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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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호모 데우스> - 유발 하라리

Chapter 4.#4. 행복에도 유리천장은 있다

인류의 의제에 오를 두 번째로 큰 주제는 행복의 열쇠 찾기가 될 것이다. 그동안의 역사에서 수많은 사상가, 예언자, 일반인들은 생명 자체가 아니라 행복을 최고선으로 규정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신을 숭배하는 것은 시간낭비이고, 사후세계는 없으며, 행복이 인생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설파했다. 고대 사람들 대부분은 에피쿠로스의 생각을 거부했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모두가 동의하는 기본전제가 되었다.

 

 

 

 

18세기 말 영국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최고선으로 선언했고, 국가와 시장 그리고 과학계가 추구할 단 하나의 가치 있는 목표는 세상 모든 사람의 행복을 증진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정치인들은 평화를 유지해야 하고, 기업가들은 부를 키워야 하고, 학자들은 자연을 연구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왕이나 국가 또는 신의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내가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이다.

 

19세기부터 20세기에 걸쳐 많은 이들이 벤담의 비전에 대해 번지르르한 말을 쏟아냈으나, 정부, 기업, 연구실은 눈앞의 분명한 목표에 집중했다. 국가가 생각하는 성공의 척도는 국민의 행복이 아니라, 영토의 크기, 인구증가, GDP 증대였다. 독일, 프랑스, 일본 같은 산업화된 나라들은 대규모의 교육제도와 보건복지제도를 만들었지만, 이 제도들의 목표는 개인의 행복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국력을 키우는 것이었다.

 

 

 

 

20세기에는 1인당 GDP가 국가의 성공을 평가하는 제1의 척도였다. 이 기준에서 보면, 국민들이 1년 동안 평균 5만 6,000달러어치의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싱가포르가 국민들이 1년에 겨우 1만 4,000달러어치를 생산하는 코스타리카보다 성공한 나라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사상가와 정치인은 물론 경제학자들조차 GDP(국내총생산)를 GDH(국내총행복)로 보완하거나 대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은 생산이 아니라 행복을 바란다. 생산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행복의 물질적 바탕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생산은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 코스타리카 사람들이 싱가포르 사람들보다 삶의 만족도가 훨씬 높다는 조사결과가 줄을 잇고 있다.

 

 

 

 

에피쿠로스는 분명 뭔가를 알고 있었다. 행복은 쉽게 오지 않는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인류는 유례없는 성취를 이루었지만, 지금 사람들이 옛날의 조상들보다 훨씬 더 만족스러운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높은 수준의 부, 안락, 안전을 누리는 선진국의 자살률이 전통사회들보다 훨씬 더 높다는 것은 불길한 징조이다.

 

1985년에 한국은 비교적 가난한 나라였고, 전통에 얽매여 있었으며, 독재체제하에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은 경제강국이고, 국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교육받은 사람들이며, 안정된 상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민주주의 정권을 향유한다. 하지만 1985년에 10만 명당 아홉 명 정도의 한국인이 자살한 반면, 현재 한국의 연간 자살률은 10만 명당 서른 명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전례 없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유리천장에 부딪혀 행복이 그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가 모든 사람에게 무상으로 음식을 제공하고 존재하는 모든 질병을 치료하고 세계평화를 이룬다 해도, 그 유리천장이 깨진다는 보장은 없다. 진정한 행복을 획득하는 것이 노화와 죽음을 극복하는 것보다 쉽지는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