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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유발 하라리

Chapter 5.전쟁|인간의 어리석음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라

하지만 안타깝게도,

21세기 전쟁이 아무리 실속 없는 사업이라 해도

그런 사실이 평화를 절대적으로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우리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개인 차원에서나 집단 차원에서나 인간은 자멸을 부르는 행동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전쟁

인간의 어리석음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라

 

지난 수십 년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평화로운 시기였다. 농업 사회 초기에는 인간의 폭력으로 인한 사망이 전체 사망률의 15퍼센트까지 올라갔지만, 20세기에는 5퍼센트로 낮아졌고 지금은 1퍼센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국제 상황은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전쟁 도발이 다시 유행인 데다 군비 지출 규모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다.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 1914년에 일어난 오스트리아 대공의 피살이 제1차 세계대전을 촉발한 것처럼, 2018년 시리아 사막에서의 어떤 사고나 한반도에서의 현명치 못한 움직임이 글로벌 분쟁을 일으키지나 않을까 두려워한다.

 

세계의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에서 워싱턴과 평양, 또 다른 몇몇 나라 지도자들의 인성까지 감안하면 분명히 우려할 만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1914년과 2018년 사이에는 몇 가지 핵심적인 차이가 있다.

 

특히 1914년에는 전쟁이 세계 전역 엘리트들의 구미를 당겼다. 전쟁을 잘만 치르면 자국의 경제 번영과 정치권력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반면, 2018년의 상황에서 전쟁은 이겨봐야 많은 종이 사라질 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시리아와 진秦나라 때부터 대제국들은 대개 폭력적인 정복을 통해 건설됐다. 1914년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모든 강대국들은 전쟁에서 승리한 덕분에 그만 한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예를 들어, 일본 제국은 중국,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덕분에 지역 강국으로 부상했고, 독일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프랑스를 각각 전쟁에서 이기고 유럽의 맹주가 되었다. 영국 역시 지구 곳곳에서 잇따라 벌인 화려한 소 小전쟁들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영화로운 제국을 건설했다. 1882년 영국이 이집트를 쳐들어가 점령했을 때도, 승부처가 된 텔엘케비르 전투에서 숨진 영국군 병사는 57명에 불과했다.

 

오늘날 서방 국가에 무슬림 국가 점령이란 악몽의 불쏘시개지만, 당시 영국은 텔엘케비르 전투에서 승리한 후에는 무장 저항에 거의 시달리지 않았다. 그 뒤로 영국은 나일 계곡과 요충지인 수에즈 운하를 60년 이상 지배했다. 다른 유럽 강국들도 영국을 따라 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벨기에가 각각 베트남과 리비아, 콩고의 군사 점령을 꾀했을 때 유일한 걱정거리는 다른 나라가 선수를 치는 것이었다.

 

미국이 강대국 지위에 오르는 데는 경제 사업뿐 아니라 군사 행동 덕도 톡톡히 봤다. 1846년에는 멕시코를 침공했고,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유타, 애리조나, 뉴멕시코, 콜로라도, 캔자스 일부, 와이오밍, 오클라호마를 차례로 정복했다. 평화협정으로 미국의 이전 텍사스 병합까지 확정했다. 약 1만 3000명의 미군 병사들이 전쟁 중 사망한 끝에 미국의 영토는 230만 제곱킬로미터 더 늘어났다(프랑스와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를 합친 것보다 넓은 규모다). 그것은 새천년의 거래였다.

 

그렇기 때문에 1914년 미국과 영국, 독일의 엘리트들은 전쟁에서 이기면 어떻게 되는지,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지 정확히 알았다. 반면 2018년 글로벌 엘리트들로서는 이런 유형의 전쟁이 더 이상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일부 제3세계 독재자와 비국가 세력들은 아직도 전쟁을 통해 번성할 수 있지만, 주요 강대국들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기억 중에서 가장 큰 승리 — 소련에 대한 미국의 승리 — 만 해도 어떤 대규모 군사 대결도 없이 얻은 것이다. 그 뒤 미국은 제1차 걸프전에서 재래식 군사 행동의 영화를 잠시 맛봤지만, 결국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 작전의 유혹에 넘어간 끝에 대실패에 빠져 수조 달러를 낭비하는 수모를 겪었다. 21세기 초 신흥 강국인 중국은 1979년 베트남 침공에 실패한 이후 모든 무력 분쟁을 애써 피해왔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1914년 이전 시대의 일본과 독일, 이탈리아 제국을 따르기보다 1945년 전후 시대의 일본과 독일, 이탈리아의 경제 기적을 모방해왔다. 이 모든 사례에서 경제 번영과 지정학적 영향력은 총성 없이 얻을 수 있었다.

 

세계 전쟁의 고리인 중동에서도 오늘날 지역 강국들은 전쟁으로 성공하는 법은 모른다. 이란은 오랜 이란·이라크 전쟁의 혈투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그 뒤로는 모든 직접적인 군사 충돌을 피해왔다. 이란은 이라크에서 예멘에 이르기까지 각지의 운동을 재정적,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시리아와 레바논의 동맹을 돕기 위해 혁명수비대를 파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다른 나라를 침공하는 일은 없도록 조심해왔다. 이란이 최근 지역 맹주가 된 것은 전쟁터에서의 눈부신 승리 덕분이 아니라 부전승의 결과였다. 이란은 두 주적인 미국과 이라크가 전쟁에 휘말려 중동의 수렁에 끼어들 입맛이 가신 틈을 타 노획물을 즐기게 됐다

 

이스라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이 승리한 마지막 전쟁은 1967년에 있었다. 그 후에도 숱한 전쟁이 있었지만 이스라엘은 번영을 누렸다. 결코 전쟁 덕분은 아니었다. 오히려 점령 지역 대부분에서 무거운 경제적 부담과 극심한 정치적 책임에 시달린다. 이란과 아주 흡사하게도, 이스라엘이 지정학적 지위를 개선할 수 있었던 것은 전쟁에서 승리해서가 아니라 군사적 모험을 피한 결과였다. 이라크와 시리아, 리비아에서 전쟁으로 이스라엘의 숙적들이 파괴되는 동안 이스라엘은 초연하게 있었다. 시리아 내전에 이스라엘이 빨려들지 않은 것을 네타냐후 총리는 최고 정치 치적으로 자랑해왔다(2018년 3월 현재 상황으로는 그렇다). 아마 이스라엘 방위군이 마음만 먹었으면 다마스쿠스는 1주일 안에 점령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이스라엘이 얻을 수 있는 게 뭘까? 또 이스라엘 방위군이 가자 지역을 점령하고 하마스 정부를 무너뜨리기는 훨씬 더 쉬울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그런 일은 반복해서 거부해왔다. 군사적 위력과 정치인들의 공격적인 수사에도 불구하고 전쟁으로 얻을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을 이스라엘은 안다. 미국, 중국, 독일, 일본, 이란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은 21세기에 가장 성공적인 전략이란 사태를 관망해가며 다른 나라들이 대신 싸우게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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