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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석복> - 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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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5. 의관구체[衣冠狗彘]_옷을 잘 차려입은 개돼지

의관구체[衣冠狗彘]_옷을 잘 차려입은 개돼지

 

명말 장호張灝의 《학산당인보學山堂印譜》를 보니 “선비가 염치를 알지 못하면 옷 입고 갓 쓴 개돼지다〔士不識廉恥, 衣冠狗彘〕”라고 새긴 인장이 있다. 말이 자못 시원스러워 원출전을 찾아보았다. 진계유陳繼儒의 《소창유기小窓幽記》에 실린 말로, “사람이 고금에 통하지 않으면 옷을 차려입은 마소다〔人不通古今, 襟裾馬牛〕”가 안짝으로 대를 이루었다.

 

 

장호의 인장, 인문印文은 “선비가 염치를 알지 못하면 옷 입고 갓 쓴 개돼지다〔士不識廉恥, 衣冠狗彘〕”이다.

말인즉 이렇다. 사람이 식견이 없어 고금의 이치에 무지해, 되는대로 처신하고 편한 대로 움직이면 멀끔하게 잘 차려입어도 마소와 다를 것이 없다. 염치를 모르는 인간은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개돼지에게 갓 씌우고 옷을 해 입힌 꼴이다. 염치를 모르면 못하는 짓이 없다. 앉을 자리 안 앉을 자리를 가릴 줄 모르게 된다. 아무데서나 꼬리를 흔들고, 어디에나 주둥이를 박아댄다.

《언행휘찬》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사대부가 벼슬을 탐하지 않고 돈을 아끼지 않더라도, 경제에 보탬이 되어 사람에게 혜택이 미치는 바가 하나도 없다면, 마침내 하늘이 성현을 낸 뜻은 아니다. 대개 제 몸을 깨끗이 지니고 몸을 잘 닦는 것은 덕德이다. 사람을 구제하고 만물을 이롭게 하는 것은 공功이다. 덕만 있고 공은 없다면 되겠는가?

士大夫不貪官, 不愛錢, 一無所利濟以及人, 畢竟非天生聖賢之意. 蓋潔己好修, 德也. 濟人利物, 功也. 有德而無功, 可乎?

 

 

제 몸가짐이 제아무리 반듯해도 세상에 보탬이 될 수 없다면 그것조차 쓸모없다고 했다. 그것은 무능한 것이다. 사실 이런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벼슬 욕심은 버릴 생각이 조금도 없고 재물의 이익도 놓칠 수가 없다. 자리만 차고 앉아 세상에는 보탬이 안 되고 제게 보탬이 될 궁리만 한다.

 

남송 때 오불吳芾이 말했다. “백성에게 죄를 얻느니, 차라리 상관에게 죄를 얻겠다〔與其得罪於百姓, 不如得罪於上官〕.” 이형李衡은 “벼슬에 나아가 임금을 저버리느니, 물러나 도에 합당하게 사는 것이 낫다〔與其進而負於君, 不若退而合於道〕”라며 같은 말을 다르게 했다. 위정자들에게 이런 처신, 이런 몸가짐을 기대하는 것은 정말 사치스러운 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