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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기> - 우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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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진정한 포스트모더니즘 정책, 자원외교 _<국가의 사기>

진정한 포스트모더니즘 정책, 자원외교

 

MBC <PD수첩>이 한창 좋았을 때 CP가 바로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을 연출한 최승호 PD였다. 한동안 해직 언론인이었던 그가 다시 MBC 사장으로 복귀했다. 그가 해직당한 일은 기억을 해도, 그가 얼마나 탐사 방송에서 맹활약했는지 기억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2005년 황우석 사건 때도 그가 담당 CP였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방송이있다. 역시 그가 담당 CP로 있던 2006년 4월 18일, 한국 방송 역사에 남을 법한 기념비적인 방송이 송출된다. 76회차 방송이다.

 

‘산 앞바다에 300조 원의 석유가?

 

 

당시 실제로 군산 앞바다에 석유 시추선이 떴고, 관련된 개발회사의 주식이 급등하고 있었다. 군산 앞바다에 정말로 석유가 있는지 없는지, 지금도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PD수첩>이 취재한 바에 의하면, 시추

선이 정말로 뜨기는 했는데, 진짜로 시추를 한 것은 아니고 하는 시늉만 냈다. 겉으로만 보면 1970년대 중반, 포항 앞바다에서 석유가 발견되었다는 서글픈 사기사건과 비슷했다.

 

그렇지만 이 밋밋해 보일 수도 있는 방송 한 편이 바로 그다음 날부터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이 석유 시추선에 투자한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주수도였다. 방송이 나가고, 큰 변화가 생겼다. 그리고 거대한 주수도의 왕국이 무너졌다. 이렇게 어이없게 속아?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속는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때는 국제 유가가 유례없는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었다. 석유 가격과 금값은 자체적으로 수요와 공급 상태에도 영향을 받지만, 국제적인 경기와 달러 가치와 연동되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경기가 좋으면 사람들이 석유를 더 많이 쓰게 되고, 아직 채굴하지 않은 6개월 혹은 1년 후의 석유 값이 오른다.

 

자원 선물시장에 투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달러가 불안해도 ‘안전자산’인 석유와 금으로 수요가 몰린다.

이런 국제적 흐름들이 모여서 석유 가격이 비정상적이라고 할 정도로 상승한 때가 노무현 정부 중후반이다.

 

주수도에게 돈을 맡긴 고객들도 특별히 석유 시추에 대해서 알고 있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지만 석유 시장과 자원 시장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앞으로는 석유가 대세야’, 이렇게 막연한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어 있었다. 주수도의 석유 채굴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중국 등 북방 외교가 한참인 틈을 타서, 중국발 석유 개발에 관련된 온갖 사기성 프로젝트에 대한 제안들이 여의도에서 광화문까지 한창이었다. 일반인들이 고유가라고 비싼 휘발유 값에 불평을 하고 있는 동안, 원유와 관련된 사기성 사업 아이템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주수도의 고객들이 군산 앞바다로 몰려갈 때, 참여정부 내부에서 ‘자원외교’라는 단어가 급부상하게 된다. 그리고 ‘자주 개발’이라는 희한한 지표 하나가 최상위 국정지표로 급부상하기 시작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2007년 신년 연설문이 그 당시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참여정부는 자원정책의 패러다임을 ‘안정적 도입’에서 ‘자주 개발’로 확대하고, 대통령이 직접 뛰었습니다. 17개국을 대상으로 자원 정상외교를 펼쳐 우리가 투자한 석유·가스 자원의 확보량을 52억 배럴에서 140억 배럴로 2.7배 확대시켰습니다. 해외자원개발 예산도 2002년 2,800억 원에서 올해 9,200억 원으로 3배 이상 확대했습니다.

 

- 2007년, 대통령 신년 연설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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