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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2007.03.13조회:3181

젊은 날의 흑백 사진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당신에게 보내는 선물
모든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서울 회억, 1961~1984
김승웅 지음 / 신국판 변형 / 284쪽 / 값 9,500원

우리에게 잊힌 것들, 우리가 사랑했던 시간들을 향한 연가!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비범했던 그 시절, 우리는 무엇을 생각했고 무엇을 느끼며 살았나?

사람은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좋은 포도주처럼 익는 것이다. -필립스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용광로처럼 뜨거웠던 시간 1961~1984, 어느 저널리스트의 서울 탐험!
그간 우리 사회는 1960년대 이후 사회적, 정치적 사건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와 논의, 복원을 추진, 진행해 왔다. 많은 사람들이 진실에 다가가려고 노력했고 그간 숨겨진 진실들이 하나씩 떠들썩하게 세상 밖으로 뛰쳐나왔다. 하지만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살았던 그 시대의 문화와 개인은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저 아버지들이 살아온 시대는 정치적으로 어둡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다고 기억한다. 또 지금 보면 너무나 촌스럽기만 한 유행과 문화는 구닥다리 그 자체일 뿐이라고 치부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간 우리의 고정 관념과 무관심을 거두기에 충분하다.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비범했던 시절 저자가 겪은 우리 부모 세대의 추억과 낭만, 그리고 당대 젊은이로서 사회와 삶에 대한 고뇌를 가감 없이 진솔하게 털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는 이러한 우리의 과거를 꺼내든다. 부제(서울 회억, 1961~1984)에서 느낄 수 있듯이 저자가 보낸 서울의 시간과 공간, 사람 사이를 내달리며 사라진 것들을 복원하고 기억한다. 1961년 대학에 입학한 시점에서부터 7, 80년대 숨 가쁘게 현장을 뛰어다녔던 기자생활까지의 이야기들이 거침없는 필체로 펼쳐진다. 그간 유명 작가들이 발표했던 시대 회상 수필들이 유년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품, 단어에 집중해 감성적 울림을 자극했다면, <모든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는 어른 티를 막 벗은 대학생활의 설렘과 친구들과 벌인 일탈, 당대의 고민들을 고스란히 녹여내며 ‘맞아, 그땐 그랬지’ 하는 동년배의 공감을 자아낸다. 개인 회고록을 뛰어넘어 사라진 것들을 복원하고 기억하며 흘러간 시간 속에 숨겨준 자신의 젊은 날을 다시 꺼내볼 것을 독려한다. 자신이 누구를 사랑했고, 무엇을 고민했으며,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떠올리다보면 어느새 이 책의 주인공은 저자가 아닌 우리 자신이 된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저자가 원고를 작성하면서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글을 이메일로 돌리며 당대를 함께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각 꼭지 마지막에 있는 <글 속의 글>는 이러한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원고가 하나 둘씩 더해갈 때마다 글에 대한 지인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자신들이 살아온 혈기왕성했던 60, 70년대 이야기에 대한 따뜻한 공감의 메시지와 추억들을 보내왔다. 인터넷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우리 아버지 세대들의 ‘화려한 복귀’인 셈이다. 또한 그 시대를 잘 알지 못하는 어린 세대에게는 그 시대를 느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고 이들이 겪어보지 못한 아버지 세대의 추억과 낭만을 호기심 어린 모습으로 지켜보았다. 이렇게 그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글 속의 글>은 가벼운 댓글이 아닌 한 자 한 자 정성과 고민이 깃들어 작은 울림을 만들어 내는 글로 인터넷 소통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성과 감성이 뒤엉켜버린 그때, 가장 정치적인 시대에 가장 인간적으로 살았던 그때!
