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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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박재희의 <고전의 대문 2> - 박재희

Chapter 6.'노장과 병법' 편 #5 <장자> 나는 차라리 ‘고독한 돼지’가 되겠소

<고전의 대문 2> 노장과 병법 편 #5 경계를 넘어서 유행遊行하라!

 

<장자> 나는 차라리 ‘고독한 돼지’가 되겠소!

 

초나라 왕이 장자가 현명하고 지혜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사신을 보내 장자를 재상으로 초빙하려고 하였습니다. 초나라 사신은 장자를 만나서 초나라 왕이 엄청난 돈을 주고 재상으로 초빙하려는 뜻을 전했습니다. 그때 장자는 그 제안을 거절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많은 돈도 중요하고 재상의 자리는 참 존귀한 자리오.

 

그런데 당신은 저 제사에 쓰이는 희생의 소를 보지 못했소? 제사를 지내기 전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수를 놓은 비단 옷을 입히지만, 결국 제사에 희생으로 끌려갈 때는 외로운 돼지로 평범하게 살걸 후회를 하지만 이미 그때는 늦은 때요.

 

어서 돌아가시오. 더 이상 내 마음을 흔들지 마시오. 난 비록 궁벽한 환경이지만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인생을 살다 가고 싶소. 어떤 권력자에게 종속되어 내 삶의 자유를 저당 잡히고 싶지않소.

 

그저 어디에도 묶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다 가고 싶소.”

 

사마천의 《사기》 에 나오는 장자의 인생 기록입니다. 사마천의 평가에 의하면 장자는 현명하고 능력이 있었으나 권력에 종속당하지 않고 자신의 영혼을 존중하며 자유롭게 살다 간 인물이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장자의 자발적 선택입니다. 능력이 없고 부르는 곳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세상과 결별하고 궁하게 산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자유의지로 그 길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가끔 TV를 보면 산에 들어가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되곤 합니다. 세상을 등지고 산속으로 들어간 사람들의 이유를 들어보면 참 다양합니다. 중한 병에 걸려서 치료를 위해 들어간 사람도 있고, 인생의 쓴맛을 경험하고 만사가 다 싫어서 들어간 사람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더 이상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가 없다고 느꼈기에 세상을 등진 것입니다. 장자는 외로운 돼지, 고돈孤豚이라는 표현으로 자신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더럽고 불결한 곳에서 외롭고 쓸쓸하고 별 볼 일 없는 한 마리 돼지처럼 사는 삶입니다. 하지만 어떤 누구에게도 종속당하지 않고, 자신의 자유의지대로 살아가는 어쩌면 가장 위대한 돼지입니다. 그 선택은 자발적 선택이기에 더욱 아름답고 가치가 있습니다. 자신의 영혼과 자유를 저당 잡히지 않고 선택한 삶이기에 더욱 빛나고 의미 있습니다.

 

 

제가 아는 분은 대기업 임원이셨습니다. 능력도 출중하여 누구나 회사 사장 1순위 후보로 생각하는 분이었죠. 일을 즐겨서 밤새도록 일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였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해주는 칭찬에 더욱 열정을 가지고 일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사표를 내고 시골로 들어갔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갑작스런 그분의 결정과 행동에 많은 이야기들과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그분은 집 안에 냉장고를 두지 않습니다. 냉장고를 두면 그 안에 넣을 음식이 필요하고, 그 음식을 구하려면 또다시 자신의 자유를 저당 잡히고 노동에 시간을 더욱 투입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일상은 참 단순합니다. 동네 어린아이들에게 영어를 무료로 가르치고, 산책을 하기도 하고, 책을 읽거나 색소폰을 연주하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하루 종일 꽃과 놀기도 합니다. 그분은 미래에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보다는 지금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에 더욱 관심이 많습니다. 무엇을 소유하려 하기보다는 무엇을 경험할 것인가에 집중합니다. 주변에서 그 능력과 재능을 사용하여 자신을 위해 쓰라고 하지만, 그분은 단호하게 현재의 삶을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어른들의 장난감인 비싼 자동차를 타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자유를 팔기보다는 산책과 명상을 통해 자신의 자아가 더욱 성숙해지기를 바랍니다.

 

세상에 어떤 결정이 모두 훌륭할 수만은 없습니다. 때로는 자신의 능력을 세상을 위해 사용하고 자신의 시간을 타인을 위해 사용하는 것도 참 아름다운 결정입니다. 그러나 때가 아니라고 생각되면 미련 없이 자리와 소유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영혼을 좇아 사는 것도 의미 있는 결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나는 지금 이곳 여기에서 ‘의미’와 ‘재미’를 느끼며 살고 있는가에 대한 치열한 질문입니다. 이 질문이 끊어지는 순간 인생은 굳어지고 얽혀지게 됩니다.

 

장자는 어떤 특정한 인물이라기보다는 우리 가슴속에 늘 존재하며 내 영혼을 깨우는 어떤 신호signal입니다. 우리가 길을 잃고 헤맬 때 장자는 우리에게 작은 소리로 잠자고 있는 내 위대한 에너지를 깨웁니다. 그가 우리에게 보내주는 신호는 미약하지만 잃었던 정신을 회복시켜주는 청량제입니다. 부와 권력만이 인생에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장자의 신호에 귀를 기울여볼 만합니다.

 

자유와 영혼의 떨림, 무한한 상상과 신기한 이야기들이 가득한 세계로 우리를 인도해줄 것입니다. 그곳에는 골프 경기에서 등장하는 앨버트로스 새의 이야기가 있고, 수만 년 동안 죽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사는 대춘大椿이라는 나무 이야기도 있습니다. <용문객잔 龍門客棧> 영화에 나오는 칼잡이처럼 소를 자유자재로 해체하는 포정庖丁이라는 칼잡이 이야기도 있습니다. 비록 얼굴은 추남이고 몸은 왜소하지만 모든 여인들의 연애 동경 대상 1호인 애태타 哀駘它라는 멋진 남자의 이야기, 장애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남부럽지 않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지리소支離疏의 행복 비결은 우리의 잠든 영혼을 깨웁니다. 저와 같이 장자가 꿈꾸는 무하유 無何有의 동네로 여행을 떠나보기로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