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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1 <성경>에서 읽은 것은 얼마나 사실일까?

우리가 《성경》에서 읽는 것이 과연 얼마나 사실일까?

 

역사에서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우리는 어떻게 알까?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실존했는지 어떻게 알까? 또는 정복왕 윌리엄이 실존했는지 어떻게 알까? 살아 있는 목격자는 아무도 없고, 설령 있다 해도 진술을 수집하는 경찰관이라면 누구나 알 듯이 목격자의 말은 의외로 신뢰할 수 없다. 우리가 카이사르와 윌리엄왕이 실존했음을 아는 것은 고고학자들이 반박할 수 없는 유물을 발견했기 때문이고, 그들이 살아 있을 때 적힌 문서를 통해 그 사실이 수차례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사건 또는 사람에 대한 유일한 증거가 목격자들이 죽은 지 수십 년 또는 수백 년이 지나 적혔을 때 역사학자들은 의심을 품는다. 그것은 증거로서 불충분하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었고 따라서 쉽게 왜곡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작가가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더더욱 그렇다. 윈스턴 처칠은 이렇게 말했다.

 

역사는 내게 친절할 것이다. 내가 쓸 작정이므로!

 

이번 장에서 우리는 《신약》에 나오는 예수에 관한 이야기 대부분이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중략)

 

《구약》에 나오는 이야기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아킬레스나 헬레네에 관한 호메로스의 이야기를 믿을 이유가 없는 것처럼 《구약》의 이야기도 믿을 이유가 없다. 호메로스의 이야기가 그리스 전설인 것과 마찬가지로, 아브라함과 요셉의 이야기는 히브리 전설이다.

 

《신약》은 어떨까? 거기서는 실제 역사를 발견할 희망이 조금은 더 있다. 《구약》보다 최근인 겨우 2,000년 전의 일을 언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예수에 대해 실제로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가 존재했다는 건 확신할 수 있을까? 비록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현대 학자들은 예수가 실존 인물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겐 어떤 증거가 있을까?

 

복음서들이 증거일까? 복음서들이 《신약》 첫 부분에 실려 있어서 여러분은 그 책들이 가장 먼저 쓰였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신약》에서 가장 오래된 책들은 끝부분에 있다. 바로 바울로의 서신들이다. 유감스럽게도 바울로는 예수의 인생에 대해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많은 내용이 예수의 종교적 의미, 특히 그의 죽음과 부활이 갖는 종교적 의미에 대한 것이다. (중략)

 

바울로의 서신들에 예수에 관한 사실이 없다는 점은 역사학자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예수를 섬기길 바랐던 바울로가 예수가 실제로 한 말이나 한 일에 대해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니 좀 이상하지 않은가?

 

 

역사학자들을 애태우는 또 한 가지 점은 복음서 말고 역사책에는 예수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유대인 역사가 요세푸스(37~100년경)는 그리스어로 이렇게 썼을 뿐이다.

 

이 무렵 예수라는 현명한 사람이 살았다. 정녕 그를 사람으로 불러야 한다면 말이다. 왜냐하면 그는놀라운 일을 행했고, 진리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스승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유대인과 그리스인이 그를 따랐다. 그는 메시아였다. 그리고 우리 중에 있는 유력한 사람들의 고발로 빌라도가그를 십자가형에 처했을 때, 처음부터 그를 사랑한 사람들은 그를 버리지 않았다. 그는 3일 만에 다시 살아나 그들 앞에 나타났다. 하느님의 예언자들이 그 일을 예언했고, 그 밖에 예수와 관련한 1,000가지 놀라운 일을 예언한 터였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딴 그리스도인이라는 집단이 오늘날까지사라지지 않고 있다.

 

많은 역사가는 이 단락이 훗날 그리스도인 작가가 끼워 넣은 날조일 거라고 의심한다. 가장 의심스러운 문구는 “그는 메시아였다”이다. 유대교 전통에서 메시아는 오래전에 약속된 유대인의 왕, 또는 유대인의 적들과 싸워 승리하기 위해 태어날 군사 지도자를 부르는 명칭이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가 메시아라고 가르쳤다(‘그리스도’는 메시아의 그리스어 번역이다).

 

하지만 독실한 유대교도에게 예수는 전혀 군사 지도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사실 이것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누가 너를 때리면 다른 뺨도 내밀라”는 그의 평화 메시지는 우리가 군인에게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그 시대의 로마 압제자에 대항해 유대인을 지휘하기는커녕 예수는 순순히 그들의 손에 처형당했다.

 

예수가 메시아라는 것은 요세푸스 같은 독실한 유대교도에게 미친 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만일 요세푸스가 어떻게든 자신이 배운 것을 거슬러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 인물인 예수를 메시아라고 확신했다면 아마 난리법석을 떨었을 것이다. 그저 “그는 메시아였다”라고 한마디 툭 던지고 말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문장은 그리스도인이 나중에 날조한 것처럼 들린다. 현재 대부분의 학자들은 확실히 그렇게 믿고 있다.(중략)

 

모두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학자에 따르면, 확률의 저울은 예수가 실존했다는 쪽으로 기운다. 물론 확실한 건 알 수 없다. 《신약》의 네 복음서가 역사적으로 사실임을 확신할 수 있다면 모를까. 최근까지 아무도 네 복음서를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영어에는 “복음서에 있는 진리”라는 속담까지 있는데, 절대적 진리를 뜻한다. 하지만 19~20세기에 (특히 독일) 학자들이 연구한 뒤로, 지금은 그 속담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