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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기> - 우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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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우석훈의 국가발 사기 감시 프로젝트, <국가의 사기>

우석훈의 국가발 사기 감시 프로젝트

<국가의 사기>

 

사기 치지 않는 나라 만들기

집값부터 주식, 교육, 원전, 자원외교, 도시재생까지!

국가의 거짓말을 추적한 최초의 사회경제학 보고서를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가 공개합니다.

 

살다 보면 ‘설마 그런 일이’ ‘절대 그럴 리 없어.’ 그런데 이렇게 모두 혹은 많은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는 사건들이 종종 벌어진다. 우리의 삶은 아주 길고 길다. 이 긴 시간은 희박해 보이는 많은 확률을 100퍼센트로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45쪽)

 

개인이 감당하기에 주식은 위험한 거래다. 중독성도 강하고, 판타지도 강하다. 그리고 게임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큰돈이 상한액 없이 움직인다. 마약이나 사행성 오락과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도 주식의 위험성을 환기시켜주는 정부 조치는 없다. 왜 그럴까? 간단하다. 모든 정부는 자신의 집권기에 코스피가 올라가기를 바란다. 가장 직접적으로 경제적 치적을 보여주는 지수가 바로 주가종합지수다.(60쪽)

“지옥도 지나 보면 꽃동산이다”

고등학교 때 교련선생님이 단체 기합을 주고 몇 명인가를 봉걸레 자루로 때리고 나서 했던 얘기다. 그때는 참 많이 맞았다. 초등학교 때는 거의 맞은 적이 없는데,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매 맞고 벌 서는 게 일상이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끝나갈 때쯤 청산별곡을 다 외우지 못했다고, 국어 선생님에게 엉덩이 스무 대를 맞은 적이 있다. 나는 그게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84년 어느 겨울날의 일이다.

 

나는 앞으로 사람을 때리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 시절에는 누군가를 때리는 것이 사회적 일상과도 같았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 시절 에는 대기업에서도 상사가 부하직원을 종종 때렸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갔다. 곤봉을 들고 있는 경찰을 보는 것은 일상사였다. 돌이 날아다니는 것은 기본이고, 전경들이 보도블록을 뜯어서 던지기도 했다. 나는 그 시절이 참 싫었다. 때리고 잡아가고, 또 때리고 또 잡아가고, 우리는 모두 군인처럼 살았다. 대통령도 군인이었고, 장관들도 군인 출신이 많았고, 한국 최고의 기업이라고 하는 포철도 군인들이 만든 회사였다. 때리는 그들이나 맞는 우리들이나, 군인처럼 살았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때리지 않게 된 것은 아주 오랜 뒤의 일이다. 때리지 않고 공부 가르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학교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한동안 한국이라는 국가는 누군가 다른 사람을 때리는 것을 아주 당연하게 생각했다. 집에서 엄마들은 아빠에게 맞았고, 아이들도 맞았다. 학교에서도 때리고, 회사에서도 때렸다. 그 이후 시간이 많이 흘렀다.

 

세상이 좋아졌을까? 학교에서 학생들을 때리지 않게 되었거나, 덜 때리게 되었다. 오랫동안 연인 사이의 사랑싸움이라는 정도로 심각성을 인지하지 않던 ‘데이트 폭력’도 엄연한 폭력이며 인권문제라고 하는 게 요즘 사회적 분위기다. 그렇지만 나머지 분야도 그만큼 좋아졌을까? 잘 모르겠다.

 

90년대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대학생들이 배낭여행을 가기 시작했다. 풍요의 20대, 짧게 그렇게 한국의 20대가 살 만한 시기가 잠시 열렸다. 80년대까지는 정신적인 낭만은 있을지라도 풍요롭지는 않았다.

20대가 풍요로웠던 시대, 그 시기를 서태지가 상징하는 것 같다. 1997년 12월, 한국이 가느다랗게 열어놓고 있던 풍요의 문이 닫혔다. 그 이후로 20대는 계속 나빠지기만 했다. 내 기억에는, 단 한 번도 경제적으로 그들의 상황이 개선된 적은 없다. 말의 잔치는 있었지만, 그야말로 말뿐이었다.

 

“그 돈들은 다 어디로 간 거야?”

