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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희의 <고전의 대문 2> - 박재희

Chapter 8.'노장과 병법' 편 #7 <장자> 우물 안 개구리의 파괴적 혁신

<고전의 대문 2> 노장과 병법 편 #7

 

<장자> 우물 안 개구리의 파괴적 혁신

 

장자는 기존의 가치를 부수고 가치의 바다로 항해하라고 강조합니다.

 

《장자》 첫 편인 <소요유逍遙遊>에서 붕鵬이라는 새를 통해 새로운 가치로 항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기존의 시간과 공간의 파괴, 그리고 새로운 시공간으로의 항해, 그것이 결국 나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할 것이란 주장입니다.

 

장자는 우물 안의 개구리가 우물 속에서 바라보는 하늘의 크기에 갇혀 있을 때는 새로운 하늘을 보지 못한다고 합니다.

 

황하의 신 하백河伯과 북해의 신 약 若의 대화를 통해 파괴적 혁신을 주장합니다.

 

황하의 신 하백은 가을 물이 불어나서 끝없이 펼쳐진 자신이 다스리는 강을 보고 너무 흡족하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이 모두 자기에게 있고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모습에 도취되어 살던 하백이 어느 날 동쪽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동쪽 끝에는 거대한 바다가 있었습니다. 하백은 망망히 펼쳐진 거대한 바다의 모습을 보고 아연실색 경악하였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크다고 생각한 모든 자만이 여지없이 부수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하백은 부끄러워 고개 들 수 없었죠.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크고 아름다운 줄 알았는데 자기보다 더 크고 위대한 바다의 모습에 넋을 잃었습니다. 그는 바다를 다스리는 신 약에게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편협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반성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당신 앞에 와서 직접 당신의 모습을 보지 못했으면 어떡할 뻔했소.

 

아마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나고 크다 생각했을 것이오.

 

정말 그동안 나의 좁은 소견이 후회됩니다.

 

당신을 못 만났다면 영원히 남의 웃음거리가 될 뻔했습니다.

 

바다의 신 약은 하백에게 세 가지 충고를 해줍니다.

 

“세상에는 나의 새로운 변신을 방해하는 세 가지 그물이 있네. 이 세 가지 그물에 걸리면 생존이 어렵게 되지. 첫째는 공간space의 그물이네. 예를 들면 우물 안에 있는 개구리에게는 바다에 대하여 설명할 수가 없네〔井蛙不可以語海〕. 왜냐하면 그 개구리는 자신이 살고 있는 우물이라는 공간에 갇혀 있기 때문이지〔拘於虛也〕. 이것이 공간의 그물에 걸려 있다고 하는 것이네. 둘째는 시간time의 그물이네. 예를 들면 한 여름만 살다 가는 여름 곤충에게는 겨울의 찬 얼음에 대하여 설명할 수가 없네〔夏蟲不可以語氷〕. 왜냐하면 그 여름 곤충은 자신이 사는 여름이라는 시간에 집착하기 때문이지〔篤於時也〕. 이것이 시간의 그물이네. 셋째는 지식knowledge의 그물이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시골 동네 지식인에게는 진정한 도의 세계를 설명해줄 수 없네〔曲士不可以語道〕. 왜냐하면 그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의 그물에 걸려 있기 때문이네〔束於敎也〕.”

 

 

일명 장자가 말하는 생존에 걸림돌이 되는 세 가지 그물의 우화입니다. 개구리는 우물 밖의 세상에 대하여 상상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올려다보는 우물 안의 하늘이 다인 줄 알기 때문입니다. 여름철 잠깐 살다 가는 여름벌레는 겨울이란 시간과 얼음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자신이 사는 여름이 다인 줄 알기 때문입니다. 저 시골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지식에 대하여 인정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에 발목이 잡혀있기 때문입니다. 장자는 이 고사를 통해 세 가지 집착과 한계를 파괴하라고 충고합니다.

 

첫째 자신이 속해 있는 공간 space을 파괴하라!

둘째 자신이 살아가는 시간 time을 파괴하라!

셋째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knowledge을 파괴하라!

 

_장자

 

내가 최고라는 생각과 자만에 빠져 있는 사람이라면 장자의 이 우화를 한번쯤 되새겨볼 만합니다.

 

미래사회학자 앨빈 토플러는 그의 책 《부의 미래》 에서 앞으로 다가오는 부의 혁명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조직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으로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장자의 생각과 궤를 같이 합니다.

 

첫째, 공간을 파괴하라 stretching space!

둘째, 시간의 스피드를 재조절하라 rearranging time!

셋째 지식을 재신임하라 retrust knowledge!

 

_앨빈 토플러, <부의 미래>

 

어느 조직이든 개인이든 새로운 공간으로 확장하고, 지금과 다른 속도를 내고, 기존의 방식을 회의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이론은 전국시대의 장자가 주장했던 자기 혁명 이론과 유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양 고전 《장자》 에서 제시하는 참사람 진인眞人의 모습은 자신의 익숙함을 부수고 새로운 나를 창출하는 사람입니다. 일명 자기 파괴라고 말할 수 있는 ‘무기無己’를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무기無己는 나〔己〕를 부수는〔無〕 것입니다. 나의 고정관념과 공간과 시간을 파괴한 진짜 사람, 진인이야말로 장자가 꿈꾸는 난세에 영혼을 잃지 않고 사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세상이 정해놓은 가치, 그 관점이 아닌 나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남들은 쓸모없다며 무용無用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쓸모 있는 유용有用한 것으로 만들어낼 줄 아는 가치 혁신value innovation이 가능한 사람이 진짜 사람, 진인입니다.

 

붕 鵬이라는 전설상의 새는 장자가 제시하는 가치 혁신 인간의 비유된 모습입니다. 자신이 사는 둥지를 날아다니며 한 모금의 물에 안주하는 뱁새가 이해 못 하는 새로운 하늘과 장대한 비행 거리를 확보한 붕새는 한 번 날아서 수천 킬로를 날아간다는 앨버트로스입니다. 고정관념에 빠진 사람들은 이해 못 합니다. 왜 붕새가 저토록 높이 멀리 나는지를. 높이 날아야 멀리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한 사람은 붕새를 비웃으며 자신의 처지에 안주하는 것입니다. 사물의 가치는 본질fact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안목으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기존의 가치가 파괴되고 새로운 가치가 나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