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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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위한21가지제언

<멍 때리기의 기적> - 스리니 필레이Srini Pillay

Chapter 1.[예고] 더 이상 '집중'을 추종하지 마라!

자신의 창의성과 탁월성을 깨우는 용기를 발휘하고,

반대를 무릅쓰며 자신의 멋지고 진솔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더 이상 집중을 숭배하지 마라

 

“자주 공허한 기분에 젖거나 생각에 깊이 잠겨

기다란 소파에 누워 있으니

행복한 고독인 마음의 눈에

수선화가 문득 떠오르네.

그러면 내 마음은 기쁨에 넘쳐

수선화와 함께 춤을 춘다네.”

 

-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 영국 낭만파 시인

<나는 홀로 한 줄기 구름처럼 떠도네I Wandered Lonely as a Cloud>

 

1983년 어느 금요일 밤, 한 남자가 여자 친구와 함께 버클리를 출발해 캘리포니아주 128번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목적지는 숲속에 오두막집을 짓고 있는 멘도시노였다. 밤이 늦었고 오래 운전했으므로 몸이 약간 피곤하면서 정신이 멍했다.

 

 

여자 친구는 옆 좌석에서 꼬박꼬박 졸고 있고 남자는 당시 진행하고 있던 DNA 연구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소형 은색 혼다를 타고 숲속을 달리는 동안 손으로는 운전대를 잡고 방향을 틀고 길을 달렸지만 정신은 연구실로 내달았다. 나선형으로 돌돌 감긴 DNA 사슬이 공중을 떠다녔다. 산길을 오르는 동안 눈앞에 파란색과 분홍색이 섞인 전자의 현란한 형상이 펼쳐졌다."

 

끈에서 막 풀려나 기운을 주체 못하는 강아지처럼 남자의 생각은 오락가락 널을 뛰며 정보의 조각들을 비교하고 연결하면서 그것들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불현듯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남자는 표지판이 목적지까지 정확히 75킬로미터(46.58마일)가 남았음을 알려주는 지점의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점점이 흩어져 있는 생각들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완전히 새로운 과학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 남자는 캐리 뱅크스 멀리스 박사였다. 생화학자인 멀리스는 ‘중합효소 연쇄반응 기법(PCR)’을 발명한 공로로 10년 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이 기법은 합성 DNA를 만드는 방법으로 현재까지 산과학부터 법의학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매우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멀리스 박사는 그날 밤 뒤숭숭한 마음으로 운전을 하다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새롭고 생소한 방식으로 조합했다. 이 책은 이렇게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분류하는 과정에 작용하는 마법을 다룬다.

나는 내과 의사이자 정신과 의사이면서 경영관리 코치로 활동하면서 사람들의 변화하려는 희망과 변화 전략을 찾으려는 열망을 충족시키려 노력한다. 이사회 회의실이든 심리 치료실 소파에서든, 작업 흐름에 관해서든 업무 효율성에 관해서든, 리더십·학습·부모 역할·결혼에 관해서든, 체중 감량에 관해서든 상담하려고 나를 찾은 사람들은 누구나 장애를 극복하고 목표를 달성하고 앞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어 한다.

 

그들은 대부분 정신을 좀 더 집중하면, 예를 들어 조직을 좀 더 효율적으로 결성하거나, 계획을 좀 더 상세하게 수립하거나, 고급 학위를 취득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일정표, 할 일 목록, 일정 알리미, 소음 차단 헤드폰 등 정신을 집중시키는 도구를 사용한다. 그것들이 원래 의도와 달리 삶의 질과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도 그렇게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명상과 마음챙김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이러한 종류의 현실적인 ‘정신 근육’을 발달시키는 방법이 얼마나 건전하고 생산적인지 배우고,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일의 삶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에게 주의 산만, 꾸물거리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마무리 미흡 등의 문제가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공식적으로 진단을 내려주고 임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처방전을 써달라는 사람도 많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집중하지 못하고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믿는다.

 

실제로 집중하면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정확하게 목표를 조준하면서 사고와 감정과 행동을 통합해 임무를 수행하고 완수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전통적인 수업 시간 내내 앉아 학습하려면 집중해야 한다. 지도자들이 사명이나 목표를 추구하도록 사람들을 규합하려면 집중해야 한다. 사업체가 시장점유율을 높여 자사를 성장시키려면 집중해야 한다. 집중하지 않은 채로 바늘에 실을 꿰거나 조리법을 보며 요리를 하거나 가구를 조립해보라!

