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수 없는 일이
점점 보이기 시작하는 것.
그건, 뭔가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저에게 젊음이란 그런 상태였습니다.
젊으니까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장차 저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맘먹으면 뭐 안 될 것도 없지.
이렇게 선택지가 아주 많을 때는 오히려 불행합니다.
어떡해야 하나 싶어 갈팡질팡하게 되니까요.
저것도 할 수 있고, 이것도 할 수 있게 되면
전부 다 해야 하는 건가 싶은 반발심과 더불어,
내 앞에 놓인 셀 수 없이 많은 가능성을 마주하는 게 괴로웠던 거죠, 제 경우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다양한 경험이 쌓이자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더군요.
앞으로는 저건 무리일 테고, 이것도 못 하겠군.
그렇다면 난 결국 저것과 저것밖에 못 한다는 거잖아.
저것도 못 해, 이것도, 이것도 못 한다고 생각한다는 건
그만큼 다른 어떤 것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 아닐까요.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고, 알게 됐다고들 합니다.
그거야말로 어른의 알아차림이죠.
점점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 보인다는 것.
그거야말로 뭔가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증거일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