저자 김승웅은 1969년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하여 동 파리특파원, 시사저널 편집국장, 문화일보 주미특파원 등을 지낸 대기자로 평균과 상식, 정상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반역의 삶을 살아왔다. 이러한 그가 쓴 <모든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에는 시대의 추억과 낭만이 살아있다. 가벼운 주머니 탈탈 털어 친구들과 함께 막걸리 잔을 기울였던 주점(43쪽), 밤새 사랑과 인생에 관한 개똥철학을 늘어놓았던 친구들과의 시간(34쪽)은 대학생활을 촉촉하게 적셔 주었다. ‘젊음’이라는 단어 하나에 뭐든 당당했고 자신 있어 했던 것은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20대의 특권이다.
1960년대라는 시간은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부족하고 정치적으로 답답했던 시절로 기억된다. 하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과 청춘의 낭만은 살아 숨 쉬었고 소박한 대학 교정은 젊은이의 꿈을 키워가기에 딱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수줍은 첫 데이트 장소였던 학교 앞 다방의 쓴 커피 맛과 세찬 뺨 한 대로 이별의 강을 건넜던 첫사랑에 대한 기억(53쪽)은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우리 모두의 추억이 된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던 새해 아침의 작은 떨림, 사회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민 신문사 편집국의 풍경(72쪽)은 새내기 기자에게 뜨거운 열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암울했던 시절, 누구의 압력이나 간섭에 굴하지 않고 펜을 달리던 선배 기자들의 모습은 가슴을 뛰게 했고, 특종을 향해 야수처럼 날카롭게 달려드는 집요함을 길러주었다. 매일 특종과 낙종의 경계선을 달리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시간들(112쪽), 작은 방심 하나로 중요한 기사를 허공에 날려버린 취재 현장(115쪽), 기자 처우 개선을 위해 당당하게 사주와 맞대면했던 장면(122쪽)은 한 꺼풀 씩 허물을 벗는 초년생의 시간을 대변한다.
하지만 기사 한 줄 때문에 강철 군화의 폭력과 억압 앞에서 수없이 무릎 꿇어야 했던 시간들은 그에게 가장 고통스러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첫 중공인 한국 상륙’이라는 특종을 냈지만 군사 정권 하에서 특종이 아닌 특종을 놓고 집착한 자신의 모습과 특종이라는 미명하에 공공연히 자행됐던 취재 관행의 천박함은 두고두고 용서할 수 없는 회한으로 남는다고 고백한다.(159쪽)
정부 부처 출입기자로 활동하면서 만났던 사람들과 10.26 취재 현장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의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빈민 운동가이자 정치가였던 제정구 의원에 대한 회상(210쪽), 영어가 아름다웠던 한승주 전 외무장관과의 만남(247쪽)은 기자로서의 감상을 뛰어넘는 애정과 그리움이 묻어난다. 10. 26 사건 직후부터 숨 가쁘게 펼쳐진 밀착 취재(‘충격의 10월 26일과 27일’)는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가 <모든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에서 짓는 각양각색의 표정들은 우리의 지나간 모습이며 기억 속의 한 장면이기도 하다. 젊은 날을 반짝이게 했던 모든 것들은 사라지고 변신을 거듭했지만 낡은 흑백 사진 한 장, 일기 한 줄에서 추억으로 남은 시간들은 다시 살아나 지금 우리 앞에 서 있다. 그리고 시간은 또 다시 흘러간다.

저자 소개
김승웅
충남 금산에서 태어나 전주북중학교와 서울 마포의 숭문고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문리대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1969년 한국일보 기자 생활을 시작으로 한국일보 파리 특파원, 시사저널 편집국장, 문화일보 주미특파원 등 30년의 언론생활을 하는 동안, 미 마칼레스터 대학(미국학), 일 동경대학 대학원(사회 심리학), 미 조지타운대 대학원(대통령학) 등지에서 유학했다. 언론 생활을 마친 후 국회 공보국장(대변인), 우석대학교 객원교수를 거쳐, 재외동포재단 사업이사로 3년 간 봉직하다 지난 연말 은퇴, \'저널리즘 문학\'의 지평을 열고자 새로운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이 책에 대한 자료나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하시면 김영사 편집부 김수연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김수연 02)3668-3239 hopefind@gimmyo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