 

홍준표가 자유한국당 대표가 되면서 청년에 대한 정의를 새로 내렸다. 50세가 청년의 기준이란다. 진짜 황당한 발상이다. 농촌 지역 청년회 회장에 가장 젊다는 이유만으로 50대가 대표가 되는 것은 본 적이 있다. 그런 식이면 이제 흰머리와 치과 치료가 생활이 된 나도 아직 청년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한국의 보수들이 짊어진 운명인 것 같다.

 

촛불 집회와 함께 정권이 바뀌었다. 기분학, 그야말로 진짜 기분학상으로는 세상이 좋아진 것 같다. 그러나 정말로 좋아졌을까? 내가 좋아지는 것과 세상이 좋아지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그리고 내 기분이 좋아지는 것과 경제가 좋아지는 것은 정말로 완전 별개의 문제다. 세상이 좋아질까? 이 질문에 머뭇거리지 않고, 서슴없이 그렇다고 답한다면, 당신은 너무 정치적인 사람일지도 모른다. 세상이 진짜로 좋아질지는, 아직은 모른다.

 

최저임금이 올라갔다. 사방에서 난리 난다고 여기저기 곡소리다. 일본, 미국과 함께 독일이 최근 최저임금을 많이 올리는 흐름으로 들어갔다. 무엇보다도 최저임금제가 없던 독일이 최저임금제를 전격적으로 도입했다. 그러면 독일이 좋아진 것일까? 독일이 좋아져서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것이 아니라, 독일이 어려워져서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것이라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진짜 잘사는 나라들, 스웨덴, 노르웨이, 스위스, 이런 데는 최저임금제가 없다. 굳이 그걸 법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서로 월급을 주면서 사는 나라, 그런 데가 더 잘사는 나라들이다. 우리에게도 최저임금을 억누르면서 버티던 단계가 끝나면 최저임금제가 아예 필요 없거나 있어도 유명무실한 단계가 온다.

 

우린 그 중간 단계에 있다. 더 높은 곳으로 갈 수도 있고, 더 열악한 상황으로 갈 수도 있는 분기점에 있다. 그렇지만 지금이 뭔가 바꿀 수 있는 좋은 시기인 것은 확실하다. 그래도 여전히 구조적으로 이상한 것, 조직적으로 황당한 것, 상식적으로 생겨서는 안 되는 일, 국가 안에서 이런 것들이 진행된다.

 

 

지난 10년, 원래도 좀 이상하던 나라가 더 많이 이상해졌다. 이것도 이상하고, 저것도 이상하다. 그중에 시급한 문제들을 풀려고 했던 것이 우리 모습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진짜 이상한 것, 단기간에 풀기 어려운 문제, 이런 것들은 문제 축에도 들지 못했다. 당장 너무 이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초단기 과제 중심으로 살다 보니까 진짜로 이상한 것은 논의 테이블에 올라와 보지도 못했다.

 

“그건 원래 그래.”

 

이상한 것은 이상한 것이고, 나쁜 것은 나쁜 것이다.

원래 그런 것은 없다.

 

모든 제도에는 다 기원이 있고, 모든 이상한 것에는 다 계기가 있다. 풀 수 있는 문제만 풀고 풀 수 없는 문제는 아예 얘기도 하지 않는 것, 그게 짧게 보면 이상한 시대 10년, 길게 보면 박정희 이후로 수십 년 동안의 경향이었다.

 

숨 크게 들이쉬고, 그 기원과 구조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로 한 것은 2016년 4월의 일이다. 막 총선이 끝났고, 당시 새누리당이 제1당의 위치에서 물러났다. 이제는 진짜 변화를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았다. 그사이

에 최순실 사태가 생기고, 촛불 집회가 있었고, 탄핵과 함께 새 정부가 들어섰다. 숨 막힐 정도로 거대한 변화가 진행되는 동안, 나는 어떻게 하면 세상이 진짜로 좋아질 것인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

 

1980년대 이후로 정부가 작아지는 것이 좋다는 얘기들이 유행했다. 이 시대가 종료했고, 전 세계적으로 정부가 지금보다 더 커지는 중이다. 좋든 싫든, 작은 정부를 지향하던 시대는 종료하게 된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정부의 크기는 당분간 더 커질 것이다. 그와 함께 국가의 역할도 더 커질 것이다. 작을 때에는 별로 티가 나지 않던 일들이, 규모가 커지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복지 등 국가의 기능과 역할이 많아지는 것과 반비례로 국가의 실패와 모순이 같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의 보수들이 여기에 대해서 제시한 방법은, 그런 걸 다 없애버리라는 간단한 얘기였다. 국가는 자신이 할 줄 모르는 분야 그리고 할줄 아는 분야에서도 손을 떼고, 그걸 시장에 넘기라고 했다. 안 하고 다

른 데 넘기는 건 간단한 해법이다. 그렇지만 국가가 더 커지는 게 흐름이고, 다른 데 자신이 하던 일을 넘길 수 없다면? 우리는 민영화 이전의 문제와 민영화 이후의 질문을 지금 동시에 만나게 되었다.

