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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유발 하라리

Chapter 4.이민|더 나은 문화를 찾아서

알제리 이민자 1세대가 프랑스에 온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완전한 시민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면 분노를 느껴야 할까?

 

1970년대에 조부모가 프랑스로 건너온 3세대 이민자는?

 

이민

더 나은 문화를 찾아서

 

세계화 덕분에 지구상의 문화적 차이는 격감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방인들을 접하고 그들의 특이함에 혼란스러워지는 일도 훨씬 많아졌다. 앵글로색슨 잉글랜드와 고대 인도의 팔라 왕조 시절만 해도 두 곳의 문화 차이는 근대 영국과 인도의 차이보다 훨씬 더 컸다. 하지만 당시 앨프리드 대왕(옛 영국 웨섹스의 왕 — 옮긴이) 시절에는 지금처럼 영국 항공이 델리와 런던 간 직행 항공편을 운항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일자리와 안전과 보다 나은 미래를 찾아 국경을 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밀려드는 외국인을 적대시하거나 그들과 동화하거나 추방하는 과정에서 과거 유동성이 낮던 시절에 형성된 정치 체제와 집단 정체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 문제가 현재 유럽만큼 가슴 아프게 일어나고 있는 곳도 없다. 당초 유럽연합은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그리스 간의 문화 차이를 초월하겠다는 약속 위에 수립됐는데, 이제 유럽인과 아프리카, 중동 출신 이민자들 간의 문화 차이를 포용하지 못한 탓에 붕괴할지도 모를 상황에 처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많은 이민자들이 밀려든 이유가 바로 유럽이 번영하는 다문화 체계를 건설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에 있다. 시리아인이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 러시아, 일본보다 독일로 가고 싶어 하는 이유도, 독일이 다른 이민 후보국들보다 가깝거나 부유해서가 아니라, 과거 이민자를 반기고 흡수하는 데 훨씬 나은 전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난민과 이민자 물결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유럽인들은 뒤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유럽의 정체성과 미래를 둘러싼 논의도 치열하다. 어떤 유럽인들은 유럽으로 오는 문을 닫아걸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것은 유럽의 다문화적이고 관용적인 이상을 배반하는 것인가, 아니면 재앙을 예방하기 위한 분별 있는 조치인가? 다른 한쪽에서는 들어오는 문을 더 넓게 열어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것은 유럽의 핵심 가치에 충실한 것인가, 아니면 유럽의 기획에 불가능한 기대의 부담을 지우는 것인가? 이민을 둘러싼 논의는 흔히 서로 상대의 말은 듣지 않는 아귀다툼으로 전락하고 만다. 문제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 이민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기본 조건 혹은 조항으로 살펴보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조항 1: 이민 수용국이 이민자를 받아들인다.

조항 2: 이민자들은 반대급부로 최소한 수용국의 핵심 규범과 가치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모국의 전통 규범과 가치 일부를 포기하는 것도 감수한다.

조항 3: 이민자들이 충분히 동화되면, 점차 수용국의 평등하고 완전한 일원이 된다. ‘그들’은 ‘우리’가 된다.

 

이 세 가지 조항을 둘러싸고 각 조항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별개의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 조항들의 충족 여부를 두고 네 번째 논쟁이 추가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흔히 이민에 관한 다툼을 벌일 때 이 네 가지 토론을 혼동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면 정작 쟁점이 무엇인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각 쟁점을 분리해서 살펴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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