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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희의 <고전의 대문 2> - 박재희

Chapter 3.'노장과 병법' 편 #2 <도덕경> 서번트리더십의 실천자, 성인

<고전의 대문 2> 노장과 병법 편 #2

 

<도덕경> #2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의 실천자, 성인

 

《도덕경》에는 성인聖人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논어》에서 군자君子라는 말이 반복되어 등장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도덕경》에서 서른한 번이나 반복해서 나오는 가장 이상적인 인간형이 성인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성인군자의 어원은 《도덕경》과 《논어》에서 나왔습니다. 성인에 대한 일반적인 느낌은 일반인과 다른 어떤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는 느낌입니다. 기독교에서는 하느님을 위해 목숨을 던진 사람을 성인saint이라 하고,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완벽한 사람을 성인이라고도 합니다. 속세의 사람들이 감히 근접할 수 없는 높은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는 것이 성인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그러나 노자에서 성인은 그런 초월적이고 탈속적이고 도덕적인 인간의 모습은 아닙니다. 강요보다는 자율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주장보다는 상대방의 의견에 더욱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라면 성인에 가깝습니다. 이념이나 관념보다는 사람과 실제를 강조하고,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기보다는 그 성공을 과감하게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이 노자의 성인입니다. 겸손과 비움으로 삶을 살아가며 지식과 편견의 그물에 걸려 있지 않고 늘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 성인입니다.

 

성과를 소유하지 않고 나눌 줄 알며,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함께 누릴 줄 아는 사람, 명예, 권력, 지위보다는 나의 삶에 대해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노자의 성인과 닮아 있습니다.

사치하기보다는 검소함으로, 교만하기보다는 겸손함으로, 강요하기보다는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사람이 성인입니다.

 

이런 사람이라면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저는 《도덕경》에서 성인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한 가지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 나의 리더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회장님이 되고, 시장이 된다면 그 나라와 조직은 참 아름다운 조직이 될 것 같습니다. 좋은 성과를 올리지만 그것이 강요와 굴종과 압박이 아니라 자율과 자발과 타협을 통해 만들어지고, 그 성과가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질 수 있다면 참 멋진 리더의 모습입니다.

 

요즘 시대에 리더들을 한번 떠올려봅니다. 빌 게이츠, 오바마, 모택동, 시진핑, 스티브 잡스, 이승만, 노무현, 아베, 메르켈, 정주영, 이병철, 스탈린, 블룸버그, 참 세상에는 리더도 많습니다. 그 많은 리더들은 자신만의 리더십과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리더가 가장 노자가 꿈꾸었던 성인의 모습과 닮아 있을까요?

 

성인에 대한 노자의 견해 중 하나가 ‘섬김의 리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섬김의 반대는 군림입니다. 성인은 지시하고 군림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섬기는servant 리더십입니다. 내가 윗사람으로서 군림하고 부리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내 주인이다” 하고 거꾸로 아랫사람을 섬겼더니만, 오히려 나를 더 존경하고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성과를 낸다는 것이 섬김의 리더십입니다.

 

우리가 노자 철학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성과를 내기보다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는 탈속의 철학으로 노자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노자 철학은 다른 동시대의 사상가들과 마찬가지로 성과를 추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높이고, 최후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노자의 목표입니다. 그러나 다른 사상들과 다른 점은 강하고 센 것만이 생존의 목표를 달성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노자는 반反성과주의자가 아닙니다. 다만 성과를 추구하기 위한 방법론이 다른 것뿐입니다. 군림해서 성과를 낼 수도 있지만 섬겨서 성과를 낼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 도가입니다. 단기간의 성과 면에서 보면 군림하는 것이 훨씬 빠르겠지만,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과 면에서는 섬김을 통해 이루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입니다.

 

성과를 그래프로 그리고 경쟁을 시켜서 올리는 방법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면 거짓된 성과도 만들어지고, 기반이 없는 성과가 이루어져 지속적인 성과로 연결될 수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과는 자발적으로, 자율적으로, 지속적으로 내는 성과입니다.

 

그렇다면 노자의 소리를 들어보아야 합니다. 기업이 고객을 설득하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홍보나 선전도 중요하지만 말없는 진심이 가장 아름다운 마케팅이 될 수 있다는 진실을 알고 싶다면, 노자가 대답해줄 수 있습니다. 국민들을 하나로 통합해 국가의 발전과 미래의 생존을 도모하려면 그들을 규제하고 속박하기보다는,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들어보고 그 마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는 진실을 노자의 소리 속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노자의 《도덕경》은 리더십입니다. 물론 삶의 철학이나 우주의 본질을 말하는 책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도덕경》의 시작은 난세에 생존을 위한 고민에서 시작됩니다. 그 고민의 주체는 조직의 리더입니다. 생존을 고민하는 리더에게 전혀 다른 발상으로 그 해법을 들려주는 책이 《도덕경》입니다.

 

《도덕경》에서는 자율의 리더, 겸손의 리더, 미완의 리더를 강조합니다.

 

노자는 말합니다.

 

섬겨라.

그러면 스스로 할 것이다!

낮춰라.

그러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완성을 추구하지 마라!

그러면 더 큰 완성을 보게 될 것이다!

 

노자의 이런 리더십을 저는 역발상의 리더십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런 방법이 완벽하게 선하거나 옳다는 가치 판단을 해서는 안 됩니다. 때로는 강력한 힘으로 몰아쳐서 성과를 이루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한 방향의 성과 창출 방식만 고집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때로는 부드럽게 가고, 낮추는 것 역시 성과 창출의 한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 리더의 사고 폭은 더욱 넓어질 것입니다. 세상에 어떤 것도 완벽하고 순선純善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상황에 따라, 여건에 따라 어떤 방법이 더욱 효과적인지는 고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강함이든 부드러움이든, 진進의 방식이든 퇴退의 방식이든, 강요〔言〕든 자각〔不言〕이든 어느 한 면만 강조되고 칭송되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문명을 넘어서 세상은 이 두 가지 축으로 지금도 여전히 경쟁 중입니다. 왜냐하면 두 가지 중 어떤 것이 옳다고 쉽게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리더십을 발휘했을 때 어떤 쪽이 정답이던가요? 그때그때마다 적절하게 맞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자꾸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 하다 보면 이데올로기가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저는 철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철학도 존재하고 저런 철학도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