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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의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 - 유발 하라리

Chapter 6.5. 기억할 가치가 있는 것들

왜 '군인회고록'인가?

 

회고록은 회고록 저자의 역사관과 세계관을 드러낸다.

 

인류사에서 역사는 곧 전쟁사였으므로,

군인은 역사 서술의 주체였다.

 

르네상스 시대 군인회고록은

근대 이전 사람들의 역사 인식을 잘 보여준다.

 

‘우리 시대의 사상가’

유발 하라리의 옥스퍼드대 박사학위 논문

 

<유발 하라리의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

 

기억할 가치가 있는 것들

 

앞서 르네상스 시대 군인들의 회고록이 경험적인 현실과 내면세계 표현에 무심했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실체가 있는 명예로운 행동을 건조하게 나열한 사실의 기록이 회고록의 특징이었다. 3부에서는 르네상스 시대 군인들이 왜 그토록 사실의 정확성에 매달렸는지 밝혀보겠다.

 

이를 위해 그들이 생각했던 회고록과 역사의 역할에 대해 먼저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그들에게 역사는 전체적인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었다. 명예로운 무훈과 그런 행동을 한 사람을 사실 그대로 기록해 기리는 방법이었다. 이러한 르네상스 전사 귀족의 역사관은 왕조와 민족을 중심으로 한 국가의 역사와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역사 서술의 방법론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 군인회고록이 실체가 있는 사실들로 구성되었음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실체가 있는 사실이라고 해서 무엇이든 회고록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아주 특별한 범주에 속하는 사실들만이 기록으로 남았다. 회고록 저자들은 자신의 글을 정의하면서, “기억할 가치가 있는 것들”(“choses digne de memoire” “cosas que merecen hacer memoria della”)을 기록한다는 말을 거듭 반복했다.

 

예를 들어, 마르탱 뒤 벨레는 역사 집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기억할 가치가 있는 것들을 불멸의 전당에 바치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라 마르슈는 “내 시대에 일어난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기억할 가치가 있는 모든 것”을 기록할 생각이라고 말했으며, 라뷔탱은 “내가 보기에 가장 기억할 가치가 있는 것을 글로 기록할” 작정이며 이로써 이 “기억할 만한 행위들”이 보존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견해는 중세와 고전시대의 전통인 digna memoria(기억할 가치가 있는 것 — 옮긴이)까지 이어져 있으며, 르네상스 시대의 군인회고록 저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저자들도 digna memoria를 글로 쓴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기억할 가치가 있는 사실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어떤 사실의 내재적인 특징, 또는 외적인 요인들과의 관계가 기억할 만한 가치를 좌우한다. 어떤 사실을 기억할 만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외적인 관계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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