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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위한21가지제언

<초공간> - 미치오 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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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과거를 바꾸는 대신 과거를 ‘실현한다’

시간역설

 

시간여행과 관련된 역설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1.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부모를 만나는 것.

2. 과거가 없는 사람.

 

첫 번째 유형의 시간여행은 이미 일어난 사건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시공간의 구조를 심각하게 망가뜨린다.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주인공(고등학생)은 과거로 갔다가 자기와 비슷한 또래의 어머니를 만

난다. 미래의 아버지는 그녀와 같은 학교 학생인데 성격이 너무 소극 적이어서 여학생에게 별로 인기가 없고, 설상가상으로 어머니는 주인공(미래의 아들)에게 호감을 느낀다. 본의 아니게 부모님이 연인 사이

로 발전하는 것을 본인이 방해하게 된 것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붙잡도록 아버지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고,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가 사라질 판이다. 두 사람이 결혼

을 하지 않으면 주인공은 태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 'Back to the Future' 포스터

 

두 번째 역설은 ‘시작 없이 일어난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 여기, 한 가난한 발명가가 세계최초로 타임머신을 만들기 위해 어수선한 지하실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말쑥하게 차려입은 노신사가 나타나 시간여행 방정식과 타임머신 설계도, 그리고 넉넉한 자금을 건네주고 사라졌다. 그 덕분에 발명가는 얼마 후 타임머신 개발에 성공했고, 그것을 혼자 십분 활용하여 큰 부자가 되었다(이 세상에는 증권시장, 경마, 도박, 복권 등 미래의 정보를 미리 알면 큰돈을 벌 수 있는 건수가 사방에 널려있다). 수십 년 후, 억만장자 노인이 된 그는 자신의 운명을 실현하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다. 가난하고 젊은 과거의 자신에게 타임머신 설계도와 돈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다른 동일인 두 사람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만나는 것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이 되었던 타임머신 설계도는 대체 누가 작성한 것인가?

 

두 번째 유형의 역설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은 아마도 로버트 하인라인의 단편소설 〈너희 모든 좀비들은…All you Zombies〉일 것 이다. 1945년, 갓난아이가 클리블랜드의 한 고아원 앞에 버려진다. ‘제인’ 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그 여자아이는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18년을 살다가 1963년에 우연히 마주친 한 부랑자에게 원인 모를 연정을 느낀다. 제인은 곧 그와 사랑에 빠졌고, 불행했던 과거를 보상받는 듯했으나 얼마 후 일련의 재앙이 그녀를 덮친다. 제인이 임신을 한 상태에서 그 부랑자는 자취를 감춰버렸고, 병원에서 아이를 낳던 중 그녀가 남녀의 성기를 모두 갖고 있는 양성구유androgyne임이 밝혀진 것이다. 게다가 분만 도중에 문제가 발생하여 산모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의사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제인의 여성성을 제거했다. 소녀였던 제인이 아이를 낳은 ‘남자’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정체 모를 괴한이 나타나 신생아실에 누워 있는 제인의 아기를 훔쳐간다.

 

아기와 연인을 모두 잃고 졸지에 남자가 된 제인은 삶을 포기한 채 이리저리 떠돌다가 결국 술주정꾼 부랑자가 되었다. 다시 세월이 흘러 1970년, 그(제인)는 ‘팝스 플레이스’라는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나이 지긋한 바텐더에게 자신의 과거를 모두 털어놓는다. 그런데 길고 긴 넋두리를 조용히 듣고 있던 바텐더가 그에게 놀라운 제안을 했다. 시간여행 클럽에 가입하겠다고 약속하면 그(제인)를 임신시키고 도망간 ‘원조 부랑자’에게 복수할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타임머신에 오르고, 바텐더는 그(제인)를 1963년에 내려주었다. 그런데 복수의 대상을 찾기도 전에 우연히 마주친 10대 후반의 고아 소녀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결국 그녀를 임신시킨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바텐더는 타임머신을 타고 9개월 후로 날아가 병원 신생아실에서 갓난 여자아기를 납치한 후 1945년으로 날아가 한 고아원 앞에 버려놓는다. 그러고는 자기가 데려왔던 부랑자(제인)를 시간여행 클럽에 가입시키기 위해 강제로 타임머신에 태워서 1985년으로 날아온다. 알고 보니 그 클럽은 철저한 비밀하에 타임머신을 운용하는 시간여행자들의 모임이었다. 그곳에서 부랑자(제인)는 삶의 안정을 찾고 클럽에서도 존경받는 원로회원이 되었다. 이제 그에게 남은 일은 단 하나,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의 팝스 플레이스 주점으로 날아가 한 부랑자의 넋두리를 들어주는 것이다. 모든 것을 잃고 폐인이 된 바로 자신의 넋두리를 말이다.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스토리가 꼬여도 너무 꼬였다. 제인의 어머니는 누구이며 아버지는 누구인가?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자와 손녀는 또 누구인가? 고아 소녀와 원조 부랑자, 바텐더는 모두 동일인물이다.

