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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희의 <고전의 대문 2> - 박재희

Chapter 11.'노장과 병법' 편 #10 최고의 승리는 남들이 쉽게 생각하는 승리다

<고전의 대문 2> 노장과 병법 편 #10 마지막 회

 

<손자병법> 최고의 승리는 남들이 쉽게 생각하는 승리다

 

《손자병법》 열세 편 중 1편, 2편, 3편은 가장 중요한 전3편입니다. 1편이 전쟁의 승산 분석, 2편이 물자 및 병력 조달 계획을 말했다면 3편은 작전 계획을 말하고 있습니다. 3편의 제목 ‘모공謀攻’은 도모할 모謀에 공격할 공攻, 즉 어떻게 공격 작전 계획을 잘 짤 것인가에 대한 물음입니다. 공격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작전이 무엇일까요? 답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작전입니다. 전쟁을 싸워서 이기면 피해가 너무 막심합니다. 내 병력과 물자의 손실 외에도 상대방의 병력과 물자 손실도 감안해야 합니다. 전쟁에서 이겼는데 남는 것이 없다면 진정한 승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정말 위대한 승리라는 것이지요.

 

百戰百勝 백전백승

非善之善者也 비선지선자야

不戰而屈人之兵 부전이굴인지병

善之善者也 선지선자야

 

많은 피해를 입고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은

최고의 승리라고 할 수 없다.

피해 없이 싸우지 않고 상대방을 굴복시킬 수 있다면

최고의 승리라고 할 것이다!

 

백 번 싸워 백 번 이긴다고 해도 우리 측의 손실이 너무 크면 그것은 승리가 아닙니다. 법정에서 승리했더라도 승리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판결에서는 이겼는데 상대방과 원수가 되었고, 재판 비용을 제했을 때 성과도 그리 좋지 않다면 진정한 승리라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동네 축구에서 가장 최고의 승리가 무엇입니까? 부전승입니다. 선수들 힘도 안 들고 상대방과 원한 관계도 안 맺고 승리한 것이지요. 부부싸움에서 배우자의 가슴에 못을 박고 이기려고 하지 마십시오. 그 승리는 절대로 오래가지 못합니다.

 

백 번 이기는 것이 선善 중의 선善은 아니다.

 

싸우지 않고 상대를 굴복시킬 수 있다면 이것이 선 중의 선, 최선最善이다.

 

전쟁은 승부를 가리는 행위이지만 어떻게 이기느냐에 따라 승리의 가치가 달라집니다. 기업이 직원, 협력업체, 하청업체와 함께 상생을 통해 가치를 키우고 성과를 냈다면 정말 위대한 승리입니다. 그런데 승리를 위해 직원들의 노력을 갈취하고 협력업체의 희생을 강요했다면 그 승리는 위대한 승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서양 병법서의 최고봉이라고 불리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과 《손자병법》의 차이를 한마디로 말하면, 《전쟁론》 은 싸워서 이기라는 것이고 《손자병법》 은 싸우지 말고 이기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서양과 동양의 차이입니다. 싸우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이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국제 외교전에서도 중요합니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싸우지 않고 상대를 굴복시킬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최선입니다.

 

손자는 전쟁의 네 가지 방법을 말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고의 전쟁은 상대방의 싸우려는 의지를 꺾어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고, 그다음은 상대방의 주변을 끊어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고, 그 밑이 싸워 이기는 것이고, 최악이 싸우지 않겠다고 성안에 틀어박혀 있는 적을 무모하게 공격하고자 성벽을 기어오르는 것입니다. 이것은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上兵伐謀 상병벌모

其次伐交 기차벌교

其次伐兵 기차벌병

其下攻城 기하공성

 

최고의 군대는 상대방의 싸우려는 의지를 꺾어 싸우지 않고 이긴다. 그 밑의 군대는 상대방의 주변을 차단하여 싸우지 않고 이긴다. 그 밑의 군대는 상대방과 직접적인 전면전을 벌인다.

최하의 군대는 병사들을 성에 기어오르게 하여 무리한 공격을하는 군대다.

 

벌모伐謀는 상대방이 싸우려는 의도〔謀〕를 치는〔伐〕 것입니다. 이 방법은 상처 없이 깔끔하게 승리할 수 있습니다. 누가 이기고 졌는지는 보이지 않지만 주도권은 내가 쥐게 됩니다. 국방은 디펜스defense입니다. 무기를 만들고 엄청난 돈을 들여 구입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공격하려고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막으려고 만드는 것입니다. 막는다는 것은 상대방이 나와 싸우지 못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나에게 무기가 있으니 나를 건드리면 이것으로 공격하겠다.

