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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위한21가지제언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유발 하라리

Chapter 2.일 | 네가 어른이 되었을 땐 일이 없을지도 몰라

이 책에서는 지금 여기의 문제에 주목해보려고 한다.

초점은 시사 현안과 인간 사회가 당면한 미래에 있다.

바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최대의 도전과 선택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우리 아이들에게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_서문에서

 

 

 

네가 어른이 되었을 땐 일이 없을지도 몰라

우리는 2050년 고용 시장이 어떤 모습일지 모른다. 기계 학습과 로봇이 거의 모든 분야의 일 — 요구르트 생산부터 요가 강습까지 — 을 바꿔놓을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다. 하지만 변화의 본질이 무엇인지, 변화가 얼마나 임박했는지에 대해서는 견해차가 있다. 어떤 이들은 10~20년 이내에 수십억 명이 경제적 잉여 인력이 될 거라고 믿는다. 다른 이들은 장기적으로 볼 때 자동화는 계속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더 큰 번영을 안겨줄 거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어느 쪽일까? 정말 우리 앞에 끔찍스러운 격변이 임박한 걸까, 아니면 그런 예측이야말로 근거가 희박한 신기술 반대자들이 보이는 과잉 반응의 또 다른 예에 불과할까? 답하기 어렵다.

 

자동화가 막대한 실업을 야기할 거라는 공포는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 번도 현실로 닥치지는 않았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 기계 한 종에 사람의 일이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새로운 일이 또 생겨났고, 평균적인 생활 수준은 극적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고 생각할 이유는 충분하다. 기계 학습이야말로 확실히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인간에게는 두 가지 유형의 능력이 있다. 육체적 능력과 인지적 능력이다. 과거 기계가 인간과 경쟁한 것은 주로 순수 육체적 능력에서였다. 반면에 인간은 인지력에서 기계보다 월등하게 유리했다. 그 결과, 농업과 산업 분야의 수작업은 모두 자동화되었지만, 인간에게만 있는 인지적 기술이 필요한 새로운 서비스직들이 생겨났다. 인간만의 인지적 기술이란 학습과 분석, 의사소통, 무엇보다 인간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렇지만 AI는 이제 이런 기술에서도 점점 인간을 추월하기 시작하고 있다. 여기에는 인간 감정의 이해까지 포함된다. 우리는 육체적 능력과 인지적 능력을 넘어, 인간이 언제까지나 확고한 우위를 유지할 제3의 활동 영역을 알지 못한다.

 

 

AI 혁명은 컴퓨터의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똑똑해지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여기에는 생명과학과 사회과학 분야의 획기적인 발전들도 가세한다. 인간의 감정과 욕망, 선택을 뒷받침하는 생화학적 메커니즘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가 높아질수록, 컴퓨터가 인간 행동을 분석하고 의사 결정을 예측하는 능력도 개선되면서 사람 운전사와 은행원, 변호사까지 대체할 수 있게 된다.

 

지난 수십 년 신경과학과 행동경제학 같은 분야에서 이룩한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인간을 해킹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인간의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이해가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그 결과 음식부터 배우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한 우리의 선택이 어떤 신비로운 자유의지가 아니라 아주 짧은 순간에 확률을 계산하는 수십억 개의 뉴런에서 비롯하는 것임을 알게 됐다. ‘인간의 직관’이라고 과시해온 것이 사실은 ‘패턴 인식’으로 드러난 것이다.

 

좋은 운전사, 은행원, 변호사라고 해서 교통이나 투자, 협상에 관한 마술적 직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패턴을 인식함으로써 부주의한 보행자나 부적격 대출자, 부정직한 사기꾼을 알아보고 피할 뿐이다. 또한 인간 두뇌의 생화학적 알고리즘도 완벽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뇌는 어림짐작이나 손쉬운 방법, 그리고 현대의 도시 정글보다 아프리카 초원 시절에 맞춰진 시대착오적 신경회로에 의존한다. 좋은 운전사와 은행원, 변호사조차 때로는 멍청한 실수를 저지르는 게 당연하다.

 

이 말은 AI가 그동안 ‘직관’이 필요하다고 여겨져온 업무에서도 인간을 능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AI가 신비한 직감이라는 면에서 인간의 영혼과 경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불가능하게 들린다. 하지만 AI가 확률 계산과 패턴 인식에서 실제로 인간의 신경망과 경쟁해야 한다면, 그리 어렵게 들리지 않는다.

 

 

특히 AI는 다른 사람에 관한 직관이 필요한 업무에서는 더 뛰어날 수 있다. 보행자로 붐비는 거리에서 차량을 운전하는 일이나, 낯선 사람에게 자금을 대출하는 일, 사업 협상에서 흥정하는 일 등 많은 계열의 업무에서 다른 사람의 감정과 욕망을 정확히 측정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저 아이가 길로 뛰어들려는 걸까? 정장 차림의 남성이 내 돈을 가지고 사라질까? 저 변호사가 위협을 주려고 저러는 걸까, 아니면 그저 허풍일까? 그런 감정과 욕망이 비물질적인 영혼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되는 한 컴퓨터가 인간 운전사와 은행원, 변호사를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감정과 욕망이 사실은 생화학적 알고리즘에 불과하다면, 이런 알고리즘을 해독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데 컴퓨터가 호모 사피엔스보다 훨씬 더 뛰어날 수밖에 없다.

 

기계 안의 모차르트

 

전문인 일은 자동화될 것이다. 하지만 넓은 범위의 기술들을 동시에 구사하고, 뜻밖의 상황에도 대처해야 하는 유동적인 일에서는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기 훨씬 어려울 것이다. 가령, 의료 분야를 생각해보자. 많은 의사들은 거의 전적으로 정보 처리에만 집중한다.

 

즉, 의료 데이터를 읽어들이고 분석한 후에 처방을 생각해낸다. 반면에 간호사는 아픈 주사를 놓고, 붕대도 갈고, 난폭한 환자를 진정시키려면 운동력과 더불어 감정 기술까지 좋아야 한다. 따라서 장차 우리는 믿을 만한 간호 로봇을 장만하기 전에 스마트폰에 AI 가족 주치의부터 먼저 두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아마 환자와 노약자를 돌보는 휴먼 캐어 산업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인간 일자리의 보루로 남을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의 수명은 길어지고 출산율은 낮아지면서 연장자를 돌보는 일이야말로 인간 노동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보편이란 무엇인가?

낙오자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상상컨대, 미국 유권자들은 아마존과 구글이 미국 내 사업을 대가로 납부한 세금이 펜실베이니아의 실직 광부와 뉴욕의 실직 택시기사를 위한 급료나 무료 서비스 지급에 쓰이는 데에는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뒷간 같은 국가들’이라 부른 나라의 실직 국민을 지원하기 위해 이 세금을 송금하는 데에도 과연 미국의 유권자들이 동의할까?

 

그럴 거라고 믿는다면, 차라리 산타클로스와 부활절 토끼가 문제를 해결할 거라고 믿는 편이 낫다.

도서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