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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대화> - 윤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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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일상을 바꾸는 평화의 언어

가슴의 소리에 귀 기울여라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대부분 가슴과 분리된 채 머리로만 살아간다.

손익계산과 이해타산을 위한 머리를 최우선으로 두고, 타인과의 소통과 공감, 배려를 위한 가슴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머리는 계산하고 따지기 위해 늘 미래와 과거를 오갈 뿐 ‘지금 여기’에 머물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가슴은 늘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생명의 근원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슴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열두 치유가는 하나같이 ‘지금 여기’의 삶, 가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삶을 살 것을 당부한다.

 

다큐멘터리 감독 윤덕현이 만난 12인의 치유가들

 

화제의 유튜브 영상 <가슴의 대화>

 

일상을 바꾸는 평화의 언어

 

비폭력대화 Nonviolent Communication; NVC의 지혜가 제 삶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선생님을 찾아뵙게 됐어요. 비폭력대화를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설명 부탁드립니다.

 

비폭력대화는 우리의 마음 안에 폭력이 가라앉고 우리의 본성인 연민과 사랑이 회복된 상태에서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연민과 사랑이라고 하셨는데, 그런 것에 기반을 둔 대화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내가 내 경험과 온전히 연결될 때 내가 나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고 타인의 관점도 더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 과정을 통해서 원래 갖고 있던 사랑과 연민이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것 같아요. 어떤 인위적인 노력이 필요 없죠. 그래서 사실 비폭력대화는 폭력적이지 않은 대화를 하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우리 본성을 회복함으로써 저절로 찾아오는 평화의 힘에 기반을 둡니다.

 

비폭력대화를 접하시고 나서 삶의 변화가 있으셨나요?

 

정말 많은 변화가 일어났죠. 내가 왜곡하고 있던 경험의 다른 면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우리는 자신이 뭔가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해석하고 있는 거거든요. ‘저 사람은 이런 의도겠지?’ ‘그런 말을 했다는 건 이런 의미일거야’라고 해석하면서 그걸 마치 사실인 것처럼 믿어요. 그걸 구분할 수 있게 된 건 삶이 정말 달라지는 일이었어요. 우리는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때 ‘누가 잘 못했는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관심을 많이 갖죠. 그런데 비폭력대화를 알고부터는 ‘나는 여기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를 더 생각하게 됐어요. ‘저 비극적인 행동 뒤에는 선악을 넘어 분명히 삶을 향한 욕구가 있을 텐데 그게 뭘까’에 마음을 기울여 보면서 징 벌의 눈이 아니라 연민의 눈으로 타인을 볼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면 이제 비폭력대화의 중요한 개념들에 대해 말씀을 듣고 싶어요. 그래야 저도 일상에서 이걸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비폭력대화에는 네 가지 기본 요소가 있어요. 첫 번째가 나의 평가를 섞지 않고 사물이나 현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거예요. ‘저 사람이 날 무시했어’라고 할 때 이건 일어난 일이 아니라 그 일에 내가 부여한 의미죠. 그 사람의 의도가 그래 보인 건 내 생각인 거예요. 정말 일어난 일은 예를 들면, 내가 질문했을 때 그 사람 의 답을 듣지 못한 것 혹은 내가 인사를 했는데 그 사람은 그냥 지나간 것, 우리가 공동으로 연구한 문서에 내 이름이 없던 거예요. 그런데 ‘나를 무시했다’ ‘나를 배제했다’ ‘나를 소외했다’ 등은 일어 난 일에 내가 부여한 의미들이.

 

 

그러면 그런 의미 부여나 평가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가요? 아니면 말을 할 때 평가와 판단을 배제해야 된다는 뜻인가요?

 

우선 일어난 ‘일’과 그 일에 대한 나의 ‘해석’을 구분하는 거예요. 우리의 경험은 모두 주관적이잖아요. 심리학에서도 ‘객관은 없고 오로지 관점만 있을 뿐이다’라는 정설이 있죠. 우리가 어떤 사건을 공유할 때 열 사람이 있으면 열 사람의 관점이 있을 뿐, 거기에 객관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런데 보통은 자기 관점을 마치 객관인 것처럼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는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걸 종종 잊는 것 같아요. ‘이게 나의 해석이구나’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어도 갈등과 분노뿐 아니라 경험의 왜곡도 줄어들죠.

물론 우리가 관찰과 생각을 구분하자는 게 ‘그 사람은 이런 의도가 아닐 거야’ 하며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자는 게 아니에요. 일어난 일만 서술하면 ‘내 이름이 빠져있었다’이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 ‘무시당한 것 같아’라고 해석하죠.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니까 서럽고 화가 나는 거죠. 이때 나의 느낌을 감지하라는 거예요. 이 ‘느낌’이 비폭력대화의 두 번째 요소입니다. 그걸 잘 알아차리고 나면, 내가 즉각적으로 반응했을 때와는 조금 다른 곳에 가 있게 돼요.

 

나한테 일어난 일들을 섬세하게 보는 훈련이겠네요. 그럼 이건 관찰일지 평가일지 한번 예문으로 여쭤볼게요. ‘소라는 어제 저녁에 텔레비전을 보면서 손톱을 물어뜯었다.’

 

선생님이 보시기엔 어떠세요?
 

사실인 것 같아요. 관찰.
 

예, 그 문장 자체는요.
 

‘이모는 나와 이야기할 때마다 불평을 한다.’

 

이 문장에 대해서는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은데, 먼저 ‘불평을 한다’는 말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거예요. 어떤 사람은 그걸 불평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어요. 관찰을 한다는 건 누가 보더라도 같은 영상을 보는 것처럼 같은 장면이 머릿속에 펼쳐지도록 기술하는 것이죠. 그걸 관찰로 바꿔본다면 ‘오늘 아침 밥을 먹는데, 이모가 국이 너무 짜다는 말을 세 번 했어’ 정도가 되겠죠. 이 표현에서 하나 더 살펴보고 싶은 건 ‘~할 때마다’ 라는 표현이에요. 과연 ‘언제나’였을까요? 우리는 많은 현상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기억해요. 그렇게 기억하는 건 사실 내가 그걸 접했을 때 괴로움을 느꼈다는 거예요. 그것만 더 잘 들리죠. ‘매번’ ‘항상’ ‘단 한 번도’ 이런 표현이 들어가게 되면 그건 관찰이 되기 어려워요. 그런 표현은 이런 사인으로 알아들으시면 돼요. ‘내가 이 일과 관련해서 스트레스가 좀 있나보다’ 하고요.

 

일단 이렇게 ‘관찰’과 ‘해석’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그렇게 말하는 습관을 들이면 맹목적으로 감정에 휩싸이는 일이 덜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그렇게 되면 우리의 삶이, 우리의 대화가 너무 건조해지지 않을까요? 나의 감정을 솔직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살아가지 못하고, 객관적인 언어들만 끄집어내서 공식처럼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음화에 계속)

 

 

* 위 QR코드를 촬영하시면 해당 인터뷰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