 

제인의 족보를 생각하면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실제로 제인의 가계도를 그려보면 모든 가지(화살표)가 제인을 향해 되돌아온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이자 아버지이며, 아들이자 딸이다. 모든 직계가족이 자기 자신인 것이다!(이 소설은 영화로 제작되어 2014년에 〈타임 패러 독스Predestination〉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상황 설정은 현대식으로 조금 바뀌었지만 기본 틀은 원작과 비슷하다. 독자들도 짐작하겠지만 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절대 사전 스포일에 노출되면 안 된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원망은 역자가 아닌 저자에게 해주기 바란다_옮긴이)

 

 

영화 '타임패러독스' 포스터

 

세계선

 

상대성이론을 도입하면 시간여행에서 초래되는 모순의 핵심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금부터 아인슈타인이 도입했던 ‘세계선world line’의 개념을 따라가보자.

 

아침 8시, 당신은 요란한 자명종 소리에 눈을 떴다. 그런데 어제 너무 과로를 했는지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당신은 약간의 갈등 끝에 결정을 내렸다. ‘에라, 모르겠다. 좀 더 자자!’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지만 나는 당신의 결정을 존중한다. 이제 당신은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는다. 살짝 물리적으로 말하자면 공간에서 움직임이 전혀 없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당신은 시공간에 ‘세계선’을 그리며 나아가고 있다.

 

그래프용지 한 장을 펼쳐놓고 십자 모양으로 교차하는 두 직선을 그려보자. 가로선은 ‘거리’이고 세로선은 ‘시간’을 나타낸다. 당신이 오전 8시에서 12시까지 침대에 누워 있었다면 당신의 세계선은 세로방향으로 나아간다(즉, 세로선을 따라간다). 거리상으로는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 시간만 4시간만큼 미래로 이동한 것이다(그러므로 만일 가족 중 누군가가 소파에 누워 있는 당신에게 게으르다고 핀잔을 준다면 이렇게 대답하라. “잘 모르나본데, 난 지금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입각하여 4차원 시공간에서 세계선을 그리며 부지런히 이동하는 중이야!.”)

 

낮 12시, 당신은 드디어 침대에서 일어나 오후 1시에 직장에 도착했다. 그렇다면 정오에서 오후 1시 사이에 당신이 그린 세계선은 수직 방향이 아니라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방향으로 진행하게 된다. 시간만 미래로 이동한 게 아니라 공간상의 이동도 함께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림 11.1 〉〉〉 당신의 세계선에는 출생부터 사망까지 모든 역사가 담겨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었다면, 당신의 세계선은 수직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12시에 차를 타고 집을 나섰다면 세계선은 비스듬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시간 이동과 함께 공간상의 이동도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동속도(자동차의 속도)가 빠를수록 당신의 세계선은 수직 방향에서 점점 더 기울어진다. 그러나 당신은 빛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없으므로 시공간 다이어그램에는 당신의 세계선이 진입할 수 없는 ‘금지영역’이 존재한다. 이 영역으로 들어가려면 빛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그림 11.1에서 왼쪽 아래가 당신의 집이고 오른쪽 위는 직장이다. 승용차를 타고 출근했다면 좀 더 이른 12시 30분에 도착했을 것이다. 즉, 이동속도가 빠를수록 당신이 그리는 세계선은 수직 방향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그러나 아무리 빨라도 빛보다 빠를 수는 없으므로, 시공간에는 당신의 세계선이 침범할 수 없는 ‘금지영역’이 존재한다. )

