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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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동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 정호승

Chapter 6.5회. 개는 신이 내린 선물입니다

하늘이 보시기에

개를 버리는 일이 사람을 버리는 일인 줄 모르고

사람들은 함부로 개를 버린다

땅이 보시기에

개를 버리는 일이 어머니를 버리는 일인 줄 모르고

사람들은 대모산 정상까지 개를 데리고 올라가 혼자 내려온다

산이 보시기에도

개를 버리는 일이 전생을 버리는 일인 줄 모르고

나무가 보시기에도

개를 버리는 일이 내생을 버리는 일인 줄 모르고

사람들은 거리에 개만 혼자 내려놓고 이사를 가버린다

개를 버리고 나서부터 사람들은

사람을 보고 자꾸 개처럼 컹컹 짖는다

개는 주인을 만나려고

떠돌아다니는 나무가 되어 이리저리 바람에 흔들리다가

바람에 떠도는 비닐봉지가 되어 이리저리 거리를 떠돌다가

마음이 가난해진다

마음이 가난한 개는 울지 않는다

천국이 그의 것이다

 

_정호승, <유기견(遺棄犬)>

 

 

요즘 개를 버리는 일이 부쩍 늘었다. ‘반려견(伴侶犬)’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여름 휴가철이라도 되면 그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온 가족이 휴가를 떠나면서 마땅히 맡길 데가 없으면 그만 주웠던 돌멩이 하나 길가에 던져버리듯 개를 버리고 떠난다. 동물 병원 원장인 고교 동기생의 말에 의하면 아침에 병원 문 앞에 몇 마리씩 개를 버려놓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그래도 그런 사람들은 좀 나은 편이라고 생각된다. 누군가가 개를 거두어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조치를 해놓았으 니까 말이다. 이사를 가면서 마치 헌 가구를 버리듯 아예 개를 버리고 가는 사람에 비하면 그래도 그런 사람들은 인간의 마음을 잃지 않은 사람들이다.

 

잃어버린 개를 찾기 위해 개의 사진 등을 인쇄한 전단을 거리에 붙여놓은 것을 보면 마치 내 일처럼 안타깝다. 어떤 이들은 점점 늘어나는 미아도 제대로 찾지 못하는데 그까짓 개 한 마리 잃어버렸다고 오두방정을 떠느냐고 할 지 모르나 그건 그렇지 않다. 개를 잃어버린 것과 아이를 잃어버린 것은 엄연히 그 가치와 의미가 다르지만, 가족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 똑같은 의미를 지닌다.

 

한번은 나도 기르던 개를 잃어버렸다. 같이 산길을 가다가 그만 서로 길이 어긋나버린 데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한참 동안 생각에 빠져 내 갈 길만 가버렸다. 그러다가 문득 바둑이가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급히 발걸음을 되돌려 찾아나섰다.

 

바둑아아!

바둑아아!

 

목청껏 큰 소리로 몇십 번이나 바둑이를 불렀는지 모른다. 그러나 바둑이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결국 바둑이를 잃었다고 생각돼 마음이 타들어갔다. 놀란 바둑이도 지금 나를 찾느라고 얼마나 애가 타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은 더 타들어갔다.

 

그때였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바둑이를 불러보자 하고 큰 소리로 부르자 바둑이가 산속 어디에선가 가쁜 숨 을 몰아쉬며 달려왔다.

 

그때 그 반가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바둑이의 눈빛 또한 잊을 수 없다. 바둑이의 눈빛은 나를 찾았다는 안도의 눈빛이라기보다 나를 잃었다는 공포의 눈빛이었다.

 

개는 가족이다.

 

개를 기르기 시작했다는 것은 가족으로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기르는 개를 두고 반려견이라고 하는 것도 다 그런 의미다. 그런데 개를 기르는 이들 중엔 개를 아이들의 장난감이나 집 안의 장식물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버려진 개들이 그렇게 많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귀찮다고 해서, 이사 간다고 해서 가족을 버리는가.

 

그런 의미에서 개를 버리는 일은 사람을 버리는 일이다. 개를 버리는 일은 어머니를 버리는 일이며, 어쩌면 자기의 전생과 내생을 버리는 일이다.

 

일단 개를 키우면 버리지는 말아야 한다. 그러니까 개를 키우기 전에 깊게 몇 번이고 두고두고 생각해야 한다. 마치 이 사람과 결혼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심사숙고하듯이. ‘개를 키우는 일이 아이 하나 키우는 일과 똑같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개는 어쩌면 인간을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신의 선물인지도 모른다.

 

나는 개를 키우면서 개에게 위로받을 때가 참 많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개 앞에서 인간인 내가 오히려 부끄러울 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