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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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필드:마음과 물질이 만나는 자리> - 린 맥태거트

Chapter 1.뉴턴과 다윈을 넘어선 과학_#1 <필드:마음과 물질이 만나는 자리>

어머니는 크리스마스를 나흘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한 사람의 삶을 마감하는 데 필요한 수백 가지 일들을 처리하면서 플로리다 주의 어머니 집에서 1996년의 마지막 주를 우울하게 보냈다. 어머니 침실에서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침대 밑에서 자그마한 유품 상자를 발견하고 열어보았더니, 내가 대학생 시절에 집으로 보낸 편지 꾸러미가 있었다. 편지 봉투를 몇 개 꺼내 편지를 읽어보았다. 한 구절이 눈에 쏙 들어왔다. 나는 거만했던 자신을 떠올리면서 미소를 지었다.

 

《필드》는 일종의 신용 사기로 시작되었다. 나는 사실상 나침반도 없이 떠나는 여행―‘인간 에너지장’ 같은 것이 정말로 있는지 알아보는 여행―에 자금 지원을 해달라고 출판사 측을 설득했다. 나는 여러 해 동안 나는 과학의 변경에서 연구하는 약 75명의 과학자들로부터 인내심을 가지고 양자물리학을 배웠다. 나는 한 사람당 최대 20번씩 인터뷰를 하면서 귀찮은 질문으로 설명을 이끌어내고, 결국에는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흔히 순수한 수학의 형태로만 존재하는 개념들의 대략적인 번역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양자 결맞음quantum coherence이란 정확하게 무엇인가? 영점장zero point field은 왜 존재하는가?

 

나는 그들에게서 완벽한 설명은 아니더라도 문외한이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각각의 발견을 더 넓은 맥락에서 검토할 수 있는 하나의 철학적 문제로 제기했다. 의식이 존재하는가, 아니면 단지 영점장만 존재하는가?

 

나는 1970년대에 취재 기자로 저널리스트 경력을 시작했는데, 엄밀하고 사실을 바탕으로 한 접근 방법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다년간 나는 현대 의학을 비판하는 뉴스레터인 ‘의사들이 해주지 않는 이야기’를 편집했다. 나는 초자연적이거나 비정상적인 것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성향과 거리가 멀다. 《필드》를 만드는 과정은 그러한 전달자를 변화시켰다. 이 연금술 과정이 끝나고 나자, 나는 목소리가 달라졌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으로 거듭났다.

 

현재의 과학적 이야기는 만들어진 지 300년도 더 지났고, 대체로 아이작 뉴턴이 발견한 것을 토대로 세워졌다. 그것은 모든 물질이 3차원 시간과 공간에서 정해진 법칙들에 따라 움직이는 우주이다. 뉴턴의 과학은 규칙대로 행동하고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물질들로 채워져 있는 신뢰할 만한 장소를 기술한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담긴 철학적 함의도 생존은 오직 유전적으로 강한 개체에게만 가능하다고 암시함으로써 이런 발견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세계관을 뒷받침한다. 이것들은 본질적으로 개별성을 이상화하는 이야기들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겨울이 올 때마다 패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는 그렇게 좁은 세계관을 가지고 우리의 세계를 만들어왔다.

 

 

 

 

《필드》는 완전히 새로운 과학적 이야기를 들려준다. 만약 양자장이 보이지 않는 그물로 우리 모두를 함께 붙들고 있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과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환경과 끊임없이 즉각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면, 만약 우주의 모든 정보가 매 순간 우리의 땀구멍을 통해 흘러 다닌다면, 인간의 잠재력에 대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개념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서로 분리된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면, 더 이상 모든 것을 ‘승리’와 ‘패배’의 관점에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나’와 ‘나 이외의 것’이라고 부르는 것을 다시 정의하고, 다른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고 사업을 하고 시간과 공간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일을 선택하고 실행하는 방식과 사회를 조직하는 방식, 그리고 자녀를 키우는 방식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르게 살아가는 방식, 즉 완전히 새로운 ‘존재’ 방식을 상상해야 한다.

 

세계 각지의 명망 높은 곳에서 연구하는 수십 명의 과학자가 모든 물질은 광대한 양자 연결 그물에 존재하며, 생물과 환경 사이에 항상 정보 전달이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 어떤 과학자들은 의식이 우리 몸의 경계 밖에 존재하는 실체임을 시사하는 증거를 얻었다. 늘 우리 몸의 중앙 지휘자로 간주돼온 뇌와 DNA는 변환기―영점장에서 얻은 양자 정보를 전달하고 수신하고 결국은 해석하는―로 간주하는 게 더 타당하다. 우리는 시간이 한 방향으로 흐른다고 알고 있지만, 이마저도 인간이 만들어낸 불완전한 개념이어서 대폭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정통 과학계에서 밝혀졌다.

 

이 책을 출간하고 나서 영점장이 모든 가능성의 장이자 상상할 수 없을정도로 엄청난 공짜 에너지원이라는 개념이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항공우주여행의 특별한 수단으로서 영점장에서 에너지를 추출하려는 시도는 현재 록히드마틴 같은 거대 기업이 거액을 투자해 수행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에서 악당으로 나오는 신드롬은 ‘영점장 에너지’로 무장한 장갑을 사용해 자신의 적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낡은 과학적 이야기가 기술로 우주를 지배하는 것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사는 행성을 멸종의 위험으로 몰아가는 시절에 《필드》는 미래의 대안을 제시한다. 《필드》에 등장하는 사람들처럼 과학의 변경에서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정통에서 벗어나는 질문들을 던지고, 상상하기 어려운 답들을 내놓으면서 우리 세계를 다시 만들고 있다. 그들과 그들에게 동조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앞길을 밝혀주길 간절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