 

이로부터 제일 먼저 얻을 수 있는 결론이 하나 있다. 당신의 세계선은 시작도, 끝도 없다는 것이다. 당신이 죽은 후에도 몸을 구성하는 분자들은 계속해서 세계선을 그리며 나아간다. 물론 태어날 때에도 각자 다른 길을 걸어온 여러 분자들의 세계선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태아가 되었으니, 당신은 무無에서 창조되지 않았다. 세계선은 시공간에서 갑자기 나타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1950년, 어머니 A와 아버지 B가 사랑에 빠져 C가 태어났다. 즉, A와 B의 세계선이 충돌하여 세 번째 세계선(C) 이 갈라져 나왔다. 물론 C의 세계선은 무에서 창조된 것이 아니라 A와 B의 세계선 중 일부가 방향을 바꾼 것뿐이다(C가 A의 뱃속에 있을 때에도 외부에서 A로 유입된 세계선들인 음식 분자 중 일부가 C와 합쳐지면서 본격적인 ‘분기’를 준비해왔다). 그로부터 약 80년 후 C가 죽으면 몸이 분자 단위로 분해되면서 C의 세계선도 수십억 개로 분리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인간은 ‘일시적으로 합체된 분자의 세계선들의 집합’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세계선들은 산지사방으로 흩어졌다가 다른 생명체와 합쳐지기도 하고, 생명이 없는 광물의 세계선과 하나가 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세계선과 합쳐졌다면 또 다시 그의 일생을 따라가다가 그가 죽으면 동일한 과정을 되풀이한다.

 

성경을 인용하면 ‘먼지에서 먼지로’의 이동이고, 상대적 관점에서 보면 ‘세계선에서 세계선으로’ 이동하는 셈이다(우리 몸의 세포는 살아 있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물갈이되고 있으므로 인간의 정확한 정의는 ‘분자의 세계선들의 집합’이라기보다, ‘자잘한 세계선들의 이합집산’에 더 가깝다. 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나’ 라는 인식이 한결같이 유지되는 비결은 상대성이론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_옮긴이).

 

당신의 세계선에는 당신의 몸이 거쳐온 모든 역사가 담겨 있다. 세계선을 거슬러 따라가면 당신에게 일어난 모든 사건(처음 자전거를 타던 날, 첫 데이트, 첫 출근 등)이 그대로 재현된다. 평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풍자를 즐겼던 러시아의 우주론 학자 조지 가모프는 《나의 세계선My World Line》이라는 제목으로 자서전을 출간했다.

 

 

세계선을 도입하면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갔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좀 더 논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서 아직 결혼하지 않은 당신의 어머니를 만났다

 

고 하자. 그런데 황당하게도 당신의 어머니는 교제중인 당신의 (미래의) 아버지를 외면하고 당신에게 관심을 보인다. 그렇다면 영화 〈백 투 더 퓨처〉처럼 당신이라는 존재가 사라질 것인가? 아니다. 세계선이 존재하는 한,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당신이 사라지면 당신의 세계선도 사라져야 하는데, 앞서 말한 대로 세계선은 절대로 도중에 끊어질 수 없다. 그러므로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과거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거를 재창출하는 두 번째 역설도 흥미로운 문제를 야기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과거로 가면 예정된 사건이 일어나도록 협조할 수는 있어도, 그것을 방해할 수는 없다. 따라서 시간여행자의 세계선은 하나의 닫힌 고리를 형성한다. 그의 세계선은 과거를 바꾸는 대신 과거를 ‘실현한다.’

 

 

 

 

그림 11.2 〉〉〉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시간여행자의 세계선은 닫힌 고리를 형성한다. 1945년에 여자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자라서 1963년에 딸을 출산한다(이 과정에서 수술을 받고 남자가 된다). 그 후 1970년에 그는 부랑자가 되어 1945년으로 돌아가 자신을 만난다. 한편 1985년에 그는 시간여행자가 되어 1970년으로 돌아가 술집에서 대화를 나누던 부랑자(자신)를 타임머신에 태워 1963년에 내려주고, 자신은 갓 태어난 아이(자신)를 납치하여 1945년으로 데려다 놓는다. 이로써 모든 사건이 처음부터 다시 반복된다. 그 여인은 자신의 아버지이자 어머니고, 할아버지이자 할머니며, 아들이자 딸이 고… 등등이다.

