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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만들어진 위험> - 리처드 도킨스

Chapter 7.#6 성경이 과연 역사일까? 신화일까?

우리는 《구약》이 실제로 쓰인 시점에 대한 단서를 문장의 시대착오에서 얻을 수 있다. 시대착오는 뭔가가 엉뚱한 시대에 튀어나오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고대 로마에 관한 시대극에 출연하는 배우가 손목시계를 풀어놓는 걸 깜박한 경우와 같다. <창세기>에 그런 시대착오가 나온다.

 

<창세기>는 아브라함이 낙타를 소유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고고학 증거에 따르면 낙타는 아브라함이 죽었다고 추정되는 때로부터 수세기가 지난 뒤에 가축화되었다. 바빌론 유수 시점에는 낙타가 이미 가축화되어 있었으니, <창세기>가 실제로 쓰인 시점은 바로 이때다.

 

 

그러면 <창세기> 첫 부분에 나오는 신화들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담과 이브 이야기는? 노아의 홍수 이야기는?

노아 이야기는 바빌로니아 신화인 우트나피시팀 전설에서 직접 유래했다.

<창세기>가 바빌론 유수 때 쓰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 이야기는 《길가메시 서사시》에 나오는데, 전설상의 수메르 왕 길가메시가 죽지 않는 방법을 찾아 나선 여행길에서 우트나피시팀으로부터 직접 들은 대홍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빌로니아인은 수메르인처럼 다신론자였다. 《길가메시 서사시》의 바빌로니아 버전에 따르면 신들은 대홍수를 일으켜서 모든 사람을 물에 빠뜨려 죽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신들 중 한 명인 물의 신 에아(수메르의 신 엔키)가 우트나피시팀에게 거대한 배를 만들라고 알려

준다. 나머지 이야기는 노아 버전과 거의 같다. 방주의 자세한 모양과 치수를 꼼꼼하게 명시한 것, 모든 종류의 동물이 배에 오르는 것, 비둘기·제비·까마귀를 밖으로 내보내 물이 빠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 방주가 산꼭대기에 멈추는 것 등등.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또 다른 홍수 신화에서는 노아 역할을 아트라하시스라는 인물이 맡는데, 신들이 인간을 물에 빠뜨려 죽이려 한 이유는 인간이 너무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이야기마다 세부 사항은 다르지만 본질은 비슷하다. (중략)

 

 

 

아담과 이브 이야기, 노아와 방주 이야기는 역사가 아니다.

 

 

교양 있는 신학자들 가운데 그것을 역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계 각지의 수많은 비슷한 이야기처럼 그 이야기들도 그야말로 ‘신화’다. 신화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어떤 신화는 아름답고, 대부분의 신화가 흥미롭다. 하지만 신화는 역사가 아니다. 불행히도, 특히 미국과 이슬람 세계의 교육 받지 못한 많은 사람이 그것을 역사라고 생각한다. 모든 민족은 신화를 가지고 있다. 내가 앞서 언급한 두 가지는 유대인의 신화인데, 그 이야기들이 전 세계에 매우 잘 알려진 것은 우연히 유대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의 신성한 정경에 담겼기 때문이다. (중략)

 

 

지금까지 우리는 《성경》이 역사인지 생각해봤다. 대체로 그렇지 않다. 그리고 우리는 《성경》이 신화인지 살펴봤다. 대부분이 그렇고, 거기엔 잘못된 것이 전혀 없다.

 

 

신화는 당연히 가치가 있다. 하지만 《성경》의 신화를 북유럽인, 그리스인, 이집트인, 폴리네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아프리카나 아시아 또는 아메리카 대륙의 수많은 부족 신화보다 더 가치 있게 취급할 근거는 전혀 없다.

 

하지만 《성경》은 또 한 가지 중요한 주장을 한다. 요컨대 그것은 ‘선한 책’으로 불린다. 도덕적 지혜를 담은 책, 우리가 선하게 살도록 돕는 책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 특히 미국인은 《성경》 없이는 선한 사람이 될 수 없다고까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