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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조선명저기행> - 박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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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조선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읽었는가?_조선 명저 가이드북 <조선명저기행>

낯선 길에서 귀한 친구를 만나길 바라며

관리가 교체되어 갈 때에 기생들은 웃고 여종들은 눈물을 줄줄 흘린다면, 그 관리는 필시 훌륭하고 청렴한 관리다.

이 글귀는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나오는 것이다. 정약용은 도대체 어떤 의미로 이런 말을 남겼을까? 《목민심서》를 대충이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이 문장의 뜻을 금방 알아듣는다. 하지만 대다수는 대충 짐작만 할 뿐 그 속뜻을 알기는 쉽지 않다.

 

《목민심서》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다산 정약용의 명저다. 하지만 이름만 유명할 뿐 실제 《목민심서》를 읽은 사람은 백에 한 명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목민심서》는 명성만 자자할 뿐 실제 독자는 많지 않은 책이 될 수밖에 없었다.

 

목민심서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조선 시대의 명저들의 처지가 《목민심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조선의 설계자로 불리는 정도전의 《조선경국전》,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만든 조선의 헌법 《경국대전》, 조선 역사서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이긍익의 《연려실기술》를 비롯하여 한국인의 발해에 대한 인식을 바꾼 유득공의 《발해고》, 동양 의학서의 최고 걸작인 허준의 《동의보감》, 18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박지원의 《열하일기》, 북학 사상의 원류가 된 박제가의 《북학의》, 이방인의 눈으로 조선 사회를 보고 조선을 유럽 세계에 알린 《하멜 표류기》, 조선 실학의 새 장을 연 이익의 《성호사설》 등등.

 

동의보감

 

현대인이 조선 시대의 역사와 문화와 삶을 담은 저서를 읽어내는 일 또한 미지의 세계를 방문하는 것처럼 낯설고 막막한 일일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그 미지의 세계에 한 발짝 먼저 다가간 사람으로서 그 독서 여행의 가이드 역할을 하기로 했다. 말하자면 이 책 《조선명저기행》은 조선의 명저에 대한 가이드북인 셈이다.

 

독서라는 행위도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일이다. 낯선 길일수록 귀한 친구를 만나는 법이다. 조선의 명저를 읽는 일도 낯선 길로 들어서는 일이다. 모쪼록 이 낯선 길에서 평생을 함께할 귀한 친구를 만나길 바란다.

 

2018년 정월 일산 우거에서

박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