 

그러니 함부로 덤비지 못하는 것입니다. 공격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공격하지 못하게 만들고, 내가 무기를 가져 주도권을 쥐는 것입니다. 애초부터 싸워봐야 게임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만들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어떤 분은 비싼 돈 주고 구입한 무기를 왜 제대로 쓰지 않느냐고 하면서, 여차하면 강한 화력으로 상대방에게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입장에서 무기를 가장 잘 사용하는 것은 한 번도 안 쓰고 시간이 지나서 폐기하는 것입니다. 연한이 지나 폐기하는 것이 그 무기의 효율이 가장 높은 것입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승리의 상책입니다.

 

벌교伐交는 상대방의 주변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할 때 싸움을 하지 누구도 나를 돕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절대 싸움을 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중국의 도움 없이는 전쟁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동맹국의 동의 없이 함부로 전쟁을 벌이는 것은 결국 자멸의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6자회담을 하는 이유는 우리에게는 북한도 중요하지만 관련된 국가들을 설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싸움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을 설득해 싸움이 일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두 번째 상책입니다. 부부 싸움 할 때 배우자를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을 먼저 찾아가 설득하는 것이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여기까지가 부전이승 不戰而勝입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입니다.

 

다음은 직접 싸우는 것으로 하수입니다. 벌병伐兵이라는 것은 직접적인 전면전입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다양한 방법을 써도 도저히 답이 없다면 전면전이 벌어집니다. 이것은 이겨도 상처가 나고 손해가 납니다. 불가피한 상황에서 사용하는 카드입니다. 이미 상황이 벌어지면 불행한 결과를 막을 수 없습니다.

 

공성攻城은 싸우지 않겠다고 틀어박혀 있는 사람을 억지로 붙자고 공격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마어마한 손실을 동반합니다. 성을 올라가서 상대방과 싸워 이기려면 상대방의 몇 배 전력을 가지고 있어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손자는 무리한 공성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동반하는지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將不勝其忿 장불승기분

而蟻附之 이의부지

殺士三分之一 살사삼분지일

而城不拔者 이성불발자

此攻之災 차공지재

 

장군이 자신의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병사들을 개미처럼 성벽에 붙어 기어오르게 만든다면 자기 병사 중 3분의 1을 죽이게 될 것이다. 그런 피해를 입고도 상대방의 성을 점령하지 못할 것이니 이것이 무리한 공격 중 최악의 재앙이다.

 

무리한 공격의 최악은 병사만 죽이고 성도 빼앗지 못하는 것입니다. 당나라 태종 이세민李世民의 안시성 전투가 그랬습니다. 무리한 성 공격으로 결국 엄청난 피해를 입고 3개월 만에 후퇴했습니다. 나는 상대방을 때리지 않고 막기만 하겠다고 생각하면 상대가 나보다 두세 배 강하더라도 막을 수 있습니다. 싸울 때 상대방의 주먹을 피할 가드만 잘하고 있으면 크게 다치지 않습니다. 싸우려고 무리하게 덤비면 그때 다치는 것입니다. 최상의 공격은 수비라는 말이 있습니다. 싸워서 상대방을 이기는 것은 어렵지만 상대방을 맞이하여 지지 않는 것은 오히려 쉽습니다.

 

손자가 가장 경멸하는 승리는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는 승리입니다.

 

너무 잘했다는 반응이 나오면 훌륭한 승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내가 해도 그 정도는 하겠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 승리가 최고의 승리라고 합니다. 누가 봐도 쉽게 싸워서 이길 수 있었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장군이 최고의 장군입니다. 이길 준비를 모두 해놓고 툭 건드려 이겼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보면 쉬운 싸움 같지만, 실제로는 장군의 능력이 만든 승리라는 것입니다. 경기에서 어렵게 이기는 것, 가령 붕대 투혼을 발휘해서 축구에서 이기는 것은 질 확률이 높았는데 억지로 이긴 것입니다.

 

칠전팔기도 질 사람이 억지로 이긴 것입니다. 어쩌면 우연히 한 번 운이 좋아서 이긴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요즘 기업에서 위험 관리risk management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것이 백 번 싸워서 지지 않을 궁리를 하는 것입니다. 투자의 기본은 어떻게 위험을 분산하는가라고 들었습니다. 이기는 것보다 지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지지 않으려면 평균적인 승리가 나와야 합니다. 주식을 해서 크게 이겼다 하더라도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억지로 대박을 내놓고 그다음에 망하는 것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얼마나 평균적인 승리인가? 앞으로의 기업에는 이런 전략적인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평범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훨씬 안정적이고 오래가는 방법입니다. 전쟁은 계속해야 할 것이기에, 한 번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리스크는 줄여야 한다는 것이 손자의 지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