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김영사가 기획한 특별한 즐거움.
책과 함께하는 재미가 가득합니다.

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박재희의 <고전의 대문 2> - 박재희

Chapter 10.'노장과 병법' 편 #9 전략의 삼각축, Golden Triangle

<고전의 대문 2> 노장과 병법 편 #9

 

<손자병법> 전략의 삼각축, Golden Triangle

 

손자의 전략적 사유를 ‘전략의 삼각축’이라고 정의하고 이것에 TSS라는 이름을 붙여봤습니다.

 

 

첫 번째 축은 타이밍timing입니다.

 

《손자병법》에서는 항상 ‘언제’를 봅니다. 언제 나아갈 것인가?

 

가장 좋은 ‘언제’는 상대가 의도하지 않았을 때입니다

〔出其不意〕.

그것이 최고의 타이밍입니다. 요즘 골든 타임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시간도 똑같은 시간이 아니라 어떤 한 시간은 다른 열 시간보다 더욱중요하고 값어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응급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 타임, 구조조정을 쉽게 할 수 있는 골든 타임, 적기에 내가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골든 타임을 읽어내는 것은 전략의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것이 손자가 이야기하는 첫 번째 전략의 축입니다.

 

고등학교 농업 시험에 이런 문제가 나왔다고 합니다. 다음 중 배를 따는 데 가장 적합한 시기는 언제인가?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썼습니다. ‘배꽃이 핀 후 104일을 전후해서 딴다.’ 그런데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이상한 답을 써냈다고 합니다. ‘주인이 안 볼 때 딴다.’ 그 이상한 답을 쓴 학생이 지금은 사업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교과서에 나온 대로 하는 것이 반드시 맞는 답은 아닙니다. 매뉴얼대로 하는 것은 답 중 하나입니다. 세상은 살아 있는 유기체이기 때문에 답이 너무나 많고 다양합니다.

 

그 상황에 가장 적합한 답을 찾는 것이 가장 전략적입니다. 전략에는 정답도 원칙도 없습니다. 오로지 상황만 있습니다. 그래서 병법을 아무리 줄줄 외운다고 해도 실전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타이밍에 늘 주목한다고 합니다. 남들이 가는 시간에 가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어 투자하기에 그 투자의 결과가 늘 빛난다고 합니다. 사자가 먹잇감을 사냥할 때도 늘 골든 타임을 읽습니다. 조금만 시점을 잘못 읽어도 그 사냥은 실패하고 맙니다. 성공한 사람들에게 성공의 이유를 물어보면 늘 운 좋게 그때 그것을 하게 되었다는 대답을 하지만, 그것은 상황을 읽어내는 뛰어난 전략적 사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고민해야 할 전략적 요소는 공간space입니다.

 

‘언제’가 결정되었으면 그다음에는 ‘어디로’ 들어갈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골든 스페이스라는 말을 사용해도 될 것 같습니다. 골든 타임이 정해졌다면 이제는 방향을 결정해야 합니다. 물건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가서 팔 것인가도 중요합니다. 《손자병법》의 원문은 이렇습니다.

 

상대가 준비하지 못한 빈 곳을 찾아 들어가 공격하라

〔攻其無備〕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참 중요한 전략적 사유입니다.

 

《마이클 포터의 경쟁전략》이라는 책에서는, 시장에서는 항상 먼저 진입한 사람이 새로운 전략을 가지고 우위에 선다고 합니다. 그다음 들어온 사람은 아류라고 부릅니다. 개척자와 아류의 차이는 엄청납니다. 선점은 예상치 못한 시기와 준비가 안 된 곳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인터넷 상거래업체 알리바바를 세운 중국의 마윈馬雲은 제가 중국에서 유학할 때 인터넷 상거래 공간에 진입하였습니다. 저는 중국에서는 절대로 인터넷 상거래가 대중화되지 않을 것이며 심지어 근세기 이내에 절대로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당시 중국이 너무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래를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사람은 남들이 생각지 못한 시간에 상상하지 못하는 공간으로 들어갑니다. 저와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마윈은 탁월한 전략을 가지고 세계적인 인물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저 고전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훈장이 되었지요.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습 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꿈이 애초부터 그와 달랐기 때문입니다. 공간 싸움은 어디든 치열합니다.

 

프로 바둑 기사들을 대상으로 《손자병법》 특강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강의가 끝나자 기사들이 《손자병법》과 바둑의 승부가 일치하는 점이 참 많다고 하였습니다. 상대방이 예상치 못한 시간에 준비하지 못한 곳으로 들어가 선점하는 순간, 승부가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바둑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송宋나라 때 《기경棋經》 은 《손자병법》 열세 편의 편제를 그대로 따라 만든 책입니다.

 

판세를 읽어내고,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고, 시점과 공간을 찾아내는 것은 전쟁이나 바둑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만약 《손자병법》 이 단지 전쟁에서만 쓸 수 있는 내용이었다면 고전이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게임이라고 보면 《손자병법》 은 바둑, 스포츠, 경영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될 수 있습니다.

 

게임이론에는 《손자병법》이 잘 들어맞습니다.

 

예상치 못한 시간에 준비가 안 된 곳을 찾아 들어가라.

공간과 시간을 축으로 하는 이런 전략은 전쟁터에 나서는 장군의 철학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늘 고민하는 것들이기도 합니다.

세 번째 전략의 요소는 스피드speed입니다.

전쟁에서는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

〔兵者貴速〕

 

여기에도 골든 스피드가 있습니다. 그 상황에 가장 적합한 속도를 골든 스피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속도는 빠른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빠를 수도 있고 느릴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반 박자 빠르게, 반 박자 느리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일 것입니다. 《손자병법》 에서는 속도를 네 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질여풍其疾如風, 빠를 때는 바람처럼 움직여라!

기서여림其徐如林, 느릴 때는 숲처럼 움직여라!

침략여화 侵掠如火, 기습할 때는 불처럼 움직여라!

부동여산 不動如山, 조용히 있을 때는 태산처럼 고요하라!

 

‘풍림화산 風林火山.’ 유명한 《손자병법》의 명구입니다.

 

사자가 사냥을 할 때 때로는 산처럼 미동도 하지 않고 기다리기도 하고, 때로는 숲처럼 천천히 움직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바람처럼 다가가서 불처럼 기습하면서 사냥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내 속도를 알아차리지 못해야 한다는 것과, 속도는 상황에 따라 계속 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차를 몰고 도로를 달릴 때 언덕에서는 저속으로 운전을 하고고 평지에서는 고속으로 기어를 바꿔 운전합니다. 도로 사정과 주변 환경을 정확히 인지하고 변속하는 것은 운전의 기본입니다. 이순신 장군이 옥포해전에서 병사들에게 명령한 속도는 숲처럼 움직이는 저속이었습니다.

물령망동勿令妄動하라! 함부로 가벼이 움직이지 마라!

정중여산靜重如山하라! 산처럼 고요하고 신중하게 움직여라!

 

이 명령은 이순신 장군이 옥포만에 정박해 있던 왜선을 공격하기에 앞서 병사들에게 당부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빠른 것만 속도라고 인식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움직이지 않는 것도 속도일 수 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때로는 바람처럼 빨라야 할 필요도 있지만 때로는 산처럼 미동도 하지 않고 지켜보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속도를 만들어내고 조정할 수만 있다면 승부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