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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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수유병집-글밭의 이삭줍기> - 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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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기쁨은 밖에서 오지 않고 속에서부터 차오른다

어쩔 수 없다면 투덜대지만 말고 그 피할 수 없는 시간들을 즐겨라. 또 한편 생각해보면 학교 갔다가 학원 갔다가 하는, 쳇바퀴 도는 듯한 시간 속에도 즐거움은 있다. 막연하지만 꿈이 있고, 안 잡혀도 희망이 보인다.

자주 느끼는 일이지만, 그 어려운 경쟁의 관문을 뚫고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의 표정이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대학 합격 통지를 받아들었을 때는 천하를 얻은 것 같았겠지. 가족과 주변의 축하도 대단했으리라. 그런데 막상 대학에 들어와보니, 중고등학교 때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강의는 늘 그게 그거고, 뾰족한 미래의 청사진이 그려지는 것도 아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12년간의 공부는 온통 대학입시에 매달려 있었는데, 대학에 들어와서는 취업준비에 내몰리고, 취업 뒤에는 또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한다.

인생의 꿈이 고작 대기업에 취직하고, 멋진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고, 돈 많이 벌고…… 그러고는 뭐 그저 그렇다. 그나마도 내 뜻대로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렇게 보면 사람의 한 인생이란 것이 참 씁쓸하고 슬프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명문대학에 들어간 대학생이 느끼는 절망이 이러할진대, 그것을 목표로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청소년들의 답답함은 어떻겠는가?
 

조선시대 아버지들이 자식들에게 준 편지를 읽어보면, 그때도 아버지의 노심초사는 과거시험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는 자식에 대한 안타까움뿐이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면 안 된다, 누구를 봐라 등등. 매일 그런 편지를 받는 자식들의 마음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러고 보면 언제나 그랬고 누구나 그랬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때는 그게 지켜보는 쪽이나 당사자나 그렇게 힘들고 괴로웠다.

 

어쩔 수 없다면 투덜대지만 말고 그 피할 수 없는 시간들을 즐겨라. 또 한편 생각해보면 학교 갔다가 학원 갔다가 하는, 쳇바퀴 도는 듯한 시간 속에도 즐거움은 있다. 막연하지만 꿈이 있고, 안 잡혀도 희망이 보인다. 그렇지만 대충 그렇게 노는 것은 전혀 즐겁지가 않다.

진정한 즐거움은 언제 오는가?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될 때다. 주인이 되려면 주인 노릇을 잘해야 한다. 주인 노릇은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을 수 없어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억지로 끌려다니며 하는 주인 노릇은 참 괴롭다. 이왕 하는 김에 제대로 즐겁게 하는 것이 옳다. 제도 탓하고, 대학 탓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기쁨은 밖에서 오지 않고 속에서부터 차오른다. 누가 던져주는 것이 아니다. 밤늦게 찬별을 보며 집으로 올 때 열심히 공부한 그 시간이 벅차다. 진한 땀을 흘리며 무언가 마무리했을 때 그 과정이 즐겁다. 나 아닌 남을 위해 헌신할 때 내가 고귀해진다.

 

 

대충 노닥거리고, 하는 둥 마는 둥 시늉만 하면, 남의 칭찬을 들어도 기쁘지가 않다. 삶은 어차피 무한경쟁의 연속이다. 그 속에서 내가 주인이 되어 내 삶을 이끌고, 과정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결과는 기쁘게 승복할 수가 있다. 대충 해놓고 일확천금을 꿈꾸고, 나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가지려고 들 때, 삶은 오히려 슬퍼지는 법이다.

 

사람이 저 좋은 일만 하며 살 수는 없다. 싫어도 해야 하니까 하고, 귀찮아도 안 할 수 없어서 한다. 그런데 그 싫던 공부도 제대로 하면 즐겁다. 마냥 놀자고 해도 이틀만 놀면 무료해서 괴롭다. 눈앞의 시간이 아깝고, 가야 할 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잠깐의 유혹이 달콤해도 치러야 할 대가가 쓰다.
 

카르페 디엠!
 

투덜대지만 말고 즐겨라.

남 탓도 자꾸 하면 버릇이 된다.

주인으로 우뚝 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