 

KBS, MBC, 이런 재미없는 채널들 치워버리고 TV 수신료도 그냥 화끈하게 없애버리면 안 되나? 다른 채널도 많고, 그냥 미드, 일드, 이런 거 보면 안 되나? 이런 질문 앞에 우리가 서게 될 것이다.

 

 

나는 아직도 책이 가진 고유의 기능을 믿는다. 방송국에서 진짜로 길게 준비를 하는 다큐나 탐사 방송은6 개월 정도 준비한다. 그건 창사특집같은 특별 방송의 경우다. 두 달도 길고, 보통은 한 달 반 정도 준비해서 방송 하나를 만든다. 그리고 우리가 보는 많은 방송들은 일간 단위이거나 주간 단위다. 그 이상 길게 생각을 하기가 어렵다. 신문의 기획기사는 한 달 준비하면 정말 오래 하는 것이다. 1주일을 넘어가는 일을 하기가 어렵다. 주간지도 일주일 단위로 움직인다. 숨 막히게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낸다. 언론과 관련된 한국 내의 어떤 집단도 1년 단위라는 시간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우리는 바쁘다. 세상이 모두 이럴까?

 

영국의 BBC에는 1년 정도가 아니라 몇 년씩 준비하는 방송들이 종종 있다. 일본의 NHK만 해도 대형 프로그램들은 몇 년씩 준비한다. 우리처럼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정신없이 일하는 단기팀만 존재하는 선진국은 없다. 일상적인 일을 처리하는 단기팀과 함께 긴 호흡으로 다른 것을 준비하는 장기팀이 공존하는 것, 우리가 깜빡하고 넘어온 지난 10년 동안의 불찰이다.

 

10년 전 사회적 논의의 장에서는 책이 제1시장이었다. 책으로 유명해진 사람들이 언론이나 방송으로 진출하는 구조가 10년 전까지는 분명히 한국에 존재했다. 지금은 책 시장이 후시장이다. 방송 등 다른 분야가 선시장이고, 책은 그렇게 유명해진 사람이 내는 후시장이 되었다. 이것과 같은 구조를 가진 분야가 정치다.

 

원래는 작은 지자체 같은 곳에서 유명해진 사람이 더 큰 국회로 나오게 된다. 정치로 유명해져서 더 큰 정치를 하는 것, 그런 게 정상적인 정치 시장이다. 한국에서는 정치로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유명해진 사람이 정치를 한다. 한국 정치가 가진 후 진성이 이 구조에서 나온다. 지난 10년 동안 책 시장은 언론 시장이나 문화 시장보다는 정치 시장에 더 가까운 것이 되었다. 방송에 딸린 부가 시장, 그런 게 지금 한국의 책 시장이다.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책만이 가지고 있는 기능이 있다. 언론도 못하고 방송도 못 하는 것, 그건 아주 긴 시간을 가지고 다각적으로 고민하는 일이다. 세상에는 짧고 빠르게 대응해야 좋은 것만이 아니라, 아주 긴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들여다봐야 보이는 것들도 있다. 특히 긴 시간에 걸쳐서 오랫동안 엉키고 결합된 구조적 문제는 긴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들여다보면서 푸는 수밖에 없다. 글 쓰는 사람이나 주제에 따라서 좀 다르겠지만 책이 독자들 손에 갈 때까지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3년 전에도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3년 후에도 여전히 문제일까?

그런 문제가 한국에는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진짜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그렇게 긴 호흡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숨 길게 쉬고 몇 년간을 달리는 고민, 이런 질문들이 한국에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국가의 덩치가 더 커지고, 시장이 더 복잡해질수록 더더욱 책이 필요하다. 나는 아직도 그렇게 믿는다.

 

_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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