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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국가의 사기> - 우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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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단군 이래 최대의 삽질, 4대강 _<국가의 사기>

단군 이래 최대의 삽질, 4대강

 

대부분의 사기극에는 원형이 존재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사기도 원래 존재하던 사기가 변형되거나 새로운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물론 예전에 존재했던 것이라고 하더라도 속을 사람은 또 속는다. 특히 우리나라 행정에서는 외국 사례를 워낙 많이 찾기 때문에 다른나라에서 전혀 하지 않은 일을 사기의 재료로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자원외교는 일본과 이탈리아 사례들이 결합되었다. 4대강의 경우는 좀 독특하다. 이건 원형이 북한에서 왔다. 70년대 중후반까지 북한이 한국보다 국민소득이 더 높았다. 그 시절에 북한 군부가 북한을 동서로 관통하는 대운하를 구상한 적이 있었다. 한반도 대운하의 원형이 여기에서 왔고, 이게 다시 굴절되고 변형되면서 4대강 사업이 되었다.

 

현대건설에 있던 시절, 실무 차원에서 몇 번이나 경제성이 없어서 힘들다고 했던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검토 지시가 나에게 왔다. 조령을 통과하는 운하는 어떻게 해도 손해만 보는 노선이었다.

 

 

철도와 도로 등 육상운송이 이미 자리 잡은 상황에서 운하의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다른 대안이 없을 때, 운하의 경제성이 생겨난다. 러일 전쟁 때 일본과 영국은 동맹 관계였다. 동맹국을 치러가는 러시아에 수에즈 운하를 영국이 허용할 리가 없었고, 어쩔 수 없이 러시아 해군은 아프리카 끝단인 희망봉까지 갔다. 이 정도 절박함이면 운하의 경제성이 생길 수 있다.

 

우리보다 더 절박하게 운하가 필요한 쪽은 북한이다. 우리가 북쪽으로 나가는 길이 막혀서 섬 같은 처지가 되었다면, 북한 해군은 남해를 통과할 수가 없으니까 동쪽과 서쪽, 두 개의 해군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양쪽의 배들이 서로 통할 수가 없다.

 

그래서 북한은 우리보다 먼저 대운하 같은 계획을 세웠다. 1980년 10월 6차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결

정된 ‘4대 자연대개조 사업’의 일환으로 기존의 대동강 종합개발계획(1961년)에 추가하여 서해갑문이 추진되었다,김일성의 큰 설계였는데, 실제로는 평양 인근의 수로만 정비하고 더 큰 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했

다. 북한의 동서관통운하는 상상 속의 그림이 되었다[우석훈, 《직선들의 대한민국》(웅진지식하우스, 2008년) 참고].

 

인류학자 권헌익이 ‘극장국가’라고 칭했던 북한의 군부가 동서관통운하를 얼마나 간절하게 원했겠는가? 그런 그들도 못 했다.

 

이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절대권력 북한 군부의 동서관통운하도 실패했다. 그들이라고 그냥 바보들만 모여 있었겠는가?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과연 21세기 대한민국, 김일성 시대의 북한만큼이라도 국가가 하는 일이 합리적으로 돌아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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