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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지적 호기심을 위한 미스터리 컬렉션> - 맹성렬

Chapter 4.#4 텔레파시 부정론자에서 긍정론자가 된 프로이트

앞에서(책에서) 프로이트가 융과 결별하게 된 원인 중 하나가 초상현상에 대한 견해 차이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프로이트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텔레파시 같은 초감각 지각에 대해 매우 우호적인 태도를 갖게 됐다. 그는 1901년에 쓴 《일상생활에서의 정신분석학》 이라는 책에서 텔레파시 현상이 실제로 타인의 생각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잠재의식이 우연히 맞아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1924년에 개정판을 내면서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정신감응적 사고 전달(텔레파시)이라는 설명이 가장 적절해 보이는 놀라운 몇 가지 사례를 접했다”는 내용을 첨가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그리고 1925년에 쓴 한 논문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텔레파시 존재를 다음과 같이 옹호했다.

아마도 텔레파시가 정말로 존재하는 것 같다.

그는 계속해서 텔레파시가 어떨 때 가능한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텔레파시는 어떤 생각이 무의식에서 나오거나,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 말해

생각이 ‘원초적 단계’에서 ‘2차적 단계’로 넘어갈 때 특히 쉽게 이루어진다.

 

 

 

1910년대 초까지 텔레파시를 비롯한 모든 초상현상에 대해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 융을 격분시켰던 프로이트가 어떤 계기로 이렇게 큰 사상적 전향을 하게 된 것일까?

 

사실 프로이트가 초상현상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특히 그는 텔레파시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융과의 언쟁이 있기 전인 1908년부터 프로이트는 헝가리 정신의학자이자 절친한 친구인 샨도르 페렌치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다.

 

특히 융이 결별을 선언했던 1913년 늦가을 프로이트가 페렌치에게 보낸 편지에는 그의 텔레파시에 대한 관심이 표명되어 있다. 페렌치가 텔레파시 능력자인 알렉산더 로스 교수를 비엔나정신분석학회에 초청해서 텔레파시 실험을 하고 그날 오후에는 교령회도 개최할 것이라고 예고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이 편지에서 프로이트는 텔레파시 실험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교령회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는데, 그것이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로스와의 텔레파시 실험은 대성공이었고 페렌치가 주도하여 비엔나정신분석학회에서 로스의 텔레파시 능력에 대한 보증서를 써주었다. 페렌치가 이를 프로이트에게 알리자 프로이트는 “한번 생각해보시오. 만일 비엔나정신분석학회가 보장해준 그에 대한 공개적인 토론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당신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밖에 없을 것이오”라고 하면서 보증서의 회수를 요구했다. 이 편지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까지만 해도 프로이트는 텔레파시에 대한 관심과 긍정적인 태도는 갖고 있었으나 이런 그의 관심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에 대해서는 극도로 꺼리고 있었다.

 

1915년에서 1920년 사이에 둘이 주고받은 편지에서 텔레파시에 관한 내용은 별로 많지 않았지만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논쟁을 하지 않을 정도로 프로이트는 텔레파시의 실재에 대해 긍정적인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프로이트는 1921년에 쓴 편지에서 자신이 <정신분석과 텔레 파시>라는 논문을 완성했음을 알린다. 그리고 1924년에는 길버트 머레이 교수가 영국심령학회에서 행한 텔레파시 실험을 언급하면서 이제는 텔레파시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라고 선언하고 있다. 앞에서 알렉산더 로스에 대해 매우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던 프로이트가 왜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일까?

 

우선 길버트 머레이가 누구인지부터 알 필요가 있다. 머레이는 당시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그리스학 교수였으며 수학자 버트런트 러셀이나 소설가 H. G. 웰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 그리고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 등과 오랜 교분을 나누던 명사였다. 이런 저명인사가 자신에게 텔레파시 능력이 있음을 공개하고 스스로 능력을 검증받겠다고 했고 영국심령학회(SPR, The Society for Psychical Research)에서 그에 대한 조사를 했다. 그를 조사한 이는 엘리너 시즈윅으로 1902년부터 1905년 사이에 영국 수상을 역임한 아서 발포어 경의 누나였다. 또 이 실험에서 텔레파시를 보내는 역할을 맡은 이는 아널드 토인비의 부인이었다. 누가 봐도 아주 믿을 만한 실험이었고 프로이트도 이런 완벽한 실험에 대해서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