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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호 박사의 뇌과학 공부 - 박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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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연재] '지각'은 사람마다 다른 창조적 과정이다 #뇌공부의 모든 것

지각은 사람마다 고유한 창조적 과정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느끼고 분별하는 뇌 작용의 연속이다. 감각과 지각 그리고 행동은 서로 엮이면서 우리를 의식적 존재로 만든다. 뇌는 감각과 지각을 통해 주변 환경을 재구성하는데, 이러한 세계상의 구성은 감각입력에서 시작한다. 감각의 중요한 특징은 전송 채널과 감각지도다. 소리 자극은 달팽이관의 청신경에서 출발하여 전용 청각신경 전달 경로를 따라서 대뇌 일차청각피질로 전달된다. 일차청각피질은 신호 처리 영역이 주파수별로 배열되는 청각피질지도를 형성한다. 촉각도 마찬가지다. 일차체감각피질에는 신체 피부의 촉각 정보가 감각의 중요도에 비례하는 면적으로 지도화되어 있다. 지각은 감각과 연결되어 계속 감각정보를 처리한다. 즉 지각은 감각입력의 단편 자극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밝혀내는 구성적 과정이다. 감각 자극의 전달 초기 단계에는 감각이 의식되지 않는다.

 

시각의 경우 망막에서 일차시각피질에 도달하는 0.05초까지는 무엇을 보았는지 의식할 수 없다. 후두엽 일차시각피질에서 시각의 흐름은 두정엽과 측두엽의 두 갈래로 갈라진다. 측두엽으로 전달되는 시각 처리 과정이 진행되어 0.1초가 지나면 색깔과 형태를 의식적으로 알 수 있다. 앞쪽 측두엽에 시각 정보가 전달되면서부터 감각이 의식되어 지각이 된다.

 

‘시각 정보가 전달된다’는 표현은 엄밀히 말하면 맞지 않다. ‘사과를 본다’는 현상은 사과에서 반사된 빛 알갱이의 자극으로 생성된 전압파가 신경세포의 연결을 통해 측두엽까지 전달되면서 전압파열의 흐름이 ‘색깔’과 ‘형태’라는 놀라운 인식 작용을 창출해내는 현상이다.

 

그래서 모든 지각 과정은 창조적 과정이다. 감각 정보가 지각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결코 수동적 과정이 아니며, 사람마다 고유한 창조적 과정이다. 단편적 감각 자극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은 수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가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확률적 과정이다. 신경세포는 서로 연결하려는 ‘열정’을 갖고 있다. 이는 ‘연결되어 함께 신경 펄스를 방출하는 신경세포는 함께 묶인다’는 신경과학의 기본 원리인 헤브의 법칙Hebb’s law이다.

 

 

신경세포가 서로 결합하여 작용한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기적 같은 인지 능력이다. 우리의 청각은 시간적으로 바뀌는 공기 압력의 변화를 엮어서 소리를, 소리를 엮어서 단어를, 단어를 엮어서 문장과 노래를 창조한다. 뇌 운동신경세포의 무수한 연결을 이용해 단순한 동작을 적절한 순서로 연결하면 건축, 베 짜기 같은 인간 문화를 이룬 고도의 적응적 능력이 출현한다.

 

감각 단서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과정이 더 진행되면 그 단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추론할 수 있게 된다. 무엇인지를 안다는 과정의 전제 조건은 이전의 기억이 인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과일이 사과인지 배인지 안다는 것은 구별할 수 있다는 것과 동일한 정신 작용이다. 지각이 알아차린 대상이란 그 속성을 구별하는 한 묶음의 관계들의 집합이다. 구별은 관계의 집합으로 바로 의미가 된다. 대상들은 속성에 따라 구별되고 범주화된다.

 

감각적 인상은 의식적 지각 과정이고, 의미가 창출되는 뇌 작용이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 종일 보거나 듣는 내용을 평가하고 분류하여 의미를 생성해낸다. 그래서 주변 환경은 더 이상 가치중립적일 수 없다. 우리의 주변은 지각으로 생성된 가치로 물든 환경이 된다. 좋거나 싫은 감정은 우리의 행동을 선택하게 만든다. 그래서 행동은 지각의 결과다. 지각의 일부는 기억되기도 한다. 기억이란 지각의 갱신 과정이며, 우리는 지각되는 과정을 기억하기도 하고 기억의 인출을 지각하기도 한다.

 

 

뇌의 기본 작용은 감각과 운동의 생성이다. 감각은 지각과 기억으로 진행되며, 운동은 골격근을 움직이는 수의운동과 무의식적 자율운동으로 구분된다. 자율운동에는 신체를 활동하게 하는 교감신경과 신체의 에너지를 축적하는 부교감신경 작용이 있다. 감각은 피부, 내부 장기, 골격근에서 대뇌로 입력되는 일반감각과 시각, 청각, 미각, 균형감각의 특수감각으로 구분된다. 일반감각에는 온도, 통증, 촉각, 고유감각이 있으며, 척수후각으로 입력되어 시상 감각핵의 중계로 대뇌피질로 신경 흥분이 전달된다.

 

등쪽신경절 세포의 양방향 축삭의 한쪽 가지는 피부의 감각 감지 세포와 골격근에서 시냅스하며, 다른 쪽 가지는 피부감각과 고유감각을 척수 후근을 통해 척수 중간 신경세포와 시냅스한다.

 

 

그림 2-16에서 통증은 등쪽신경절을 구성하는 감각신경세포 축삭말단이 피부 속에 노출된 자유말단종말의 흥분 자극에서 시작되며, 막구조에 쌓여 있는 축삭말단에서 진동과 압력감각이 전달된다.

 

척수중간뉴런은 척수전각의 알파와 감마운동뉴런으로 자극을 전달하여 방추내근과 방추외근을 수축한다. 알파운동뉴런은 렌쇼세포에 의한 억제성 피드백으로 더 정밀하게 운동출력을 조절한다.

 

등쪽신경절 감각세포의 축삭이 척수후각으로 입력되어 중간뉴런과 시냅스하고, 중간뉴런은 척수전각의 운동뉴런과 시냅스한다. 운동뉴런의 출력이 교감신경절에서 시냅스하고, 교감신경절의 신경세포 출력이 심장과 위장의 운동을 조절한다.

 

 

 

교감신경절은 척수 양 옆에 상하로 두 줄의 기둥 형태를 이루기 때문에 교감신경기둥이라 한다.

 

피부의 통증은 등쪽신경절 감각세포 축삭의 자유말단에서 입력되는 통각 신경 흥분이 척수 중간뉴런을 통해 척수전각 알파운동뉴런으로 전달되고, 알파운동뉴런에서 골격근으로 신경 흥분이 신속히 전달되어 자극원에서 회피하는 반사운동을 일으킨다. 척수의 마디마다 피부, 내장, 골격근으로 신경이 연결되며, 척수 마디 단위로 신경 처리가 구분되어 신체 분절을 조절한다. 경수, 흉수, 요수, 천수의 척추신경과 교감신경기둥의 상호연결이 그림 2-19에 나타나 있다.

 

 

창자에는 세로 방향의 종주근과 원형으로 수축하는 돌림근이 존재한다. 창자에 분포하는 신경으로는 내장감각신경과 부교감신경, 내장신경절의 내장신경이 돌림근에 근육층신경총과 장막밑신경총을 형성한다. 내장에 분포하는 신경세포는 척수신경세포만큼 많으며, 따라서 장내 신경총을 제2의 뇌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