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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기> - 우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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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존재 자체가 사기야, 선분양과 분양권 _<국가의 사기>

우리는 집주인과 건물주에게 너무 관대한 경제를 만들었다.

 

우리나라에 도시계획이나 주택 전문가가 없어서 지금의 사태가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다. 분양제라는 큰 틀을 놓고 나머지 부속품을 설계하면 누가 해도 지금 틀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 게다가 그 핵심인 주택청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조건으로 디자인하면, 좌파나 우파나 결국 비슷비슷한 결과만 나온다. 시스템 구조가 워낙 그렇다. 비유를 하자면, 이건 인간들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드라큘라 백작의 심장에 결국은 말뚝을 꽂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청약저축을 통해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분양시장에 돈을 바친다. 그리고 그 돈을 가지고 토건 국가가 굴러다. 새로운 피가 더 필요하니까, 다시 또 새로운 제도를 만든다. 흡혈귀로 은유한 한국의 주택 제도의 심장이 바로 주택청약이다. 주택청약이 생긴 이후로, 자가 소유비율이 오히려 줄었다. 이제는 주택청약을 폐지할 때가 되었다. 다른 나라랑 상식적으로 비슷한 형태로 갈 때가 되었다. 언제까지 이 짓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 상태로 가면?

 

 

주택보급률은 120%든 130%든, 국가가 돈 들이는 만큼 올라갈 것이다. 그렇지만 개인들의 주택자기 소유 비율은 지금과 비슷한 55% 수준에서 거의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시스템에 들어오고 싶지 않은 청년들은 집 없이,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갈 것이다. 종국에는 합계출산율이 1 이하로 내려갈 것이다. 지금이 돌이킬 수 없이 늦기 전에 변화를 위한 마지막 순간이다.

그리고 한국은 드라큘라 백작이 나라가 되었고, 흡혈귀에게 아이를 뺏기고 싶지 않은 청년들은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았다.

 

지금처럼 가면, 훗날 누군가 한국의 아파트 흡혈귀전을 이렇게 쓰게 될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아이들에게 청약저축을 들어주는 사람과 그럴 수 없는 국민으로 나뉜 한국, 이건 흡혈귀가 지배하는 나라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것인가? 45년이 넘게 우리가 했던 논쟁은 결국 ‘착한 흡혈귀’와 ‘드라큘라 백작의 진정성’이라는 두 개념으로 요약할 수 있다. 흡혈귀에 착한 게 어디 있고, 진정성이 어디 있느냐? 청약저축에 가산점 디자인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논의는, 착한 흡혈귀와 진정성 있는 흡혈귀 얘기와 구조적으로 완전히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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