 

자신의 어머니이자 아버지였고, 자신의 아들이자 딸이었던 제인의 세계선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그림 11.2).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우리는 과거를 바꿀 수 없다. 세계선을 따라 과거로 거슬러 가다 보면 이미 알고 있는 과거의 사건들이 재현될 뿐이다. 이런 우주에서 과거의 당신과 만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당신이 닫힌 세계선을 따라 한 바퀴 돌다 보면 젊은 남자(또는 젊은 여자)였던 자신과 마주치고 ‘어디서 본 것 같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당신이 젊었을 때 우연히 마주친 한 중년 남자(또는 여자)에게 원인 모를 친밀감을 느꼈던 일이 생각난다.

 

이처럼 우리는 과거로 가더라도 이미 일어난 일을 재현할 수 있을 뿐, 그것을 바꿀 수는 없다. 앞에서 강조한 대로 세계선은 도중에 잘라지거나 끝나지 않으며, 닫힌 고리가 될 수는 있어도 변형될 수는 없다.

 

그림 11.1의 아래와 같은 그림을 광원뿔light cone 다이어그램(거리를 나타내는 가로축을 2차원 평면으로 확장하면 금지된 영역의 경계선이 원뿔모양이 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_옮긴이)이라 한다. 물론 이 다이어그램은 특수상대성이론의 범주 안에서 통용된다. 특수상대성이론을 도입하면 과거로 갔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예측할 수 있지만,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검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시간여행이 정말로 가능한지 확인하려면 특수상대성이론보다 훨씬 포괄적이고 미묘한 일반상대성이론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그림 11.2처럼 복잡하게 꼬인 세계선은 일반상대성이론에서도 허용된다. 물리학자들은 닫힌 세계선을 ‘닫힌 시간꼴 곡선(closed timelike curve, CTC)’이라는 난해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문제는 CTC가 일반상대성이론뿐만 아니라 양자이론에서도 허용되는가 하는 점이다.

 

타임머신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처럼 물리학을 믿는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구별하는 것이 ‘떨쳐버리기 어려운 환상’임을 잘 알고 있다.

_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일반상대성이론의 훼방꾼

 

1949년, 아인슈타인에게 골칫거리가 생겼다. 그와 함께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 있던 빈 출신의 수학자 쿠르트 괴델Kurt Gödel이 비상식적인 해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괴델은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이리저리 갖고 놀다가 새로운 해를 발견했는데, 놀랍게도 그 해는 시간여행을 허용하고 있었다. 과학 역사상 처음으로 시간여행을 뒷받침하는 수학 이론이 탄생한 것이다.

 

괴델은 일부 학자들 사이에 골치 아픈 문제만 골라서 찾아내는 훼방꾼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1931년에 ‘임의의 산술체계에 자체모순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그 유명한(사실은 악명 높은) 불완전성정리를 발표하여 전 세계 수학자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수학자들은 ‘모든 수학은 자체모순 없는 공리로 축약될 수 있으며, 이로부터 모든 정리를 증명할 수 있다’고 하늘같이 믿어왔는데, 괴델이 그 믿음을 떠받치는 주춧돌을 통째로 제거해버렸다. 유클리드에서 출발하여 지난 2천 년 동안 쌓아온 모든 수학적 성취가 괴델의 정리 한 방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괴델은 고도의 수학적 논리를 이용하여 ‘임의의 산술체계에는 공리만으로 옳고 그름을 증명할 수 없는 정리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다시 말해서, 모든 산술체계는 태생적으로 불완전하다는 뜻이다. 이것은 수학 역사상 가장 놀랍고도 끔찍한 결과였다. 모든 과학 중에서도 가장 순수하면서 정확하고, 투박한 물질계로부터 멀리 떨어져 고고함을 유지해왔던 수학이 하루아침에 ‘불확실한 기초 위에 쌓은 모래성’이 되어버렸다(대충 말하자면 괴델의 정리는 논리 체계의 이상한 역설을 증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예를 들어 ‘이 문장은 거짓 false이다’라는 문장을 생각해보자. 만일 이 문장이 참이라면 말 그대로 문장은 거짓이고, 거짓이라면 참이 된다. ‘나는 거짓말쟁이다’라는 문장도 마찬가지다.

