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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신, 만들어진 위험> - 리처드 도킨스

Chapter 6.#5 유대인이 이집트 포로였다는 증거는 없다

《성경》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 권의 책 <전도서>와 <아가>는 역사인 척하지 않는다. 《구약》의 다른 책들, 예컨대 <창세기> <출애굽기> <열왕기> <역대기>는 역사인 척한다.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모세5경이라고 부른다(그리스도인은 펜타튜크Pentateuch, 유대인은 토라Torah라고 부른다).

 

모세가 그 책들을 썼다고 전해지지만, 진지한 학자라면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로빈후드와 그를 따르는 무법자 무리 또는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에 관한 이야기처럼 모세5경에도 어떤 모호한 진실의 조각들이 묻혀 있을지 모르지만, 거기에 실제 역사라 부를 만한 것은 전혀 없다.

 

유대 민족의 시조 신화는 이집트에 포로로 끌려갔다가 약속의 땅으로 과감하게 탈출하는 이야기이다. 약속의 땅은 이스라엘이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신이 이르길 너희 땅이니 그곳에 이미 살고 있는 부족들과 싸워 쟁취하라고 했던 땅 말이다. 《성경》은 이 전설을 강박적으로 되풀이한다. 그리고 이집트에서 유대인을 이끌고 약속의 땅으로 갔다고 여겨지는 지도자가 바로 《성경》의 첫 다섯 권을 쓴 사람이라고 유대인이 믿은 그 모세였다.

 

민족 전체가 노예로 살았던 것이나 몇 세대 뒤 대규모 이주를 한 것은 큰 사건이었다. 여러분은 그 정도로 큰 사건이라면 고고학 기록과 이집트 역사 기록에 흔적이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두 가지 사건 모두 증거가 전혀 없다. 유대인이 이집트에 포로로 잡혔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확률이 높지만, 그럼에도 그 전설은 유대 문화에 깊이 새겨져 있다. 《성경》에서 신이나 모세를 언급할 때, 그들의 이름 앞에는 흔히 “너희를 이집트에서 이끌어낸” 또는 이에 상당하는 수식어가 붙는다. (중략)

 

 

사실 파라오는 일찍이 포기하고 이스라엘 백성을 풀어주려 했다. 그랬다면 좋았을 것이다. 죄 없는 아이들이 살았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신은 일부러 마법의 힘으로 파라오가 고집을 부리도록 만들었다. 그래야 더 많은 재앙을 내릴 수 있고, 그것은 이집트인에게 누가 주인인지 보여주는 ‘증표’가 될 터였기 때문이다. 다음은 신이 모세에게 한 말이다.

 

 

그러나 나는 파라오로 하여금 고집을 부리게 하고, 여러 가지 놀라운 일을 베풀어 내가 얼마나 강한지 그 증거를 이집트 땅에서 드러내리라. 하지만 파라오는 너희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손을 들어 이집트를 호되게 쳐서 나의 군대, 나의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이집트 땅에서 나오게 하리라. 내가 손을 들어 이집트를 치고 이스라엘 백성을 그들 가운데서 이끌어내는 것을 보고서야 이집트인들은 내가 야훼임을 알리라. _<출애굽기> 7장 2~3절

 

 

가엾은 파라오. 신은 파라오가 이스라엘 백성을 풀어주지 않도록 “고집을 부리게 했다”. 물론 유월절 계략을 쓰기 위해서였다. 신은 파라오가 고집을 부리도록 만들겠다고 모세에게 미리 일러두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이집트에서 맏이로 태어난 죄 없는 아이들이 모두 죽었다. 그것도 신의 손에 의해 말이다. 이미 말했듯 이건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고,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