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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 - 김형석

Chapter 1.#1. 잃어감에 관하여_상실론: 고독에 관하여

잃어감에 관하여_상실론

고독에 관하여

인간은 정신적 존재이다. 정신적 존재의 특징은 사귐이 있다는 데 있다. 가족, 이웃, 친구 들이 사귐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 나는 나와 더불어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내가 나에게 묻고 내가 나에게 대답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어린애들이 소꿉장난하는 것 같은 일이지만, 위대한 철학자들도 그와 같은 자신과의 대화를 해왔다. 플라톤의 대화 편들이 그렇게 생긴 것이며, 지금도 많은 사상가는 자신과 대화를 거듭하는 동안에 정신적 발전과 향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사귐, 사귐의 한 방도인 대화,

이것이 정신적 존재의 특징인 동시에 인격의 본바탕을 만드는 조건이다.

이러한 사귐과 대화가 끊어졌을 때 느끼는 마음 상태를 우리는 고독이라 부른다.

 

 

쉽게 말해 고독은 홀로 있는 마음 상태이다. 이때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 또는 정신이 홀로 있는 상태가 고독이라는 것이다. 육체가 혼자 앉아 있다고 해서 그대로 고독인 것은 아니다. 자신과 대화가 가능한 때는 고독을 느끼지 않는 법이다. 사색을 하든가, 음악을 듣든가, 그림을 보는 때, 이런 때는 내가 혼자 있는 것 같아도 어떤 사상, 예술과 더불어 대화를 나누는 때이므로 고독을 느끼지 않는다. 물론 그 대화가 끊어지면 고독을 느끼게 되지만….

정신생활이 빈약한 사람들은 혼자만 있게 되면 곧 고독을 느낀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신생활이 풍부한 사람은 언제든지 고독을 느끼지 않는다. 항상 자신과 대화의 시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과 대화의 시간을 가지지 못하는 사람은 정신력이 빈약한 반면 생리적인 자아가 강하기 때문에 또 하나의 육체를 가진 타자를 찾아 스스로의 고독을 메우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이 많은 거리로 나가보든가 친지들과 모여 앉아 공연히 떠들어대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에 자기의 고독을 해소시키는 것이다. 철드는 소녀들이 자주 고독을 호소한다. 생리적인 고립감을 가장 많이 느끼기 때문이다. 아직 정신적 대화를 하기에는 모자라며 육체적인 고립감은 누구보다도 강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은 많은 사람이 있는 곳을 피한다. 또 결코 오랜 시간을 군중 속에서 보내지 못한다. 대중 속에서는 정신적으로 깊이 있는 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가나 실업가는 대중 속으로 들어가지만 학자나 사상가가 그렇지 못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요구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깊은 사상은 정신적 대화를 통해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간이 정신적 대화만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육체가 없는 곳에 인간이 없으며, 생리적인 고독 역시 대인 관계에서 풀릴 수밖에 없다. 위대한 천재도 소녀와 담화를 즐기며 훌륭한 철학자도 어린애들과 사귀게 된다.

 

고독이 마음의 상태라는 말 속에서 마음은 인간적인 내용의 표현이며 따라서 모든 고독은 인간적인 것이다.

소녀의 고독과 미망인의 고독은 얼마나 먼 거리에 놓여 있는가?

 

 

기대의 고독과 절망의 고독은 이렇게 이질적인 것이 아닐까.

_44쪽에서

 

 

고독은 마음과 더불어 자란다. 마음과 한가지로 깊어지기도 하며 넓어지기도 한다.

_44쪽에서

 

 

아름다운 예술은 왜 고독감을 자아내는가? 그들의 고독한 영혼이 예술의 원천이 되었기 때문에 예술가의 고독에 공감하게 되는 것일까? 감정이입感情移入이란 말이 있듯이 예술가의 고독한 감정이 그것을 감상하는 나에게 전해졌기 때문일까?

_48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