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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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동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 오은영

Chapter 9.#8 아이의 마음까지 해결해주지 마세요

아이와 놀이동산에 왔어요. 매번 놀이동산에 오면 선물 가게에서 장난감을 이것저것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라, 오늘은 미리 아무것도 사지 않기로 약속까지 하고 왔습니다. 재미있게 잘 놀고 나오면서 아이는 오늘도 선물 가게에 들르자고 하네요. 내심 불안했지만 아이가 보기만 하겠다고 해서 들어갔어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또 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랐어요. 엄마는 “너 안 사기로 약속했잖아. 안 돼!”라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아이는 서너 번 조르다가 결국 엄마 손에 이끌려 나왔어요.

 

놀이공원 출구에 도착할 때까지 아이는 오리처럼 입을 삐쭉 내밀고선 저만치 뒤에서 터덜터덜 걸었습니다. 몇 번을 “빨리 와”라며 재촉했지만, 아이는 계속 한여름 아스팔트 위 엿가락처럼 늘어져 있었어요. 보다 못한 엄마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얼른 안 와! 너 정말 너무한다. 놀이동산 오자고 해서 왔고, 신나게 놀았으면 됐지. 장난감 안 산다고 약속해놓고 왜 그래? 이럴 거면 다음부터 놀이동산 오지 마!” 엄마는 아이 쪽으로 쿵쿵 걸어가서는 아이의 팔을 낚아채듯 세게 잡아끌었어요. 아이는 입을 삐쭉거리다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습니다.

“나 이제 놀이동산 안 올 거야! 다시는 안 올 거야! 으앙!”

엄마가 말했어요.

“뭘 잘했다고 울어? 너 엄마가 분명히 들었어. 다시는 안 온다고 했다!”

 

 

한 여성이 있습니다. 이 여성은 이번 달에 돈을 너무 많이 쓴 것 같아서 더는 쓰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친구와 백화점에 갔다가 정말 예쁜 샌들을 발견했습니다. 굉장히 편해 보이고 가격도 저렴했어요. 하지만 여성은 퍼뜩 ‘아, 안 되지. 더 쓰면 안 되지’라는 생각이 들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여자는 퇴근하고 집에 온 남편에게 낮에 본 샌들 이야기를 했어요.

“여보, 나 그 샌들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신으면 엄청 편할 것 같았거든. 혹시 세일 안 할까? 세일 하면 그때라도 가서 살까?”

남편은 여성을 한심하게 쳐다보다가

“당신이 애야? 이번 달 우리 집 사정 몰라? 안 되는 거 알면서 왜 자꾸 이야기해?”라고 말했어요.

여성은 기분이 확 나빠졌습니다.

 

늘 말씀드리지요? 마음은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생각도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 결정이에요. 욕구를 잘 조절해서 현실에 맞게 상식적으로 마지막 행동을 했다면 그것으로 된 거예요.

 

첫 번째 사례의 아이도, 두 번째 사례의 여성도 모두 마지막 결정은 잘했어요. 아이는 어쨌든 집에 가지 않겠다고 떼쓰며 바닥을 뒹굴지 않았고, 선물 가게에서 장난감을 사지도 않았어요. 여성도 어쨌든 샌들을 사지 않고 그냥 집에 왔어요. 그러면 된 겁니다. 아이에게는 “그 장난감이 정말 갖고 싶었구나” 하며 데리고 오면 되고, 여성에게는 “당신, 그 샌들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나 보네” 하고 끝내면 됩니다.

 

 

우리는 언제나 마음을 해결해주려고 합니다. 가깝고 소중한 사람에게 더한 것 같아요. 갖고 싶은 장난감을 사지 못해서 속상한 아이의 마음, 마음에 든 샌들을 사지 못하고 돌아와 아쉬운 아내의 마음은 그냥 두어야 합니다. 마음은 해결해줄 수도 없고, 해결해줘서도 안 되는 거예요. 마음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마음의 주인뿐이에요.

 

 

마음의 해결이란 불편한 감정이 소화되어 정서의 안정을 되찾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하려는 마음의 해결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끝’을 보는 겁니다. 상대가 징징거리는 행동을 멈추고, 상대가 쏟아내는 속상함과 아쉬움의 말을 ‘그만’ 하는 거예요. 그렇기에 화를 내서 못 하게 하거나 목청을 높여서 자꾸 설명합니다. 비난하고 협박하고 애원도 해요.

 

 

왜 그렇게 상대의 마음을 해결해주려고 할까요? 상대의 불편한 마음 이야기를 들으면 내 마음이 불편해지기 때문이에요. 그 모습을 보고 그 말을 들으면 내 마음이 계속 불편해져서 견딜 수가 없으니, 상대가 그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게 하려는 겁니다. 결국 내 마음이 편하고 싶은 거예요.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행동은 정서적인 억압입니다. 내 마음이 편하고 싶어서 상대의 정서를 억압하는 거예요.

 

상대의 마음도, 나의 마음도 그냥 좀 두세요. 흘러가는 마음을 가만히 보세요. 흘러가게 두어야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상대도,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마음을 볼 수 있어야 감정이 소화되고 진정도 돼요. 상대의 마음을 파악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도 조금은 알게 됩니다. ‘아, 지금 내가 불안하구나’ ‘아, 아이가 지금 기분이 좀 나쁘구나. 기다려주어야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