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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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 오은영

Chapter 10.#9 미안해할 일 아니야, 배우면 되는 거야

미안해할 일 아니야, 배우면 되는 거야

 

얼마 전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옆 칸에서 이런 말이 들려왔습니다. “너 음식을 골고루 안 먹으니까 똥을 찔끔찔끔 토끼처럼 누잖아?”

“엄마,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이젠 진짜 잘 먹을게요.”

“너 분명히 말했어, 이제부터 골고루 먹어야 해! 알았어, 엄마가 이번에는 용서해줄게. 내일부터 잘 먹는 거다?”

저는 볼일을 보다가 하마터면 뛰쳐나갈 뻔했습니다.

 

아이를 키울 때 이런 상황이 꽤 많아요. 소아과에 다녀와서 엄마가 “너 그러니까 골고루 먹으라고 했지? 소아과 선생님이 뭐라고 해? 골고루 안 먹어서 감기 걸렸댔지?” 그러면 아이들은 “미안해요, 엄마”라고 말합니다. 아이가 식탁에서 음식을 흘렸어요. “아빠, 미안해요”라고 말합니다. 아빠가 “조심 좀 하라고 했지? 네가 조심하지 않으니까 맨날 음식을 흘리잖아. 다음부턴 진짜 조심해. 이번만 용서해줄게”라고 이야기해요.

 

“미안해요”라고 말하면 사과해야 할 상황인 겁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상황은 아이가 사과할 상황이 아니에요. 부모가 용서해줄 문제도 아닙니다. 몰라도 가르치고, 실수해도 가르치고, 잘못해도 가르치고, 심지어 나쁜 짓을 해도 가르쳐야 하는 ‘아이’이니까요.

 

음식을 흘린 아이가 미안해합니다. 휴지를 옆에 가져다주면서 “흘릴 수 있어. 이건 네가 미안해할 일이 아니야. 닦으면 돼. 흘리지 않고 먹는 법은 천천히 배우면 되고”라고 가르치면 됩니다.

 

아이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용서해주세요”라고 말할 땐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요? “이건 네가 아빠한테 용서받을 잘못이 아니야. 배우면 되는 거야. 이렇게 저렇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어. 이번에 좋은 것 배웠네.” 이렇게 가르쳐주고 넘어가면 됩니다.

 

 

아이를 키울 때, 미성년자인 아이가 부모에게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라고 말할 상황은 없습니다. 부모가 “이번만 용서해줄게”라고 대답할 만한 상황도 사실 없어요.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이건 네가 미안해할 일 아니야.

배우면 되는 거야.

이번에 좋은 것 배웠네.

 

 

 

 

위험해, 만지지 마라

 

부모들은 참 많이 쓰는 말인데, 아이들은 도통 무슨 뜻인지 모르는 말이 있어요.

바로 “누가? 누가 그렇게 하랬어?”와 “해야 해? 말아야 해?”입니다.

 

빵집에서 아이가 진열된 빵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릅니다. 빵을 고르던 아빠가 깜짝 놀라 아이의 손을 거칠게 낚아채며 말합니다. “어허, 이놈! 누가 이렇게 하라고 했어?”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각합니다. ‘어? 어? 누가 하라고 했지?’

 

아이들은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아이가 어릴수록 정확하게 “하지 마”라고 핵심만 말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너 누구한테 배웠어?” “누가 그러래?”라는 말도 마찬가지예요.

 

여전히 뜨거운 다리미를 아이가 만지려고 해요. 이전에도 여러 번 주의를 주었는데 또 만지려고 합니다. 아빠는 무서운 얼굴로 “또 또 또 그런다, 이거 만져야 돼? 만지지 말아야 돼?”라고 말합니다. 아이는 어려운 시험문제를 받아 든 사람처럼 한숨을 푹 쉬면서 고민하게 돼요. ‘음…. 만지지 말라는 걸까? 만지라는 걸까?’

 

이럴 때도 “이것은 위험해. 만지지 마라” 하고 분명하게 말해주는 것이 가장 좋아요. “너 어디 한번 데어봐, 데어봐”라는 식으로 표현하면 아이에게 부모의 의도가 무엇인지 상당히 헷갈리게 합니다.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이것은 위험해. 만지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