 

결국 집중은 우리의 관심사를 이로운 방향으로 갈고 닦아준다. 미켈란젤로 같은 박식한 천재를 제외하고(잠시 멈추고 이렇게 묻고 싶다. ‘요즘 의사들은 미켈란젤로 같은 사람에게도 주의 산만 증상으로 약을 처방할까?’) 관심을 기울이는 범위가 넓으면 팔방미인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전문가는 될 수 없다. 집중적으로 전문성을 추구해야 이해·통찰·기량·경험이 더욱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능력을 믿을 수 있고, 타인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심장우회술을 받아야 한다면 심장우회술 300회, 위절제술 300회, 뇌수술 400회를 실시한 의사보다 심장우회술만 1,000회 실시한 의사를 선택하지 않겠는가?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시장의 특수한 필요 한 가지에 집중하는 기업이 대부분 소비자의 필요를 가장 잘 충족시킨다.

 

신경학 관점에서 볼 때 집중은 수량화할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한 가치가 있어서 뇌에서 정보를 항상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뇌는 정보를 부지런히 단기 기억으로 바꿔서 배외측 전전두피질dorsolateralprefrontal cortex, DLPFC에 저장한다. 나는 이 영역을 ‘메모리 컵memory cup’이라고 부른다.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이용해야 하는 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이다. 감정, 직관과 더불어 집중은 더욱 탁월하고 빠르게, 그리고 원활하고 현명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데 기여하는 주요 요소이다. 이처럼 집중이 ‘명백한’ 혜택을 베풀기는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위 집중 숭배에 빠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집중은 모든 능력 가운데 으뜸이고, 사람들이 획득하려고 분투하는 중심 역량이라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 집중만 떼어놓고 생각하면, 집중은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해 무기력을 안긴다.

 

집중을 뇌를 밝히는 손전등으로 생각해보자. 눈앞을 똑바로 비추는 밝고 좁은 광선은 봐야하는 부분을 비출 때는 엄청나게 유익하지만, 주변과 중간의 어두침침한 지역을 봐야 한다면 어떨까?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종류의 ‘점멸 시각’을 극단적 용어로 ‘무주의 맹시’라 부른다. 모든 대상에 주의를 집중할 수 없는 까닭에 일부 대상을 지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뇌는 집중할 대상을 선택하는데, 이때 그 집중이 다른 피해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점멸 시각과 선택적 주의와 관계가 있는 문제로 과잉 집중이 있다. 과잉 집중하면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학에 다닐 때 지나치게 열심히 공부하느라 사람들을 만나거나 데이트하는 것을 ‘잊었다가’ 나중에 삶의 반려자를 만났을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나는 심리 치료사로 활동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많이 목격한다. 과학적 용어로 ‘장기 폄하'라고 부르는 이러한 문제는 지나치게 먼 미래에 일어날 상황의 중요성을 뇌가 최소화하는 작용이다. 이러한 작용은 이미 뇌에 각인되어 있다고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많다. 장기 폄하는 필요한 만큼 장기적인 전망으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므로 나중에 후회를 초래하는 최대 원인이다.

 

과잉 집중의 다른 결과로 심리학자들이 ‘배려의 상실’이라 부르는 문제가 있다.이 현상에 관한 연구에서 피험자들에게 여성이 말하는 동영상을 열심히 집중해서 보고, 10초마다 화면 아래 구석에 뜨는 자막은 무시하라고 지시했다. 피험자의 주의가 산만해지면 즉시 동영상에 나오는 여성에게 집중하라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다른 피험자 집단은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평상시처럼 동영상을 보게 하는 동시에 자막을 보지 말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시청이 끝나고 나서 피험자 전원에게 최근 비극을 겪은 피해자를 도와주는 일에 자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잉 집중했던 집단에서는 자원자가 적었고 돕는 정도도 약해 배려를 상실한 경향을 드러냈다. 왜 그랬을까?

 

과잉 집중하면 뇌에서 도덕적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전전 두피질이 고갈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과잉 집중하면 타인을 도울 때 생기는 피로를 상쇄시킬 자원이 뇌에서 고갈된다.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