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김영사가 기획한 특별한 즐거움.
책과 함께하는 재미가 가득합니다.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신, 만들어진 위험> - 리처드 도킨스

Chapter 4.#3 처녀 마리아가 예수를 낳았다는 전설

예수의 죽음과 복음서들이 쓰인 시점 사이에 긴 공백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그 복음서들이 과연 역사의 믿을 만한 길잡이인지를 의심할 한 가지 이유를 제공한다. 또 하나의 이유는 복음서들이 서로 모순된다는 것이다.

 

예수를 따라다닌 12명의 제자가 있었다는 데는 모든 복음서가 일치하지만, 그들이 누구였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다. <마태오의 복음서>와 <루가의 복음서>는 마리아의 남편 요셉이 다윗왕의 직계 자손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사이의 조상들은 두 책에서 완전히 다르다.

 

<마태오의 복음서>의 경우는 25명이고, <루가의 복음서>는 41명이다. 설상가상으로 예수는 처녀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고 여겨지므로 그리스도인은 요셉이 다윗왕의 직계 자손임을 이용해 예수가 다윗왕의 자손임을 입증할 수 없다. 복음서와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 불일치하는 부분도 있다. 예컨대 로마 통치자와 그들의 행적에 관한 사실이 그렇다.

 

복음서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데 따른 또 다른 문제는 《구약》의 예언을 실현하려는 집착이다. 특히 <마태오의 복음서>가 그렇다. 마태오가 단지 예언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사건을 지어내 자신의 복음서에 적어 넣는 일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 같지 않은가.

 

 

가장 눈에 띄는 예는 마리아가 예수를 낳았을 때 처녀였다는 전설을 지어낸 것이다. 그리고 이 전설은 자체 생명력을 가지고 불어났다.

 

마태오는 어떻게 천사가 요셉의 꿈에 나타나 그의 약혼녀 마리아가 다른 남성이 아닌 신의 아이를 임신한 것이라고 요셉을 안심시키는지 이야기한다(루가가 하는 이야기는 다른데, 천사가 마리아에게 직접 나타난다). 어쨌든 마태오는 조금의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독자들에게 뻔뻔하게 말한다.

 

이 모든 일로써 주께서 예언자를 시켜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신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졌다. 임마누엘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어쩌면 ‘부끄러움’은 적절한 단어 선택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가 누구였든 마태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우리와는 다른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게는 예언을 실현하는 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보다 더 중요했다. 그는 왜 내가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라고 말했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마태오는 그 예언을 완전히 오해했다. 예언은 <이사야> 7장에 있다. 그리고 <이사야>에 적힌 내용으로 보면 분명히—마태오에게는 분명하지 않았겠지만—이사야는 먼 미래가 아니라 자기 시대에 임박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는 아하스왕에게 그들 면전에 있는 한 젊은 여인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그녀는 이사야가 말하는 그 순간에 임신한 상태였다.

 

마태오가 인용한 ‘동정녀’라는 단어는 이사야가 사용한 히브리어로는 알마almah였다. ‘알마’에는 동정녀라는 뜻이 있지만 ‘젊은 여인’이라는 뜻도 있다. 영어 단어 ‘maiden’과 비슷한데, 이 단어도 두 가지 뜻을 갖고 있다. 그리스어로 번역된 구약 번역본인 《70인역》에서—아마 마태오도 이걸 읽었을 것이다—알마는 ‘파르테노스parthenos’로 번역되었다. 이 단어는 실제로 ‘동정녀’를 뜻한다.

 

요컨대 단순한 번역 오류가 세계적인 ‘성모 마리아’ 신화를 낳고, 로마가톨릭교도들이 마리아를 일종의 여신, 즉 천상의 여왕으로 숭배하게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