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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희의 <고전의 대문 2> - 박재희

Chapter 7.'노장과 병법' 편 #6 <장자> 덕이 충만한 자의 매력

<고전의 대문 2> 노장과 병법 편 #6

 

<장자> 덕이 충만한 자의 매력

 

덕충부德充符: 덕이 충만한 자가 결국 매력 있다

《장자》의 다섯 번째 편은 <덕충부 德充符>입니다. 덕충부는 글자 그대로 덕德이 충만한〔充〕 사람이 세상 사람들의 마음에 부합된다〔符〕는 뜻입니다.

 

덕은 인간의 내면입니다. 태어날 때 갖고 태어난 인간의 본성입니다. 얼굴이 잘생기고, 능력이 있고, 재주가 많은 사람보다 내면의 덕이 충만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오히려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생긴 것은 못생기고, 말도 어눌하고, 능력도 없지만 무엇인가 끌리는 사람을 가만히 보면 참 본성이 아름다운 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내면의 덕이 충만한 사람입니다.

 

 

장자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 중에 내면의 덕이 충만하여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사람들의 우화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왕태王駘, 신도가 申徒嘉, 숙산무지叔山無趾, 애태타, 이들은 모두 다리에 형벌을 받아 불구가 된 사람들이거나 추남들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전혀 인기가 없는 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은 내면의 덕이 참 아름답고 충만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귀족들에게 초청순위 1위였고 여인들의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왕태는 전과자 출신으로 벌을 받아 한쪽 발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 배우러 오는 학생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공자가 당시 유명한 선생이었는데 공자보다도 오히려 배우러 오는 제자들이 많았습니다. 그 이유는 그가 말을 잘해서도 아니고 지식을 많이 갖고 있어서도 아니었습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그 사람 앞에 서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였습니다. 흐르는 물〔流水〕에는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수 없고 정지된 물〔止水〕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왕태라는 사람의 정지된 모습에서 그동안 보지 못하던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 것입니다. 비록 월형刖刑을 받아 불구가 되었지만 인생을 원망하거나 하늘을 비난하지 않는 왕태의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마음의 미동도 없이 현실에 존재하는 왕태의 모습에서 인간이란 존재의 절정을 보았을 것입니다.

 

사지가 멀쩡하고, 지식도 많고, 가진 것도 많지만 마음의 불구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늘 자신의 현재를 부정하고, 나보다 더 가진 사람과 비교하고, 나보다 더 잘난 사람을 비난하는 사람은 마음의 불구입니다.

몸의 불구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도 마음의 불구는 참으로 비참합니다.

 

자산子産은 정鄭나라의 재상이었습니다. 그는 백혼무인伯昏無人이라는스승에게서 배웠습니다. 동창생 중에 신도가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형벌을 받아 다리가 없는 불구였습니다. 자산은 기분이 나빴습니다. 자신이 불구자와 함께 공부한다는 것이 수치스러웠나 봅니다. 자산은 신도가에게 학교를 나가라고 하였습니다. 안 나가면 자신이 나간다고 하였죠. 어찌 불구인 몸으로 자신처럼 지체 높은 사람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신도가는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였습니다. 한때의 잘못으로 불구가 되었는데 사람들의 눈과 비난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팠답니다. 그러나 백혼무인 선생님에게 배운 후로

는 그런 마음이 사라졌다고 하였습니다. 선생님은 나를 불구자로 보신적도 없고, 19년 동안 선생님 밑에서 배우면서 내가 불구자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육체의 불구는 껍데기일 뿐 덕의 세계는 육체의 불구를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선생님 밑에서 덕으로 교류하며 어울리는데 당신이 나를 불구자라고 하니 오히려 당신이 이곳에서 배울 자격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산은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습니다.

 

세상에는 마음의 불구자들이 참 많습니다. 자신의 생각만 옳고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고, 좋고 나쁨을 가

려 사람들을 분류합니다. 몇 평짜리 집에서 사는지, 학벌과 경력은 어떤지, 차는 무엇을 타고 다니는지, 연봉은 얼마인지, 사람의 겉만 보고 판단하고 어울리려고 합니다. 인성과 덕은 형편없어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겉만 화려하면 그만입니다. 화려하게 치장한 화장만 보지 내면의 얼굴을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마음의 불구자라고합니다.

 

<덕충부德充符>에서 가장 화려한 아이돌은 애태타입니다. 못생긴 것으로 따지면 노나라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빠지지 않는 추남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사람들은 그를 보면 남자든 여자든 열광합니다. 남자들은 동성임에도 함께 있고 싶어 하고, 여인들 중에는 젊고 잘생긴 사람의 처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애태타의 첩이 되겠다고 부모에게 조르는 이들이 수십이나 되었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죠? 멋진 언변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잡는 것도 아니고, 권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이 많아서 사람들에게 뿌리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거기에다 정말 추남중에 추남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애태타는 그의 덕을 온전하게 보존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하늘이 준 참 본성을 잘 보존하며 사는 사람을 재전才全이라고 합니다. 그에게 삶과 죽음, 부와 가난, 출세와 실패, 잘남과 못남, 칭찬과 비난, 더위와 추위의 변화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저 다가온 것에 순응할 뿐입니다. 어떤 상황이 되어도 마음이 흔들리거나 감정이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함께 있으면 행복의 바이러스가 전이됨을 느끼는 것입니다.

 

잘난 것도 없는데 함께 있으면 뭔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 감정의 기복도, 마음의 변화도 없이 늘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자신의 덕을 온전하게 보존하며 사는 사람이기에 애태타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입니다.

 

우리 인생은 줄타기라고 하나요? 참 많은 감정의 변화 속에 외줄 타기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덕의 본질은 상처 나 있고 일상은 늘 격정 속에 흔들리며 위태롭습니다. 이 시대의 애태타를 만나보고 싶습니다.

 

얼굴은 못생기고 학력은 없어도 그 옆에 있으면 마음이 행복해지는 사람, 정말 애타게 그려보는 그런 애태타가 이 시대 어딘가에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