 

이 말이 참이면 나는 진실을 말했으므로 거짓말쟁이가 아니지만 의미상 거짓말쟁이가 되고, 이 말이 거짓이면 거짓말쟁이의 본분에는 충실했으나 의미상 거짓말쟁이가 아니다. 괴델이 떠올린 것은 ‘이 문장은 참true으로 증명될 수 없다’는 문장이었다. 이 문장이 참이면 거기 적힌 대로 참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 괴델은 이런 종류의 역설을 정교하게 쌓아나간 끝에 ‘모든 산술체계에는 산술적 방법으로 증명될 수 없는 참인 명제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괴델은 수학의 가장 소중한 꿈을 망가뜨린 후,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 대한 기존의 통념까지 무너뜨렸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에서 시간 여행이 허용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그의 논리는 우주가 회전하는 기체와 먼지구름으로 가득 차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고성능 천체망원경으로 먼 우주공간을 바라보면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것이 기체와 먼지구름이므로 이 가정에는 별문제가 없다. 그러나 괴델이 구한 해는 두 가지 면에서 과학자들의 심각한 우려를 자아냈다.

 

첫째, 괴델이 찾은 해는 마흐의 원리에 위배된다. 괴델은 하나의 기체-먼지구름 분포에 대하여 두 개의 해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는 곧 마흐의 원리에 보이지 않는 가정이 숨어 있어서 논리적으로 불완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서 특정 형태의 시간여행이 허용된다는 것이었다. 괴델의 우주에서 한 입자의 궤적을 따라 가다 보면, 결국 그 입자의 과거와 마주치게 된다. 괴델은 그의 논문에 다음과 같이 적어놓았다. “우리의 우주에서 로켓을 타고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왕복여행을 하면 임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임의의 미래를 모두 거칠 수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최초로, 닫힌 시간꼴 곡선, 즉 CTC가 발견된 것이다.

 

과거에 뉴턴은 시간이 ‘절대로 과녁을 벗어나지 않는 화살’처럼 똑바른 경로를 따라 나아간다고 생각했다. 뉴턴의 시간이란 한번 시위를 떠나면 그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는 절대적 개념이었다. 그러나아인슈타인은 시간이 강물과 같아서 한 방향으로 흐르되, 산이나 계곡을 만나면 경로가 완만하게 휘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물질과 에너지는 시간의 경로를 일시적으로 바꿀 수 있지만, 시간이 갑자기 끊어지거나 거꾸로 흐르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훼방꾼으로 유명한 괴델이 나타나서 ‘시간의 강은 완만하게 휘어서 닫힌 원을 그릴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의 주장이 옳다면 시간의 강은 소용돌이도 칠 수 있다. 강의 본류는 한 방향으로 흐르겠지만, 가장자리에는 원운동을 하는 웅덩이가 항상 존재한다.

 

물리학자들은 이 소식을 듣고 대경실색했으나, 무턱대고 무시할 수 도 없었다. 괴델의 주장은 아인슈타인의 장방정식을 정상적으로 풀어서 얻은 결과였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도 이론적으로는 반박할 여지가 없었지만 ‘실험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괴델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괴델의 해는 기체와 먼지구름이 서서히 회전한다는 가정하에 얻어 진 것이다. 그런데 천체관측을 통해 기체와 먼지구름이 포착된 사례는 꽤 많았지만, 회전하는 경우는 관측된 적이 없다. 천문관측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우주는 팽창하고 있을 뿐, 회전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우주론 학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가능한 우주 목록’에서 괴델의 해를 지워버렸다(그래도 괴델의 해가 맞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의 우주가 회전하고 있다면 CTC와 시간여행이 가능해진다. 찜찜하긴 하지만 관측데이터를 더 많이 수집하여 철저히 분석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아인슈타인은 실험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자신이 유도한 방정식의 골치 아픈 해를 카펫 밑으로 쓸어서 덮어버렸다. 그도 마음이 썩 개운하진 않았겠지만, ‘아직 결혼하지 않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누구나 만날 수 있는 우주’를 정식 과학이론에서 배제시킨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상한 우주

 

