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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미친 것 같아도 어때?> - 제니 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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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세상 사람 모두가 정신 질환의 스펙트럼 안에 있다

 

인생이 왜 자꾸 나한테 힘든 숙제를 안겨주는지 생각하면 화가 났다.

비극이 어쩌면 그렇게 불공평하게 나한테만 찾아오는지 화가 났다.

남에게 줄 감정이 남아 있지 않아서 화가 났다.

그래서 블로그에 들어가 그때부터 줄곧 삶을 바라보는 방법을 바꿔준 게시글

하나를 썼다.

_ '작가의 당부' 에서

 

우리는 갈릴레오보다 낫다,

그는 죽었으니까

 

세상 사람 모두가 정신 질환의 스펙트럼 안에 있다고 배웠다. 눈금이 거의 표시되지 않는 영역에 있는 사람도 많고, 대처법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구체적 병명이 있는 장애도 엄청나게 세분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나의 우울 장애는 왔다 갔다 하는데, 일단 가고 나면 나는 그동안 어쩜 그렇게 무감각하게 지낼 수 있었는지 떠올리느라 힘든 시간을 보낸다. 반면 나의 불안 장애는 늘 나와 함께 있고, 끔찍한 종합 선물 세트처럼 이런저런 ‘보너스’ 장애와 공포증을 동반한다.

나는 광장공포증(상황이 엉망이 되었을 때 탈출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느끼는 공포)을 비롯해 다수의 공포증을 앓고 있다. 사람을 두려워하는 민감한 사회 불안 장애(대인공포증이라고도 함)도 있다. 거미를 비이성적으로 두려워하는 거미공포증은 없다. 거미를 두려워하는 것은 완벽하게 합리적이므로 이것은 ‘장애’로 인정하지 않겠다. 또 거미-대인공포증도 있는데, 이는 거미로 뒤덮인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물론 내가 지어낸 장애이지만 여전히 타당한 걱정거리이다.

 

사람에 대한 공포는 내향적이고 사교를 어색해하는 대다수의 사람은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한 걸음 더 들어가 기이한 수치심으로 가득한 정도에 이른다. 이 장애는 이상한 방법으로 표출되지만, 나의 경우 심각할 때는 외부 세계와 상호작용을 전혀 할 수 없다. 심지어 집 안에 숨어 있는데도 누가 현관문 앞으로 다가오면 두려움에 빠진 심장박동 소리가 내 귀에 들릴 정도다.

다른 방에 있을 때는 대처하기가 좀 더 쉽지만, 어쩔 수 없이 집에 혼자 있고 현관에서 가까운 내 서재에 앉아 있을 때 현관 벨이 울리는 경우가 있다. 보통은 창문에 블라인드가 쳐져 있지만, 내가 피하는 세상을 고양이들이 볼 수 있도록 항상 몇 센티미터는 위로 올라가 있다.
 

현관 앞에 있는 사람이 내 발을 보았을까? 나는 숨을 멈추고 얼어 붙은 채 문 앞의 사람이 어서 떠나기를 바란다. 어쩌면 내가 마네킹으로 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발을 의자에 천천히 올리고 무릎을 턱밑까지 끌어당긴다.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바깥에 있는 사람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그러면서 그 사람이 나를 알아봤는지, 내 움직임에 반응하는지 보려고 그의 발을 주목한다. 그 자리에 태아처럼 웅크리고 앉아 세계로부터 몸을 숨기며 어이없다고 생각한다. 고양이들이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나를 살펴보는 것이다. 녀석들이 가장 좋아하는 의자로 여기는 내 무릎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는 바깥의 사람이 기다리다가 벨을 한 번 더 누를 때이다. 벨을 한 번 누르는 사람은 볼일이 있어서 온 사람이고, 벨을 두 번 누르는 사람은 미친 사람이다. 진짜 사이코패스는 계속 기다리면서 심지어 가끔 우리 집 전화로 전화까지 건다. 나는 여전히 마비 상태로 앉아 ‘이 전화는 집 밖에서 걸려오는 거야’라고 생각한다. 나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결국 그 사람이 떠나고 나는 혼자 남아 누구였을까 생각한다. 이 때가 암흑시대다. 그 사람은 어쩌면 연쇄 살인마였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지역 교회의 교인이었거나. 혹은 청구서 납부가 늦었다고 말하러 온 사람일지도 모른다. 마법의 마차를 타고 온 마술사일지도 모르고, 가스가 샌다고 경고하러 온 설비 기술자일지도 모른다. 혹은 그냥 내가 누구인지 궁금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해 할 수 없는 이유로 낯선 타인에게서 몸을 숨기려고 자기 발이 보이지 않게 위로 들어 올리던 그 여자는 누구일까? 누가 그런 일을 할까? 솔직히 가끔은 나조차도 궁금하다.

 

 

사람들에게 나의 불안 장애에 대해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것을 나는 무서워하지 않는다. 나는 뱀이나 어릿광대 또는 바늘이 무섭지 않다. 시체 보관소에 앉아 있을 수도 있고, 죽은 사람 옆에서 지낼 수도 있다. 어질어질하게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도 있고, 폐허가 된 정신병원에서 유령 사냥을 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공개적으로 연설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나는 무대 위에 서도 괜찮고 1,000명 앞에서도 편안하게 말할 수 있다. 무대 위 에 서 있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다. 무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백만 가지의 잠재적 문제가 두려운 것이다.
 

