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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르듯 대화하는 기술> - 요코야마 노부히로

Chapter 3.#3.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은 '외국인'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을 ‘외국인’이라고 생각하자

‘대화를 자연스럽게 맞춰 나가는 일’은 쉽게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프롤로그에서도 언급했듯이 영어 회화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영어 시험 성적은 좋아도 외국인 앞에만 서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사람이 의외로 많지요. 실제로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의 90퍼센트 이상이 외국인과 일상적인 대화를 하지 못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혼자 일방적으로 이야기할 때와 상대방과 대화할 때 뇌를 사용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고 다른 나라의 언어를 습득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과 대화를 통하게 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여서 어느 한 사람은 ‘사고방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만약 상대방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상대방을 다른 언어로 말하는 사람(외국인)이라고 생각하고 대화하는 편이 낫습니다. 말이 안 통하는 사람과 대화하려면 그 정도의 각오가 필요합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4장 ‘상대방을 외국인으로 간주하고 대화할 때의 세 가지 포인트’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영어를 공부할 때 중요한 네 가지는 ‘어휘’, ‘문법’, ‘리스닝’, ‘리딩’입니다. 그리고 대화의 아귀를 자연스럽게 맞춰가는 데에도 이 네 가지가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사용하는 단어 뜻을 모르면 대화가 안 됩니다. 문법이 틀리면 말이 통하지 않고 오해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리고 대화할 때는 무엇보다 ‘리스닝’과 ‘리딩’ 능력이 필요합니다.

 

‘내가(혹은 상대방이)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내가(혹은 상대방이) 적은 내용을 오해 없이 받아들였는가?’를 항상 확인해야 합니다.

 

 

상대방을 ‘외국인’으로 간주하고 대화할 때의 세 가지 포인트

 

지금까지 몇 번이나 이야기했듯이 저는 요주의 인물과 대화할 때 상대방을 ‘외국인’이라고 생각합니다(이때 외국인은 ‘우리말을 그럭저럭 할 줄 아는 외국인’으로 설정합니다.) 설령 우리말을 할 줄 안다고 해도 상대가 외국인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레 다음 세 가지에 유의하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① 사전 지식을 정성껏 설명한다

② 천천히 말하고 논점을 반복한다

③ 다소 못 알아듣는 부분이 있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멕시코 본사에 있는 사장과 대화를 하고 싶다’는 의향을 루이스라는 이름의 멕시코인 매니저에게 전한다고 해봅시다.

나 : “루이스, 이번 거래를 반드시 성공시키기 위해서 보스에게 이 사실을 전했으면 해요. 음……. 보스라는 건 당신 회사 사장님을 말하는 거예요. 이 자료에 필요한 사항을 기입해서 다시 보내주세요. 여기서 필요한 사항이라는 건 세 가지예요. 잘 들어주세요. 첫 번째는……. ”

 

이처럼 상대가 못 알아듣거나 오해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단어를 보충할 것입니다.

우리말을 알아듣기는 하지만 상대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혹시 오해하더라도 화를 내지 않고 차근차근 다시 설명하겠지요.

 

루이스 ; “내가 이 자료에 기입해서 다시 보내면 되는 거죠?”

나 : “아니요, 루이스. 다시 한 번 말할게요. 이 자료에 기입을 하는 건 당신 회사 사장님이에요. 사장님한테 설명하면서 이 지침서를 전달해 주세요. 이 지침서에 왜 사장님이 직접 기입해야 하는지 쓰

여 있으니까요.”

루이스 : “알았어요. 사장님이 이 지침서에다가 필요한 사항을 적어서 보내면 된다고요?”

나 : “아니, 그게 아니에요. 지침서에 기입하는 게 아닙니다. 사장님은 이 자료에 기입해야 해요. 핑크색 형광펜으로 표시해 둘게요. 이제 안 헷갈리겠죠?”

루이스 : “이 핑크색 형광펜은 어디서 샀어요?”

나 : “네? 형광펜이요? 이건 아무데서나 다 파는 건데…….”

루이스 : “이렇게 생긴 형광펜은 처음 봤어요. 색이 정말 예쁘네요. 저는 일본에 와서 예쁜 문구류가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나 : “루이스, 잠깐만요. 그 얘기는 나중에 하고요. 다시 한 번 정리해 볼게요. 이건 아주 중요한 일

이에요. 당신 사장님이 해줘야 할 일이 뭐냐면…….”

 

이처럼 상대방이 대화를 엉뚱하게 전개시켜도 외국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고, 어떻게든 이해시키기 위해서 신중하게 대응할 것입니다. 이야기의 ‘뼈대’가 되는 논점을 반복하고 상대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겠지요. 그런데 상대가 외국인이 아니라면 어떨까요?

 

나 : “다나카 씨, 이 자료에 필요 항목을 기입해서 다시 보내줄래요? 사장님께 그렇게 전해주세요.”

다나카 : “알겠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기입해서 반송할게요.”

나 : “아니요. 그게 아니라 사장님께 부탁하고 싶다고요.”

다나카 : “반송 작업을 사장님이요? 저희 사장님은 그런 작업까지는 하지 않으시는데…….”

나 : “그게 아니라요. 사장님이 직접 필요 사항을 기입해주셔야 한다고요. 왜 그래야 하는지는 이 지침서에 나와 있어요.”

다나카 : “왜 제가 아니라 사장님이 직접 하셔야 되죠?”

나 : “그러니까 그 이유가 지침서에 쓰여 있다고요. 형광펜으로 표시를 해둘게요. 사장님이 기입해 주셔야 할 곳은 여기랑, 여기랑…….”

다나카 : “어? 이 형광펜은 어디서 팔아요?”

나 : “네?”

다나카 : “발색이 굉장히 좋네요. 어디서 파는지 알려주세요.”

나 :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다나카 씨, 당신은 항상 그런 식으로…….”

 

상대가 외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 무의식중에 ‘이 정도로 말하면 알아듣겠지’라고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기대에 어긋나면 화부터 나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