에 중국이나 세계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돼 있을지 알지 못한다.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군대와 관료제는 어떻게 작동할지, 젠더 관계는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한다. 어떤 사람은 십중팔구 지금보다 훨씬 오래 살 것이고, 인간의 몸 자체도 생명공학과 직접적인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덕분에 유례없는 혁명적 변화를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아이들이 배우는 것의 대부분은 2050년이면 별 소용이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지금 너무나 많은 학교들이 학생들에게 정보를 밀어넣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런 방법도 일리가 있었다. 그때는 정보가 희소했고 기존 지식의 느린 전파마저도 검열에 의해 반복해서 차단됐다. 가령 1800년 멕시코의 지방 소도시에서 사는 사람은 더 넓은 세상에 관해 많이 알기가 어려웠다. 라디오도 텔레비전도 일간 신문도 공공도서관도 없었다.

 

글을 읽을 줄 알고 개인 서재를 이용할 수 있다 해도, 소설이나 종교 책자 외에는 읽을 게 많지 않았다. 스페인 제국은 국내에서 출판되는 모든 서적을 엄하게 검열하는 한편 해외 출판물도 검열을 마친 소량에 한해서만 수입을 허용했다.

 

러시아나 인도, 터키, 중국의 지방 도시에 살았어도 사정은 같았다. 근대 학교가 도입되면서 모든 아이에게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치고, 지리와 역사, 생물의 기본 사실을 교육하게 된것은 엄청난 개선이었다.

 

반면, 21세기의 우리 주변은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로 넘쳐난다.

 

검열관들조차 정보를 차단하려 애쓰기보다,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하찮은 것들로 우리의 주의를 분산시키느라 바쁘다. 만약 당신이 멕시코의 어느 지방 도시에 사는 사람이고 스마트폰만 있다면, 당신은 위키피디아를 찾아 읽고, TED 강연을 시청하고, 무료 온라인 강좌를 수강하면서 평생을 보낼 수 있다. 이제는 어떤 정부도 원치 않는 정보라고 해서 감춰져 있기를 바랄 수 없다.

 

다른 한편, 상충되는 보도와 주의 분산용 낚시성 뉴스로 대중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놀랄 만큼 쉬워졌다. 전 세계 사람들이 클릭 한 번으로 시리아 알레포가 폭격을 당했다거나 북극의 만년설이 녹아내린다는 최신 뉴스를 접할 수 있지만, 상충되는 설명이 너무나 많아 무엇을 믿어야 할지 알기가 어렵다. 그것 말고도 무수히 많은 뉴스가 클릭 한 번에 밀려들다 보니 주의를 집중하기도 어렵다. 정치나 과학만 해도 너무 복잡하다. 그러니 사람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재미있는 고양이 동영상, 유명인 가십, 아니면 포르노가 되기 일쑤다.

 

이런 세상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전수해야 할 교육 내용과 가장 거리가 먼 것이 바로 ‘더 많은 정보’다. 정보는 이미 학생들에게 차고 넘친다.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이고,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의 차이를 식별하는 능력이며, 무엇보다 수많은 정보 조각들을 조합해서 세상에 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이다.

 

사실, 이런 능력은 수 세기 동안 서구의 자유주의 교육이 추구해온 이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서양의 많은 학교들조차 그런 이상을 추구하는 데 오히려 태만했다.

 

학생들에게는 ‘스스로 생각하라’고 권장하면서 정작 교사 자신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데이터를 밀어넣는 데만 집중했다. 자유주의 학교들은 권위주의를 너무나 두려워한 나머지 특히 거대 서사에는 질색이었다. 그들은 우리가 학생들에게 많은 데이터와 약간의 자유만 주면 학생들이 자기 나름의 세계상을 만들어낼 것으로 여겼다. 지금 세대는 설령 모든 데이터를 종합해서 세계에 관한 하나의 일관되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하더라도, 장차 훌륭한 종합을 이뤄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다.

다음 수십 년 동안 우리가 내릴 결정들이 생명 자체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세계관을 기초로 해서만 그 결정들을 내릴 수 있다.

만약 지금 세대에 우주에 관한 포괄적인 견해가 없다면 생명의 미래는 무작위로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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