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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멍 때리기의 기적> - 스리니 필레이Srini Pillay

Chapter 6.4. 수월하고 경쾌한 멀티태스킹 방법 _<멍 때리기의 기적>

멀티태스킹 달성 방법을 터득한다

 

“동시성은… 모든 위대한 시의 특성이다.”

- 르루아 브루닉LeRoy C. Breunig

(현대 프랑스 시와 예술 평론가―옮긴이)

 

 

멀티태스킹은 예를 들어 이메일을 읽으면서 전화 통화를 하는 것처럼 세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다. 몸이 아픈 배우자를 간호하면서 회사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같은 날 몇 가지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 현재 직업에 종사하면서 다른 사업을 시작하는 등 장기에 걸쳐 두 가지 일을 추진할 수도 있다. 이때 두 가지 작업 사이를 지속적으로 오가면서 똑같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 수도 있다.

 

 

멀티태스킹 능력을 생산성을 기리는 명예의 훈장처럼 여기고 소유하는 사람이 많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멀티태스킹을 실제로 마쳤다 하더라도 대부분 기진맥진해진다. 뇌의 집중 손전등은 방전되고 결과적으로 앞에 놓인 길은 혼란스럽거나 어두컴컴해 보인다. 나는 이러한 현상에 ‘불안정한 뇌 증후군’이라는 용어를 붙였다.

 

이렇게 기진맥진해졌을 때는 자신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발휘하는 진정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 박사과정 학생인 켑 키 로와 인지정신과학자 리오타 카나이는 예를 들어 텔레비전을 보는 동시에 인터넷을 하면서 문자를 보내는 미디어 멀티태스킹을 연구하면서 이러한 현상을 서술했다.

 

멀티 태스커들을 조사한 결과 뇌의 갈등 탐지기인 전대상피질의 회백질 농도가 한 번에 장비 하나를 사용하는 사람보다 옅었다. 이것은 마치 멀티태스킹이 해당 영역에 있는 뇌 조직을 집어삼킨 것과 같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멀티태스킹을 할수록 DMN이 전대상피질과 연결되는 정도는 약해졌다. 결과적으로 무거운 작업량은 견디기 힘든 갈등을 낳았다. 비전문 용어를 사용하면 혼란·불편·망각이 나타나고 집중하려 할수록 주의는 산만해진다.

 

전문 요리사를 예로 들어보자.

 

그들은 머릿속에 여러 건의 주문을 동시에 담아두고, 급속하게 쌓이는 주문지를 계속 주시하면서, 달걀을 깨고, 팬케이크와 해시브라운을 뒤집고, 채소를 다지고, 베이컨과소시지를 굽고, 버거를 그릴에 올려놓으면서, 일이 잠잠해지면 재료를 주문하기까지 한다. 추수감사절에 손님을 초대해본 주부는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미트볼을 태우기 십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내년에는 다른 사람의 집에 초대받아 가는 쪽을 선택하겠다고 다짐한다.) 전문 요리사들이 일반적으로 성질이 급한 것도 전혀 의외가 아니다.

 

 

하지만 주문이 계속 밀려들어도 당황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창문이나 계산대 뒤에 있는 틈으로 주방을 들여다보면 그런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마치 마술사처럼 단박에 처리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온몸에 땀을 흘리기는 하겠지만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 다니면서 한 작업에서 다음 작업으로 부드럽게 넘어간다.

 

이러한 기술은 혼란스러운 응급실에서 차분하게 환자를 분류하는 간호사처럼 재앙이 닥쳤을 때 현장에서 최초로 대처하는 사람들에게 볼 수 있다. 완전히 다른 환경을 예로 들면 여러 대의 카메라를 가동하며 텔레비전 생방송을 진행하는 감독들도 그렇다. 그들은 모니터 여러 대를 동시에 통제하고, 텔레프롬프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어떤 순간에 어떤 각도로 조명을 비출지 결정한다. 이어폰으로

피드백을 듣는 동시에 마이크로 계속 지시를 내리면서 화면 아래에 자막을 띄울 시간을 판단한다.

 

그렇다면 전문 요리사, 간호사, 최초 대응자, 감독처럼 작업을 끝내고 녹초가 되는 사람들과 새벽녘에 콧노래를 부르며 잠자리에 드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첫째 유형은 전형적인 멀티태스커로서 작업은 완성하지만 머리카락에 불이라도 난 듯 정신이 없다.

 

반면에 둘째 유형은 슈퍼태스커로서 신경의 곡예가 더욱 유동적이어서 결과적으로 행동의 생산성이 크다.

어떤 면에서 슈퍼태스커로 태어난 것 같은 사람이 있다. 심리학자 제이슨 왓슨과 데이비드 스트레이어는운전 시뮬레이터를 사용해 200명을 연구했다.피험자들은 계속 브레이크를 밟는 자동차 뒤에서 운전을 해야 했으므로 마치 고속도로에서 서다 가다를 반복하듯 앞 차와 충돌하지 않으려고 ‘각별히 경계’해야 했다.

 

멀티태스킹의 연구에서 피험자들은 운전하는 동안 간단한 산수 문제를 풀어야 했다. 그리고 문제를 푸는 중간에 단어 2~5가지를 눈으로 확인하고 기억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자동차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이렇게 한다고 생각해보라. 휴대전화로 별 생각 없이 통화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해당 연구 결과를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듯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피험자의 2.5%는 달랐다. 그들은 멀티태스킹을 하면서도 운전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일부는 더욱 능숙하게 자동차를 몰았다.

 

하지만 슈퍼태스킹에 필요한 신경 연결을 타고났는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 연습을 거치면 분명히 슈퍼태스킹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우리의 생활을 돌아보더라도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책임을 맡아 분투할수록 더욱 능숙하게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 않다면 요리사이든 간호사이든 최초 대응자이든 감독이든 직업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몇 시간이나 몇 달이나 몇 년 동안 훈련하지 않더라도 신경이 유연해질 수 있다면 어떨까?

 

마지막화, ''비집중'을 선언한다'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