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김영사가 기획한 특별한 즐거움.
책과 함께하는 재미가 가득합니다.

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호모 데우스> - 유발 하라리

Chapter 12.#12. 초인의 등장과 초지능 알고리즘

지금까지 우리는 자유주의가 직면한 세 가지 실질적 위협 가운데 둘을 살펴보았다. 첫째는 인간이 가치를 완전히 잃게 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인간이 집단으로서의 가치는 유지하더라도 개인은 권위를 잃고 외부 알고리즘의 관리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시스템이 교향곡을 작곡하고, 역사를 가르치고, 컴퓨터 코드를 작성하려면 여전히 당신이 필요하겠지만, 시스템은 당신보다 당신을 더 잘 알 것이고 그러므로 중요한 결정의 대부분을 당신 대신 내릴 것이다. 더욱이 당신은 그것에 완벽하게 만족할 것이다. 그것이 반드시 나쁜 세계는 아니다. 하지만 어쨌든 포스트 자유주의 세계인 것만은 분명하다.

 

자유주의가 직면한 세 번째 위협은, 일부 사람들은 업그레이드되어 필수불가결한 동시에 해독 불가능한 존재로 남아 소규모 특권집단을 이룰 거라는 점이다. 이런 초인간들은 전대미문의 능력과 전례 없는 창의성을 지닐 것이고, 그런 힘을 이용해 세계적으로 중요한 대다수의 결정들을 계속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시스템의 유지보수를 담당할 것이고, 시스템은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고 관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업그레이드되지 않을 것이고, 그 결과 컴퓨터 알고리즘과 새로운 초인간 양쪽의 지배를 받는 열등한 계급이 될 것이다.

 

 

 

 

앤젤리나 졸리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유전자 검사 비용이 비싸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졸리가 받은 검사의 비용은 현재 3,000달러이다(유방 절제술, 복원수술, 관련 치료 비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10억 명은 하루에 1달러 이하를 벌고, 또 다른 15억 명은 하루 1~2달러를 버는 세상이다. 이들은 평생에 걸쳐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3,000달러라는 유전자 검사 비용을 마련할 수 없다.

 

이런 가능성을 제기하면 과학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20세기의 수많은 획기적인 의학 치료들도 부자들이 먼저 시작했지만 결국 인류 전체가 혜택을 보았고, 그런 치료들은 사회적 격차를 넓히기보다 좁히는 데 일조했다고 대답한다. 예를 들어 백신과 항생제의 경우 처음에는 서구 국가의 상위 계급에만 혜택이 돌아갔지만 지금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혜택을 누린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21세기에도 그대로 반복될 거라는 기대는 희망적 사고에 그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할 만한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첫째, 의학은 중대한 개념적 혁명을 겪고 있는 중이다. 20세기에 의학의 목표는 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21세기에 의학의 목표는 건강한 사람의 성능을 높이는 쪽(업그레이드)으로 가고 있다.

 

 

 

 

둘째로, 20세기 의학의 혜택이 대중에게 돌아간 것은 20세기가 대중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20세기 군대는 수백만 명의 건강한 군인들을 필요로 했고, 20세기 경제는 수백만 명의 건강한 노동자를 필요로 했다. 따라서 국가는 모든 국민의 건강과 활력을 보장하기 위해 공공보건 서비스를 마련했다. 지금까지 인류가 이룬 가장 위대한 의학적 성취는 대중 위생시설의 보급, 예방접종 운동, 유행병 극복이었다.

 

하지만 대중의 시대는 끝나고, 더불어 대중의학의 시대도 끝날 것이다. 인간 병사와 노동자들이 알고리즘에 밀려나면, 적어도 일부 엘리트 집단들은 쓸모없는 가난뱅이 대중에게 더 나은 건강, 아니, 표준적인 건강조차 제공할 필요가 없으며, 차라리 표준을 능가하는 소수의 초인간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일이라는 결론에 이를지도 모른다.

 

20세기 인간의 거대한 프로젝트(기아, 역병, 전쟁을 극복하는 것)는 모든 사람에게 예외 없이 풍요, 건강, 평화의 보편적 표준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21세기의 새로운 프로젝트(불멸, 행복, 신성을 얻는 것) 역시 포부는 인류 전체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들의 목표는 기준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능가하는 것이라서, 새로운 초인간 계급을 탄생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런 초인간들은 자유주의의 근본 바탕을 포기하고 보통 인간을 19세기 유럽인이 아프리카인을 대한 것처럼 대할 것이다.

 

 

 

 

과학의 발견과 기술 발전이 인류를 쓸모없는 대중과 소규모 엘리트 집단의 업그레이드된 초인간들로 나눈다면, 혹은 모든 권한이 인간에게서 초지능을 지닌 알고리즘으로 넘어간다면 자유주의는 붕괴할 것이다. 이때 어떤 새로운 종교 또는 이념이 이 공백을 메우고, 신과 같은 우리 후손들의 후속 진화를 이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