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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호 박사의 뇌과학 공부 - 박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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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연재] 기억과 꿈: 뇌는 스스로 상태 조절의 문을 열고 닫는다 #뇌공부의 모든 것

뇌는 스스로 상태 조절의 문을 열고 닫는다

 

 

뇌는 스스로 문을 열고 닫는다. 뇌의 상태는 신경세포가 분비하는 화학물질의 종류에 따라 바뀐다. 뇌는 낮에는 각성 상태, 밤에는 수면 상태로 작동한다. 신생아는 하루 동안 자동 스위치처럼 각성 상태와 수면 상태를 오가며, 자라면서는 낮과 밤의 주기에 따라 수면 시간이 밤에만 몰리게 된다. 수면 상태도 비렘수면과 렘수면의 두 가지 상태로 구분된다. 비렘수면은 렘수면이 아닌 수면 상태란 의미다.

 

하루 동안 뇌는 각성, 비렘수면, 렘수면의 세 가지 상태를 순환한다. 각성 상태가 비활성화되면 뇌가 휴식하는 비렘수면 상태가 된다. 비렘수면의 3단계와 4단계는 주로 저주파의 높은 전압파인 델타파가 많이 나와서 서파수면이라 한다. 깊은 잠에 빠진 상태인 서파수면에서 다시 점차 잠이 얇아지면서 렘수면 단계로 전환한다.

 

 

렘수면을 켜는 스위치인 렘온REM-ON 세포는 대뇌각교뇌피개핵pedunculopontine tegmental nucleus과 등쪽외측피개핵lateral dorsal tegmentum nucleus에서 아세틸콜린을 생성하는 세포이며, 렘오프REM-OFF세포는 청반핵에서 노르에피네피린을 생성하는 세포들이다. 렘오프세포의 활성이 줄어들어 노르에피네피린 분비가 중단되어야 렘수면 꿈이 만들어진다. 청반핵의 노르에피네피린 생성 세포의 발화가 중단되면, 뇌는 렘수면 상태로 진입한다. 렘수면시 활성화되는 대뇌각교뇌피개핵과 등쪽외측피개핵 세포에 의해 생성되는 아세틸콜린은 기억의 연상 작용을 활발하게 하는 물질이다.

 

그리고 노르에피네피린은 주의집중을 유도한다. 청반핵에서 노르에피네피린 방출 세포는 렘수면시 거의 활동하지 않아 렘수면 꿈에서는 주의집중 상태가 사라진다. 렘수면과 비렘수면은 완전히 구별되는 다른 뇌 상태다. 그래서 수면의 뇌과학은 렘수면과 비렘수면의 구별에서부터 시작한다. 렘수면과 비렘수면은 아주 다른 뇌의 상태다.

 

 

 

수면과 각성 상태의 전환은 각성 중추인 청반핵, 솔기핵, 유두융기핵과 수면 중추인 복내측시삭전핵 사이의 억제와 활성에서 생긴다. 각성 상태에서는 전뇌기저핵과 그물형성체가 시상을 자극하고, 청반핵과 솔기핵이 복내측시삭전핵을 억제한다. 아세틸콜린을 분비하는 대뇌각교뇌피개핵과 외측등쪽피개핵은 각성시 솔기핵과 청반핵에 의해 어느 정도 억제되며, 렘수면에서는 이 억제가 해제되어 아세틸콜린 분비가 촉진된다. 비렘수면에서는 수면 중추인 복내측시삭전핵이 청반핵, 솔기핵을 억제하여 대뇌피질의 활성도가 낮아진다.

 

뇌의 상태는 비렘수면 상태에서 활성도가 증가하면 렘수면 상태로 전환되고, 렘수면 상태에서 외부 자극을 처리할 수 있을 만큼 활성도가 더 높아지면 각성 상태가 된다. 각성 상태에서 뇌가 정보를 처리하느라 신경세포에 피로물질이 축적되면 뇌는 스스로 활동을 줄이는 상태인 비렘수면 상태로 바뀌면서 외부 자극을 차단한다. 이처럼 비렘수면→렘수면→각성→비렘수면 상태로 전환하는 것을 뇌는 스스로 결정한다. 즉 뇌는 스스로 문을 열고 닫는다.

