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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의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 - 유발 하라리

Chapter 5.4. 르네상스 시대 군인회고록 속의 현실

사람들은 항상 자신의 ‘진실’이 투명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런 ‘진실’은 언제나 인위적으로 재구축될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 군인회고록 속의 현실

 

1부에서 우리는 르네상스 시대 군인회고록이 자아에 대한 글이라거나, 역사와 개인사를 구분했다고 생각할 근거가 없음을 알 수 있었다. 2부에서는 르네상스 시대 군인회고록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살펴볼 것이다. 이 글들이 묘사하거나 창조해낸 역사적 현실이 무엇이고, 이 현실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현실에서 무엇이 배제되어 있는지 알아보겠다.

 

르네상스 시대 군인회고록의 역사적 현실을 조사하면서 나는 이 문헌들과 20세기 군인회고록, 특히 계급이 낮은 군인들의 회고록을 서로 비교하는 방법에 많이 의존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런 비교의 목적은 첫째, 현대 독자들의 기대치를 가늠하는 것, 둘째, 르네상스 시대 문헌의 독특한 특징을 강조하는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 문헌이 만들어내는 현실이 언뜻 보기에는 자명하고 자연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20세기 회고록의 또 다른 현실과 비교해본 뒤에야 우리는 르네상스 시대 회고록 속의 역사적 현실이 한쪽으로 심하게 치우쳐 있으며, 문화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광범위한 의미를 지녔음을 알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 군인회고록에 나타난 현실을 탐구하면서 내가 간혹 전후관계를 언급하기는 하지만, 가장 중점적으로 살핀 것은 문헌 속에 드러난 현실이다.

 

곤란한 의문, 즉 회고록 저자가 실제로 현실을 바라본 시각을 그 문헌이 ‘투명하게’ 대변하고 있는지, 아니면 회고록 저자가 보고 싶은 현실을 문헌 속에 의도적으로 창조해놓은 것인지는 옆으로 제쳐두었다. 이 두 가지 중 어느 쪽이 옳은지 파악하려고 애써봤자 허망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항상 자신의 ‘진실’이 투명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런 ‘진실’은 언제나 인위적으로 재구축될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 군인회고록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경험이 아니라 사실이 글의 바탕이라는 점이다. 회고록에 기록된 많은 일화들이 하나의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많은 사실이 포함된 일화라 하더라도, 그 사실들이 하나로 합쳐져서 저자의 경험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드물게 경험에 대한 묘사가 나오는 경우는 많은 사실들이 축적된 끝에 생겨난 우연일 때가 대부분이다.

 

르네상스 시대와 20세기의 회고록을 비교해보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할 수 있다. 20세기 회고록은 사실보다 경험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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