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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호모 데우스> - 유발 하라리

Chapter 8.#8. 높은 지능의 알고리즘과 잉여 인간

자유주의자들이 자유시장과 민주적 선거를 지지하는 이유는, 모든 개인이 저마다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 그들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이 권력의 궁극적 원천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21세기에 전개될 세 가지 실질적 상황이 이 믿음을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다.

1. 인간은 경제적·군사적 쓸모를 잃을 것이고, 따라서 경제적·정치적 시스템은 그들에게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을 것이다.

 

2. 시스템은 인간에게서 집단으로서의 가치는 여전히 발견할 테지만, 개인으로서의 가치는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3. 시스템은 일부 특별한 개인들에게서 가치를 발견할 테지만, 그런 개인들은 일반 대중이 아니라 업그레이드된 초인간들로 이루어진 새로운 엘리트 집단일 것이다.

첫 번째 위협(기술 발전이 인간을 경제적·군사적으로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다)이 철학적 수준에서 자유주

의가 틀렸음을 증명하지는 못할 테지만, 실질적 수준에서 민주주의, 자유시장, 그밖에 자유주의 제도들이 그런 타격을 과연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유주의가 지배적인 이념이 된 것은 그 철학적 논증이 한치의 오류도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자유주의가 성공한 것은 모든 인간 존재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타당했기 때문이다. 근대 산업전쟁들의 대규모 전장에서, 그리고 근대 산업경제의 대량 생산라인에서는 모든 사람이 소중했다.

 

 

 

 

하지만 21세기 남성과 여성 대다수는 군사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잃을 것이다. 두 번의 세계대전에서와 같은 대량 징병은 더 이상 없을 것이고, 21세기의 가장 진보한 군대는 지금보다 훨씬 더 첨단 기술에 의존할 것이다. 무수한 총알받이 대신, 무인 드론과 사이버 바이러스를 갖춘 첨단부대가 20세기의 대규모 군대를 대체하고 있고, 장군들은 중요한 결정을 점점 더 알고리즘에 위임한다.

 

경제 영역에서도, 망치를 들거나 버튼을 누르는 능력의 가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우리는 산업혁명 때 말들이 맞이했던 운명을 기억해야 한다. 농장에 사는 평범한 말은 냄새를 맡고, 사랑하고, 얼굴을 알아보고, 울타리를 넘는 등 천 가지 일을 포드의 모델 T나 100만 불짜리 람보르기니보다 훨씬 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자동차가 말을 대체한 것은 시스템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몇 가지 일에서 더 뛰어났기 때문이다.

 

어떤 경제학자들은 성능을 높이지 못한 인간은 조만간 완전히 무용지물이 될 거라고 예측한다. 은행원과 여행사 직원은 그러잖아도 얼마전 자동화과정을 겪으면서 이미 멸종위기 직종이 되었다.

 

 

 

 

증권거래소에서 일하는 증권사 직원들도 위험하다. 이미 대부분의 증권거래가 컴퓨터 알고리즘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이런 알고리즘들은 한 사람이 1년 동안 처리할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하고, 인간이 눈 한 번 깜박하기도 전에 그 데이터에 반응한다.

 

변호사들이 꼭 인간일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평범한 변호사들은 서류를 끝도 없이 검토하면서 판례, 법적 허점, 증거가 될 수 있는 정보들을 찾는 데 시간을 보낸다. 정교한 검색 알고리즘이 인간이 평생 동안 찾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판례를 하루만에 찾을 수 있다면, 그리고 버튼 하나만 눌러 뇌 영상을 통해 거짓말과 기만이 밝혀질 수 있다면, 변호사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의사들도 알고리즘의 표적이다. 만약 내가 고열과 설사 때문에 병원에 간다면, 내 병은 식중독일 수 있다. 하지만 장염, 콜레라, 이질, 말라리아, 암, 또는 미지의 새로운 질병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 의사는 겨우 5분 만에 정확한 진단을 내려야 하는데, 내 건강보험이 그만큼의 비용만 지불하기 때문이다.

 

 

 

 

5분은 몇 가지 질문과 짧은 검사 정도만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의사는 그 빈약한 정보를 내 병력 그리고 온 세상의 질병들과 대조한다. 그러나 아무리 부지런한 의사도 내가 전에 앓은 모든 병과 전에 받은 모든 검사를 기억할 수는 없다. 또한 어떤 의사도 모든 병과 약물을 알 수 없고, 모든 의학 학술지에 발표된 모든 논문을 읽을 수 없다.

 

이런 위협은 비단 일반 의사들만이 아니라 전문의들에게도 도사리고 있다. 실제로 암 진단 같은 비교적 좁은 분야를 전공한 의사들을 대체하기는 훨씬 더 쉽다. 예컨대 최근에 실시한 한 실험에서 컴퓨터 알고리즘은 제시된 폐암 사례들 가운데 90퍼센트를 정확하게 진단한 반면, 인간 의사들의 성공률은 50퍼센트에 그쳤다.

 

21세기 경제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아마도 ‘그 모든 잉여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일 것이다. 거의 모든 것을 더 잘할 수 있는 높은 지능의 비의식적 알고리즘이 생긴다면, 의식을 가진 인간은 무엇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