 

꿈을 주로 꾸는 수면은 서파수면의 입면 시기와 렘수면이다. 꿈은 렘수면시에 80퍼센트, 비렘수면인 서파수면시에 20퍼센트 발생한다. 렘수면 때는 외부 시각 입력은 원래 존재하지 않는데, 그럼에도 시각 이미지가 생생하게 전개되는 이유는 연합시각피질에 저장된 시각 기억을 인출하기 때문이다. 렘수면 때 꾸는 꿈은 놀라움과 매 순간 바뀌는 움직임으로 가득한 내용이며, 서파수면 때 꾸는 꿈은 시각 장면의 반복이 흔하며 이야기로 엮이지 않는다.

 

낮 동안에는 관심의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면서 정신 활동이 진행된다. 반면에 렘수면 때 꾸는 꿈에서는 등장하는 장면에 따라 주의가 분산된다. 변화하는 꿈 내용에 따라 주의가 분산되지만 아세틸콜린의 작용으로 꿈에 등장하는 기억 단편들이 신속히 연결되면서 꿈의 짧은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꿈 이야기의 소재에 제한이 없는 이유는 렘수면 꿈에서 해마와 신피질의 연결이 약화된 상태에서 기억이 제한 없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전 기억들의 흔적을 지니고 있는 해마는 신피질과 연결됨으로써 각성시에는 작업기억 영역인 배외측전두엽에 기억 저장 장소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주는 지시 기능을 한다. 그런데 렘수면 꿈에서는 이러한 연결이 단절되어 사건기억 저장 주소를 알려줄 수 없다.

 

렘수면 꿈에서는 놀라운 장면이 맥락 없이 등장한다. 꿈에서 위태로운 몸동작이 반복해서 나타나는 이유는 꿈의 진화적 관점에서 설명된다. 낮 동안에는 위험한 현장에서 사건에 대한 도망이나 회피 반응을 학습하기가 마땅치 않다. 그래서 동물들은 안전한 보금자리에서 낮 동안 경험한 상황을 꿈으로 재연replay한다. 그래서 꿈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장면은 도망가는 장면이다. 꿈에서는 정교한 몸동작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일차운동 피질에서 운동 명령이 출력되지만 뇌간의 연수에서 신경 흥분이 차단되어 척수로 전달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렘수면은 몸의 휴식이며 서파수면은 뇌의 휴식이다. 낮 동안에는 운동 명령이 출력되면 곧장 체감각피질에 운동 명령의 출력이 전달되어 운동의 결과를 미리 예상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꿈에서는 일차운동피질에서 운동 명령이 출력되더라도, 일차체감각피질과 일차시각피질에 운동결과로 생긴 감각은 전달되지 않는다. 그 결과 꿈에서는 감각운동환각sensorimotor hallucinosis이 생겨난다. 꿈은 자신의 몸동작을 센서로 연결하여 화면에 투사하는 현상과 비슷한 감각운동환각이다.(418-420p)

 

꿈에서는 외부 세계의 공간과 시간 정보를 반영할 수 없으며, 정서의 강한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꿈은 정서적 놀람 반응을 동반한 운동으로 가득하다. 외부 세계의 비교 대상이 없는 상황에서 꿈은 시각적 장면과 운동이 주도하는 환상의 세계상을 상영한다. 그래서 꿈은 꿈을 깨기 전에는 꿈인지 모른다. 꿈이라는 스스로 완결적인 세계 속에서 나는 느끼고 맹목적으로 움직일 뿐이다. 꿈속에서 나는 과거의 기억에 접근할 수 없는 기억상실 상태다. 그래서 꿈에서 나는 과거가 없는 존재지만 감정의 뇌가 영화감독이 되어 시각 이미지를 불러와서 은유적으로 상영한다. 낮의 ‘현실’이라는 영화의 감독이 전전두엽이라면 꿈속 드라마의 감독은 정서의 뇌다.(443-44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