1963년에 에즈라 뉴먼Ezra Newman과 시어도어 언티Theodore Unti, 그리고 루이스 탐부리노Louis Tamburino는 아인슈타인의 장방정식을 연구하던 중 괴델의 해보다 훨씬 황당무계한 해를 발견했다. 이들이 발견한 우주는 괴델의 우주처럼 먼지로 가득 차 있으면서 회전하는 우주가 아니라, 외형적으로 전형적인 블랙홀에 가까웠다(아인슈타인의 장방정식을 푼다는 것은 천문관측을 통해 알아낸, 또는 이론적으로 추정되는 질량-에너지 밀도를 방정식에 대입하여 시공간의 곡률을 계산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방정식을 풀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정확한 해를 구할 수 있는 질량-에너지 밀도가 그리 많지 않다. 20세기 중반에는 ‘아인슈타인 장방정식에서 해가 깔끔한 형태로 얻어지는 질량-에너지 분포’를 하나만 알아내도 큰 이슈로 떠 올랐다. 그리고 각각의 해들은 시공간의 곡률정보, 즉 형태를 담고 있으므로 하나의 우주에 해당한다_옮긴이).

 

뉴먼-언티-탐부리노 우주는 괴델의 우주와 마찬가지로 CTC와 시간여행을 허용했으나, 블랙홀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았을 때 원위치 로 돌아오지 않는 희한한 우주였다. 마치 나선형 계단처럼. 한 바퀴 돌면 우주의 다른 층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런 우주에서 사는 것은 한마디로 악몽 그 자체다.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 어디를 가도 길을 잃을 것이며, 한 번 집밖으로 나가면 귀가가 불가능하다. 아니, 집이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 황당한 주장에 기가 질린 과학자들은 그 이상한 우주를 제안자(뉴먼-언티-탐부리노)의 이름 첫 자를 따서 ‘NUT 우주’라 불렀다(‘nut’은 흔히 견과류를 의미하지만 ‘괴짜’나 ‘얼간이’라는 뜻도 있다_옮긴이).

 

상대성이론 추종자들은 괴델의 해를 거부했던 것처럼 NUT의 해도 무시해버렸다. 우리의 우주가 그 정도로 이상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고, NUT를 입증할 만한 뚜렷한 증거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년쯤 지난 후부터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서 시간 여행을 허용하는 이상한 해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괴델의 해가 알려지기 훨씬 전인 1936년에 스코틀랜드의 물리학자 반 스토쿰W. J. van Stockum은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서 회전하는 무한원통형 해를 발견했는데, 1970년대 초에 뉴올리언스 툴레인대학교 Tulane University의 프랭크 티플러Frank Tipler가 스토쿰의 해를 재분석하다가 인과율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는 로이 커의 해(블랙홀을 가장 현실적으로 서술하는 해)조차도 시간여행을 허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커 블랙홀의 내부로 진입한 우주선spaceship은 (중력에 의해 파괴되지 않는다면) 인과율을 위배할 수 있다.

 

얼마 후 물리학자들은 임의의 블랙홀이나 팽창하는 우주에 NUT 타입의 특이점(singularity, 중력이 무한대인 점_옮긴이)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지금은 아인슈타인 방정식을 만족하는 이상한 해 들이 사방에 넘쳐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웜홀해 wormhole solution는 특정한 형태의 시간여행을 허용한다. 상대론 전문가인 프랭크 티플러는 자신의 저서에 “장방정식의 해는 어떤 형태도 될 수 있다.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희한한 우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적어놓았다.3 아인슈타인이 알면 기절초풍할 일이다.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은 트로이 목마와 비슷하다. 외형상으로는 중력에 의해 빛이 휘어지는 현상과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깔끔한 이론 같지만, 그 안에는 웜홀과 시간여행 등 온갖 비상식적인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물리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이 남겨준 선물상자를 열어서 우주의 은밀한 비밀을 살짝 엿보는 대가로 ‘우주는 단순연결되어 있고simply connected 역사는 바뀌지 않는다’는 가장 보편적인 믿음과 상식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과연 우리는 닫힌 시간꼴 곡선(CTC, 닫힌 고리형 세계선)을, 관측된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무시할 수 있을까? 혹시 누군가가 이 가능성을 끝까지 밀어붙여서 타임머신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