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김영사가 기획한 특별한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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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 오디오 클립 이벤트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 김정범

Chapter 1.#1. 아름다운 너의 어제, 유재하-사랑하기 때문에

 

 

음악은 우리에게 무엇일까요.

우리는 음악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의 취향이나 어린 시절의 모습을 엿보기도 합니다.

 

하루는 녹음실에서 예전에 좋아하던 음악과 지금 좋아하는 음악을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나의 과거에는 어떤 음악이 있었나’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사람의 기억이란 참 신기합니다.

그 시절의 멜로디를 떠올리자 잊었던 시간과 이야기들이 하나씩 하나씩 떠오르더군요.

 

오늘은 그 시절 만난 음반 중 제게 가장 큰 충격을 던진 음반 하나를 소개합니다.

초등학교 시절, 동네 이발소에서 이발을 하곤 했습니다. 하루는 이발을 하다 말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에 저도 모르게 “잠깐만요!” 하고는 다짜고짜 집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흥분된 목소리로 라디오 좀 켜보시라고 외쳤지요. 처음 접하는, 그 때까지는 들어보지 못했던 놀라운 가요가 흐르고 있었거든요. 그 노래가 누구의 무슨 노래인지 정말이지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결국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흩어졌다며 이발소 아저씨에게 호된 꾸지람만 듣고 노래의 주인공은 알지 못했더랬지요.

그 후로 저는 지금껏 머리를 자를 때만큼은 잡지도 보지 않고 음악도 듣지 않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이 정도면 그때 그 음악이 제게 던진 충격을 짐작하시려나요.

시간이 지나서야 그때 이발소에서 흐르던 노래의 정체를 알았습니다.

 

 

 

 

 

바로 고故 ‘유재하’의 ‘지난날’이었어요. 그리고 이 곡이 실린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는 유로 댄스에 빠져 있었던 제가 구매한 첫 가요 음반이었습니다. 세대를 불문하고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 이 음반 <사랑하기 때문에>를 제게 소개해준 방송은 돌이켜보면 신보를 소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너무나 새로운 음악이기 때문이었을까요. 제가 음반을 살 무렵까지만 해도 이 앨범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국 가요의 발라드는 바로 이 앨범을 통해 확고해졌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펑크와 보사노바, 클래식의 영역을 넘나드는 다양한 음악적 배경은 지금 들어도 무척이나 놀랍습니다.

어제(2012년 10월 24일), 한 방송사의 유재하 추모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했습니다. 11월이면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5주년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 뮤지션들이 출연해 그의 곡들을 연주한 것이지요. 저 역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이라 여러 선후배와 자리를 같이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관객과 같은 마음으로 음악을 들었던 것 같아 새삼 뭉클했습니다.

 

아주 오래전, ‘푸딩’ 음반을 내고 음악을 그만두려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고민 많던 시절이었지요. 그때 한 음반회사 대표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정범 씨의 앨범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푸딩의 음악을 들었던 시대를 삶 속에서 기억할 거예요.

그리고 그 음악을 통해 시대를 소통하고

나누며 살아가게 될 겁니다. 그런 축복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 힘내요.”

 

저의 어제를 아름답게 만들어주신 선배님들께 더욱 감사해집니다. 그들을 지켜주신 여러분께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