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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의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 - 유발 하라리

Chapter 4.3.개인주의 가설

개인주의 가설은 개인이 회고록을 수단으로 삼아, 역사를 배경으로 자신과 개인사를 규정하고 분명히 드러내려 한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을 조사할 때는, 먼저 어떤 문헌이 어떻게 개인주의를 드러낼 수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자서전이든, 시든, 장보기 목록이든 모든 문헌에는 그 문헌을 작성한 사람의 개체성individuality이 드러날 수 있다.

 

그러나 학자들이 자전적인 글과 개체성을 연결시킬 때는 대개 저자가 저자로서 드러내는 개체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의 자전적인 글보다는 르네상스 시대의 시가 더 유망한 연구 분야라고 해도 될 것이다.

 

학자들은 또한 비슷한 이유로, 저자가 화자로서 드러내는 개체성도 염두해두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주인공의 개체성, 특히 저자가 주인공으로서 드러내는 개체성을 염두에 둔다(나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것이다).

 

글에 모습을 드러낸 주인공을 ‘개인’으로 규정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문헌 속의 개인과 핵심적인 주인공이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간헐적인 주인공, 본보기 주인공은 물론 심지어 목격자 주인공도 개인이 될 수 있다. 20세기에 나온 자서전의 많은 저자들은 자신을 핵심적인 주인공이라기보다 본보기 주인공으로 노골적으로 묘사하는데도 개인으로 간주된다. 반면 중세의 성인전 聖人傳, 전기, 소설, 역사서 등 여러 글에는 수많은 핵심적인 주인공이 등장하는데도, 개인주의 가설은 개인주의가 르네상스 시대에 새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중세에는 개인이 존재하지 않았고, 사람들이 자신을 집단의 일부로만 생각했다는 주장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일까?

 

롤런드가 배가 고프다는 것을 느끼고 자신이 아닌 올리버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는 뜻은 확실히 아닐 것이다. 적어도 이런 의미에서는 현실 속의 사람들과 글 속의 주인공들이 모두 개개인을 구분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개체성이라는 말의 의미가 따로 있음이 분명하다. 일종의 법칙이 되어버린 부르크하르트식 이론에 따르면,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느끼는 배고픔을 다른 부족원 모두의 배고픔과 동일한 한 사람의 배고픔에서 개인의 배고픔으로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두 가지를 더 꼽을 수 있다. 독특함과 자율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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