머릿속이 하얘지면 어떡하지? 누가 나를 알아보면 어떡하지? 아무도 못 알아보면 어떡하지? 끝날 시간까지 어디에 숨지? 사람들이 나를 발견하면 어떡하지? 깜짝 놀라 겁에 질린 짐승의 눈을 한, 지루하고 이상한 진짜 나를?
 

그러다가 이제 꼼짝없이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때가 되면 단 몇 분 동안 공포가 눈 녹듯이 사라진다.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어떤 결정을 내릴 필요도 없고, 내 얼굴이 지금 어떤지 궁금해할 필요도 없 기 때문이다. 그저 숨을 쉬며 앞으로 나가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다는 걸 알기에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수 있다.
 

비행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고 나 역시 그렇지만, 흔히 생각하는 방식은 아니다. 나는 집에서 공항까지 가는 동안 한 걸음씩 뗄 때마다 비행기에 갇히면 어쩌나, 정신을 잃으면 어쩌나, 마비되면 어쩌나 두려워한다. 유일하게 공포가 누그러지는 때는 좌석에 앉은 다음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이다.
그러면 비로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고 실수할 것도 없어지므로 보통 비행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이 바짝 긴장해 팔걸이를 꽉 움켜쥐는 그 몇 분 동안 나는 오히려 느긋해진다. 나는 딱한 얼굴로 그들을 보며 그들의 공포가 얼마나 불합리한지 설명해주고 싶어진다. 그들에게 괜찮을 것이고, 괜찮지 않더라도 비행은 곧 끝날 것이며,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말해주고싶다. 나는 그렇게 말해볼까 생각하다가 그러면 그들이 계속 말을 걸어올까 봐 걱정한다.
나는 비행기가 착륙하기 전 시간을 곧 도착할 공항의 터미널 지도를 살펴보고 외우며 조용히 보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이번 여행의 모든 일정이 괜찮은지 메모를 세 번씩 확인하고 앞으로 도착할 미지의 장소에 대해, 또 길을 잃을 수 있는 각양각색의 장소에 대해 걱정하며 보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가 없다.
정상적으로 비행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명백히 안도하며 비행기를 떠나지만, 나는 그들의 불합리한 공포는 정상인이 이해할 수 있는 공포이며, 비행기를 떠나는 순간 곧바로 끝나는 공포라는 두 가지 사실을 모두 질투한다. 이제 나의 두려움은 다시 조금씩 커지다가 내가 집에 도착해 마음을 놓는 순간까지 계속 이어질 테니까.

 

우리 몸은 그토록 오랫동안 그토록 많은 공포를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많이 하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아프다. 자가면역질환 때문이라고 설명하면 사람들은 이해하지만, 사실 나의 자가면역질환은 퍼즐의 여러 조각 중 하나일 뿐이다. 그 밖에 금 가기 쉬운 얇은 보호막을 두른 안전한 내 집을 떠난다는 공포도 한몫한다. 보호막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닳아버리고, 나는 마침내 벌거벗은 채로 노출되어 기진맥진해 손끝 하나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또 감정이 서로 싸움을 일으키기도 한다. 출판 기념 투어를 다니다 보면 경이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유머를 사랑하는 사람, 어둠을 사랑하는 사람, 나처럼 겁에 질린 눈빛으로 나를 빤히 보면서 몇 주 만에 처음으로 집을 나섰다고 속삭이는 사람. 그들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나처럼 두려움에 빠져 있지만 어쨌든 홀로 밖에 나와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친구가 되기도 하는 사람들.
 

내 블로그 게시판에서는 매주 일어나는 일이지만, 실생활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면 훨씬 더 사랑스럽다.

 

처음 출판 기념 투어를 다닐 때는 얼마나 진이 빠지고 겁에 질리는지 미처 몰랐다. 한번은 투어를 시작한 지 일주일 반이 지나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완전한 붕괴는 집에 도착한 다음 찾아왔고, 몇 주 동안 꼼짝도 하지 못했다).

 

자극이 지나쳤고 공포가 컸으며, 마음을 달래줄 일상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정말로 심각해졌을때 빅터가 헤일리와 함께 당일 비행기를 타고 내가 있는 곳까지 와주었고, 우리는 호텔 방에 숨은 채 서로 바짝 붙어앉아 TV를보았다. 그게 내가 정확히 원하던 일이었다. 너무 두려워 예약할 수도 없던 마사지나 갈 수 없던 파티나 거절한 휴가보다 더 좋았다. 이렇게 말하려니 오해를 살까 봐 두렵다.

나는 그 특별한 부류의 사람들이 내가 쓴 글을 이해하고 즐기는 게 매우 기쁘며, 그들을 만난 것을 엄청난 행운으로 여긴다. 나는 사인을 하러 들어가 만석이 된 서점을 발견하고 수백 명의 낯선 사회 부적응자가 붉은 무도회 드레스를 입고 금속 닭을 든 채 활짝 웃으며 줄 선 광경에 서점 직원들이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지하의 독자들이 내 책을 지지해주고, 다른 이들도 내 책이나 블로그를 발견하고, 우리의 이상한 공동체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게 관심을 끌어준 덕분에 이토록 이상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