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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 뤼트허르 브레흐만

Chapter 3.#3 빈곤의 종말

1997년 11월 13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그레이트 스모키 산맥 남쪽에 카지노가 문을 열었다. 음침한 날씨에도 사람들이 입구에 길게 줄을 서고 수백 명씩 속속 도착하자 지배인은 사람들에게 집에 있으라고 조언하기 시작했다.

 

폭넓게 관심을 끌리라는 것은 예상했었다.

 

그날 문을 연 것은 수단 좋은 마피아가 운영하는 카지노가 아니었다.

 

해라스 체로키 과거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체로키 인디언 동부 연맹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대형 호화 카지노로서 그날 개업하면서 10년에 걸쳐일었던 정치적 주도권 다툼은 종지부를 찍었다. 심지어 한 부족 지도자는 “도박은 체로키 인디언에게 내린 저주가 되리라”고 예언했고,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어떻게 해서든 카지노 개업을 막으려 했다.

 

문을 열자마자 면적이 3,250제곱미터에 이르는 도박장, 객실 1,000 개와 스위트룸 100개, 무수히 많은 상점·레스토랑·수영장·스포츠센터는 체로키 인디언에게 저주가 아니라 구원을 안겨줄 것이 분명해 보였다. 게다가 카지노는 조직적인 범죄의 온상이 되지도 않았고 오히려 수익이 2004년 1억 5,000만 달러에서 2010년 들어 거의 4억 달러로 늘어나면서 학교·병원·소방서를 새로 짓는 재원이 되었다. 수익에서 가장 큰 몫은 체로키 인디언 동부 연맹에 속한 남녀노소 3,000명에게 직접 돌아갔다. 그들이 카지노에서 벌어들이는 연간 소득은 처음에는 500달러였다가 2001년 6,000달러까지 급증하면서 평균 가정소득의 4분의 1에서 3분의 1을 차지했다.

 

 

코스텔로는 카지노가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연구 대상자들에게서 엄청난 향상을 목격했다. 빈곤에서 벗어난 아동이 보이는 행동 문제는 40% 감소해서 빈곤을 겪어본 적이 없는 동년배와 같은 범위에 들어갔다. 체로키 부족의 청소년 범죄율도 마약 사용과 알코올 사용과 마찬가지로 감소했다. 학교 성적도 눈에 띄게 좋아져서 비체로키 부족연구 대상자와 같은 수준을 보였다.

 

자료를 보는 순간 처음에 믿을 수 없었던 코스텔로는 나중에 “사회적 개입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으리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정말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의미 있는 향상은 부모에게 나타났다.

카지노가 문을 열기 전까지 부모들은 여름 내내 열심히 일했으나 겨울에는 대부분 일자리가 없어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하지만 소득원이 새로 생기면서 돈을 저축하고 청구서를 지불할 수 있었다. 빈곤에서 벗어나자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보고했다.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결핍 사고방식”의 불리한 점이 이로운 점보다 무겁다. 결핍은 시야를 좁혀 자신의 즉각적인 부족함, 5분 안에 시작하는 회의, 내일 지불해야 하는 청구서에만 초점을 맞추게 한다. 장기적 관점이 사라지는 것이다. 샤퍼는 이렇게 설명했다. “결핍은 우리를 소진시켜 자신에게 역시 중요한 다른 요소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게 만든다.”

 

“저녁식사로 무엇을 먹을까?”나 “이번 주까지 그 일을 어떻게 성사시킬까?” 같은 질문에 대답하려면 매우 중요한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샤퍼와 멀레이너선은 이러한 능력을 “정신적 대역폭”이라 부른다.

 

"가난한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면 자신의 정신이 다른 곳에 쏠려 있다고 상상해보라. 자기통제가 어려운 과제처럼 느껴진다.

정신이 산만해지고 쉽게 혼란스러워진다. 이러한 현상이 매일 일어나는 것이다."

 

바쁘게 생활하는 사람과 가난하게 생활하는 사람 사이에는 주요 차이가 있다. 빈곤에서는 자유로울 수가 없다.

