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김영사가 기획한 특별한 즐거움.
책과 함께하는 재미가 가득합니다.

김영사 오디오 클립 이벤트

어떤 대통령을 선택해왔는가? <대한민국의 대통령들> - 강준식

Chapter 1.#1 박근혜_영애의식

다시 왕조 시대로 돌아간 것일까?

 

아버지 부시에 이어 아들 부시가 미국 대통령을 할 때도 좀 이상한 느낌이 들었더랬는데, 옆 나라 일본에선 기시 노부스케 총리의 외손자인 아베 신조가 총리를 하고 있고, 중국에선 공산당 원로의 자식들 모임인 태자당의 시진핑이 주석을 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인도·파키스탄·스리랑카·방글라데시 등에서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아들이나 딸이 총리 또는 대통령을 지낸 경우가 많았고, 그리스의 경우도 북한처럼 3대가 총리를 역임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아버지 박정희에 이어 딸 박근혜가 대통령을 하고 있다. 이렇게 열거하다보니 세계적으로 가문정치가 유행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문제는 그 결과가 별로 좋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인도·파키스탄·스리랑카·방글라데시의 경우는 부정부패 등으로 나라가 수렁에 빠졌고,

아르헨티나의 경우는 페론 부부가 세계 제4위의 부자 나라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그리스의 경우도

아버지 파판드레우 총리 때 파탄 낸 나라 경제를 그 아들이 복구하려고 애쓰다가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한국은 현재 ‘제2의 IMF’라는 표현으로도 모자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2세나 3세의 집권은 왜 이처럼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왕조 시대의 종식 원인에서 찾아야 한다. 근대 공화주의의 등장은 인간의 오류 가능성에 대한 성찰로부터 비롯되었다. 민주주의를 통한 정권교체가 필수적인 이유는 앞선 통치의 오류에 대한 교정의 필요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가문정치는 선대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고치기가 어렵다. 오히려 권력자의 아들딸로 자란 그들에겐 왕자병이나 공주병 같은 것이 있다. 전형적인 부잣집 망나니 아들로 자라다 근본주의 기독교 신자가 되었다는 부시는 미국을 역사상 최악의 전쟁 수렁으로 밀어 넣었고, 역시 왕자병을 지닌 아베는 군사대국화를 위한 개헌에 반대하는 일본 국민이 찬성하는 사람보다 배가 많은데도 굳이 이를 밀고 나간다. 집권 이후 역시 군사대국화를 추진하고 있는 시진핑의 중국은 경제 또한 불안하다는 뉴스가 자주 등장할 정도의 저성장을 이어가고 있어 앞날을 지켜보아야 한다.

 

 

박근혜의 경우는? ‘영애의식’이 있다.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좌장이었던 김무성은

기자들에게 “너거, 박근혜가 제일 잘 쓰는 말이 뭔지 아나” 하고 물었다.

기자들이 “원칙, 신뢰, 약속 아닌가요”라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

하극상이다, 하극상!

 

박근혜가 초선으로 당 부총재를 했는데 선수도 많고

나이도 많은 의원들이 자기를 비판하니까 하극상 아니냐고 화를 내더라.

그만큼 서열에 대한 의식이 강하다.

그다음으로 잘 쓰는 말이 색출하세요다, 색출.

언론에 자기 얘기가 나가면 누가 발설했는지 색출하라는 말이다.

그 다음이 근절이고.

 

하여간 영애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영애의식’이야말로 집권 전후의 수많은 사건에서 그녀가 보여준 특이한 언행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에 대한 하나의 관점을 제공해준다.

 

 

한때 ‘친박’이었다가 등 돌린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박 대통령은 우리를 신하로 여긴다”는 것이었다. 대중의 열렬한 환호 속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영애’가 집권 후엔 ‘여왕’으로 바뀌었다는 뜻인데, 공화 시대에 여왕의 모습을 보인 그녀는 대체 어떤 인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