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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르듯 대화하는 기술> - 요코야마 노부히로

Chapter 9.#9. 나를 화나게 만드는 상대, 침묵시키게 만들기

화나게 하는 상대를 ‘침묵’시키는 대화법

 

앞에서 잡담 등의 ‘표면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는 일부러 대화를 맞추지 않고 이리저리 자유롭게 흘러가게 내버려둬야 더 즐겁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잡담 외에도 대화를 일부러 맞추지 않는 편이 좋은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어 어떤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빴다면 대화를 맞추려 애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일반적으로 누군가의 말에 화가 났을 때 사람들은 보통 다음과 같이 대응합니다.

 

① 반론한다

② 무시한다

③ 그 이야기를 그만두게 만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론’이라는 선택지부터 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A “회사에서 엄청 기분 나쁜 일이 있었어. 부장이랑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자기가 사준다고 하는 거 있지? 바보 아니냐? 고작 600엔이었다고. 겨우 600엔 짜리 점심 값 정도는 나도 낼 수 있는데, 굳이 사준다는 걸 보면 왠지 날 무시하는 것 같지 않아?”

B “자세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얼마가 되었든 얻어먹으면 감사한 일 아니야? 그리고 상사를 바보라고 하는 건 좀 그렇지 않아?”

A “뭐? 넌 내 상황도 모르잖아. 우리 부장이 얼마나 멍청한지 알고나 하는 소리야?”

B “그럼 나한테 그런 얘기를 하지 말든가.”

A “나라고 이런 얘기를 좋아서 하는 줄 알아?”

B “먼저 얘기를 꺼냈으면서 이제 와서 무슨 소리야?”

A “어쨌든 우리 부장은 바보 같다고. 너한테 꼭 알아달라는 건 아니지만.”

B “별로 듣고 싶지 않으니까 이제 그만해. 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A “누가 할 소리!”

 

이렇게 흥분한 상대에게 논리적으로 반론하려고 하면 스스로도 화가 날뿐 아니라 쓸데없이 상대의 화만 돋우게 될지도 모릅니다.

 

애초에 상대는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거나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대화를 하다 보면 다툼이 생기기 쉽습니다.

 

논리적으로 반론하려고 해도 대화가 맞물리지 않아서 서로 의 짜증이 증폭되는 것이지요.

 

이처럼 ‘반론’을 하거나 ‘무시’하면 상대와의 관계가 거북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대방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더 이상 그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런 방법이 있다면 100퍼센트 확실하지는 않더라도 시도해볼 가치는 있을 겁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면 일부러 ‘엉뚱한 소리’를 해서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면 됩니다.

 

상대 이야기의 논점인 ‘줄기’에 맞춰서 대화를 진행시킬 것 이 아니라 이야기의 ‘가지와 잎사귀’에 맞춰서 화제를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지요.

 

A “회사에서 엄청 기분 나쁜 일이 있었어. 부장이랑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자기가 사준다고 하는 거 있지? 바보 아니냐? 고작 600엔이었다고. 겨우 600엔 짜리 점심 값 정도는 나도 낼 수 있는데, 굳이 사준다는 걸 보면 왠지 날 무시하는 것 같지 않아?”

B “헐. 그나저나 600엔이라고? 점심 값이 600엔이었어?”

A “응, 그렇던데?”

B “엄청 저렴하다. 점심이 600엔이라니……. 내가 일하는 시내 중심가는 음식 값이 진짜 비싸거든.”

A “보통 얼만데?”

B “거의 850엔에서 1000엔 정도? 1000엔 이내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가게가 거의 없어.”

A “진짜?”

B “응. 그래서 난 요즘에 편의점만 들락거려. 편의점 도시락도 잘 고르면 꽤 괜찮거든.”

A “…….”

 

 

진지하게 반론하면 서로가 불필요하게 스트레스만 받게 됩니다. 만약 상대가 불쾌해하지 않게 말을 맞춰 주려면 스스로를 속여야 합니다(이 경우라면 ‘정말 그런 상사가 있어? 진짜 바보 같다’라고 무리하게 맞춰줘야 하겠지요).

 

상대와 싸우기도 싫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기도 싫다면 앞의 대화 사례처럼 억지로라도 대화의 논점을 계속 돌려서 대화를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대화를 다른 방향으로 틀면 상대의 격양된 감정도 서서히 가라앉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 점심값 저렴한 게 중요해? 바보 부장 때문에 화난 얘기를 하고 있잖아!”라면서 상대가 대화의 논점을 되돌리려 할 수도 있습니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는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100퍼센트 확실한 방법은 아니지만 ‘대화를 빨리 끝내고 싶다’, ‘화제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시도해봄직한 방법입니다.

 

경영 컨설턴트인 저는 부하직원의 험담만 하는 경영자들에게 정색을 하고 “그런 식으로 얘기하니까 부하직원들이 당신 지시를 안 따르는 겁니다”라고 반론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이야기의 초점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는 합니다.

아, 부하직원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생각났는데요. 제 부하직원이 쌍둥이를 낳았지 뭐예요? 쌍둥이란 얘길 듣고 진짜 깜짝 놀랐어요. 게다가 아이들 이름도 비슷해서…….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확실한 효과를 보장하기는 어려운 방법이기 때문에 오래 알고 지냈거나 상대의 성격을 확실히 파악했을 때 시도하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