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김영사가 기획한 특별한 즐거움.
책과 함께하는 재미가 가득합니다.

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스케일> - 제프리 웨스트

  • 다른회 보기
  • 1
  • 2
  • 3
  • 4
  • 5
  • 6

Chapter 1. #1. 큰 그림

1. 서문, 개요, 요약

생명은 엄청나게 넓은 규모의 범위에 걸쳐서 놀라울 만치 다양한 형태, 기능, 행동을 보여주는, 우주에서 가장 복잡하고도 다양한 현상일 것이다. 한 예로 이 지구에는 무게가 1조 분의 1그램도 안 되는 세균에서부터 수억 그램까지 나가는 대왕고래에 이르기까지, 800만 종이 넘는 생물이 살고 있다고 추정된다. 브라질의 열대림에 가면, 축구장만 한 면적에 100종이 넘는 나무와 수천 종의 수백만 마리에 달하는 곤충이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종 하나하나가 얼마나 다른 삶을 살아가고, 각각이 수정되고 태어나고 번식하고 죽는 방식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생각해보라. 많은 세균은 고작 1시간동안 살고, 10조 분의 1와트에 불과한 에너지만을 쓴다. 반면에 고래는 한 세기 넘게 살면서 수백 와트씩 에너지를 대사할 수 있다. 생명의 이 놀라운 태피스트리에 우리 인류가 이 지구에 도입한 경이로울 만치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생활까지 더해보라.

 

 

특히 도시라는 모습을 취하고 있는 것, 그리고 상업과 건축에서 문화의 다양성, 시민 각각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기쁨과 슬픔에 이르기까지 그 도시 안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현상들을 떠올려 보라.

 

 

이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것들을 태양을 도는 행성들의 놀라운 단순성과 질서 또는 시계나 아이폰의 정확한 규칙성과 비교해보면, 이 모든 복잡성과 다양성의 밑에도 그와 비슷한 어떤 질서가 숨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모든 생물이 따르는, 아니 동식물에서 도시와 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복잡한 체계룰 지배하는 몇 가지 단순한 규칙이 있지 않을까? 아니면 전 세계의 숲, 사바나, 도시에서 펼쳐지는 모든 드라마가 그저 우연한 사건들이 잇달아 일어났을 뿐인, 임의적이고 변덕스러운 일에 불과할까? 이 모든 다양성을 낳은 진화 과정의 무작위적 특성을 생각하면, 거기에서 어떤 규칙성과 체계적인 행동이 출현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법하지 않고 직관에 반하는 듯이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생물권, 그 각각의 하위 체계, 신체 기관, 세포, 유전체를 이루는 무수한 생물 하나하나도 자연선택 과정을 통해 나름의 독특한 생태적 지위에서 자기만의 역사적 경로를 따라서 진화한 것이다.

 

이제 다음의 그래프들을 보자. 각 그래프는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잘 알려진 양들을 크기별로 나타낸 것이다. 첫째 그래프(그림 1-1)는 대사율—살아가기 위해 매일 먹어야 하는 먹이의 양—을 동물들의 체중에 따라 나타낸 것이다. 둘째 그래프(그림1-2)는 평생 동안 뛰는 심장 박동 수를 마찬가지로 동물의 체중별로 표시한 것이다. 셋째 그래프(그림 1-3)는 한 도시에서 나오는 특허 건수를 인구별로 표시한 것이다. 마지막 그래프(그림 1-4)는 상장기업들의 순자산과 이익을 직원 수에 따라 나타낸 것이다.

 

 

수학자나 과학자 혹은 이중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고 해도, 우리가 살면서 마주치는 대단히 복잡하면서 다양한 과정들의 일부인 이런 것들 밑에 어떤 놀랍도록 단순하면서 체계적이고 규칙적인 무언가가 있음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마치 기적처럼, 이 자료들은 각 그래프에서 멋대로 분포하지 않고 거의 직선을 이루고 있다. 각 동물, 도시, 기업의 역사적 및 지리적 우연성을 떠올릴 때 예상할 수 있는 양상과 전혀 다르게 말이다. 아마 가장 놀라운 그래프는 그림 2일 것이다. 어느 포유동물이든 심장이 평생 뛰는 평균 횟수는 거의 같다. 생쥐처럼 작은 동물은 겨우 몇 년을 사는 반면, 고래 같은 거대한 포유동물은 100년 이상을 살 수 있음에도 심장이 뛰는 횟수는 거의 같다.

 

위의 사례들은 동물, 식물, 생태계, 도시, 기업의 크기에 따라 측정 가능한 거의 모든 특징이 정량적인 관계를 이루면서 규모가 변하는 무수한 사례 중 일부에 불과하다. 이 책에는 이런 사례들이 많이 실려 있다. 이런 놀라운 규칙성은 서로 전혀 다른 이 모든 고도로 복잡한 현상의 밑바탕에 공통된 개념 구조가 있으며, 동물, 식물, 인간의 사회적 행동, 도시, 기업의 동역학, 성장, 조직 체계가 사실상 비슷한 일반 ‘법칙law’을 따름을 강하게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