 

국내 총 정신적 대역폭

 

샤퍼는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싸우면 지금까지 인식하지 못한 엄청난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국내총생산 말고도 국내 총 정신적 대역폭을 고려해야 한다. 정신적 대역폭이 넓을수록 자녀를 잘 키우고, 더욱 건강하고, 직장에서 더욱 생산성을 발휘한다. 샤퍼는 “결핍에 대항하면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던컨은 “빈곤층 아동이 중년에 도달하면 빈곤 퇴치 전쟁을 치르느라 쓴 비용이 저절로 상쇄되리라”고 결론을 내렸다. 경제 교육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샤퍼는 “사람에게 수영을 가르쳐주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에 던지는 것과 같다”고 탄식한다.

 

사람을 교육시키는 일이 전적으로 무의미하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복지국가의 관료주의적 진흙탕에서 견디도록 정신적 대역폭을 통제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온갖 규정을 마련하고 서류작업을 거치게 하면 빈곤층을 걸러낼 수 있으리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 나타나는 결과는 정반대이다.

 

빈곤층은 최대 빈곤 수준에 도달해서 이미 정신적 대역폭에 과부하가 걸려 있기 때문에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무상 현금지원

 

그렇다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까?

 

샤퍼와 멀레이너선은 나름대로 비장의 해결책 몇 가지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빈곤층 학생이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서류작성 작업을 도와주거나, 사람들이 약을 제때 먹을 수 있도록 약 복용시간에 맞춰 불이 들어오는 약통을 배포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해결책을 “넛지nudge”라고 부른다.

 

넛지는 대부분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므로 현대 풍요의 땅에서 정치인에게 크게 인기를 끈다.

 

하지만 솔직히 넛지가 어떤 변화를 달성할 수 있을까? 넛지는 일반적으로 정치가 주로 증상 퇴치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대의 산물이다. 빈곤을 아주 약간 더 견딜 만하게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시야를 넓혀보면 무엇 하나 해결하지 못한다.

 

머리를 덮는 지붕

 

2005년 유타 주는 자주 그랬듯 테이저 총과 최루액 분사기가 아니라 문제를 뿌리부터 공격하는 방식으로 노숙자 퇴치 전쟁을 시작했다. 목표는? 모든 노숙자를 거리에서 사라지게 한다. 전략은? 무상으로 아파트를 제공한다. 펜들턴은 목격한 노숙자들 중에서 가장 비루한 노숙자 17명을 선정했다. 2년 후 17명 모두 생활할 장소를 찾자 펜들턴은 아파트 무상 제공 프로그램을 적극 확대했다.

 

대상을 선정할 때는 범죄 기록, 구제 불가능할 정도의 중독, 막대한 부채 등도 문제 삼지 않았다. 이렇게 유타 주에서 생활할 장소가 있는 것은 권리가 되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눈부신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웃인 와이오밍 주에서는 노숙자 수가 213%까지 급증한 반면에 유타 주의 만성적 노숙자수는 74% 감소했다.

 

 

 

귀중한 교훈

 

정치인들이 다른 의견을 주장하며 격렬하게 다투는 경우가 많지만 노숙자 문제에 관해서는 그러면 안 된다. 노숙자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결하면 실제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빈곤층의 주요문제는 돈이 없는 것이고, 노숙자의 주요 문제는 집이 없는 것이다. 유럽에서 빈 집 수는 노숙자 수의 2배 이다. 미국에서 집이 없는 사람한 명당 빈 집은 5채이다.

 

애석하게도 사회는 병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끊임없이 증상과 싸우는 방식을 취한다.

 

경찰관은 부랑자를 추적하고, 의사는 노숙자를 치료한 후에 다시 거리로 내보내고, 사회복지는 곪은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는 격으로 일시적인 해결 방법을 쓴다. 하지만 유타 주에서 로이드 펜들턴은 달리 방법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게다가 노숙자에게 주택을 제공하는 정책을 실시하라고 와이오밍 주를 설득하고 있다. 그는 와이오밍 주 캐스퍼에서 열린 회의에서 주장했다.

 

"노숙자들은 내 형제자매이다. 그들이 다치면 공동체인 우리가 다치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메시지가 우리의 윤리의식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면 경제의식을 생각해보라. 대상이 네덜란드 노숙자든, 미국 원주민 사탕수수 농부든, 체로키 부족 아동이든 빈곤 퇴치는 자신의 양심에 좋을뿐 아니라 지갑에도 좋다. 코스텔로는 담담하게 “이것은 사회가 배워야 하는 매우 귀중한 교훈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