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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박진영 에세이

2000.07.31조회: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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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박진영 지음/신국판 올컬러/224쪽/값 9,900원


가수 박진영이 5년간 직접 써 온 육필 원고 공개!
1995년 연세대 재학중에 댄스가수로 데뷔한 이래 작곡·편곡가로, 음반 프로듀서로, 정치학과 대학원생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 온 가수 박진영이 데뷔 후 5년만에 첫 에세이집 <미안해>를 김영사에서 냈다.
지난 5년 동안 가수 활동을 하면서 틈틈이 써 온 글을 차곡차곡 모아 두었다가 한 권의 책으로 결실을 보게 된 이 책 <미안해>는 박진영이 그동안 음악을 통해서는 다 말할 수 없었던 자신의 인생관과 음악관, 사랑과 결혼이야기, 그리고 우리 사회를 보면서 나름대로 갖게 된 사회관을 담고 있다.
박진영은 평소에도 명쾌한 말솜씨로 자신의 생각들을 분명하게 이야기하여 방송가에서는 이야기꾼으로 소문이 나 있다. 분명한 주관과 톡톡 튀는 사고방식으로 X세대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박진영은 이 책을 통해 29년 동안 세상을 살아오면서 갖게 된 삶의 기준과 가치관들, 연예인으로서의 생활, 결혼과 입대라는 인생항로의 중대한 변화를 통해 얻게 된 새로운 생각들, 사회의 한 구성원이자 시사평론가를 꿈꾸는 정치학도로서 해부하고 통찰한 우리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특유의 달변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가수 박진영이 직접 쓴 책이라는 것뿐 아니라,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어느덧 30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앞으로 21세기 사회의 주축이 될 X세대의 생각들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음악에 대한 꿈과 열정부터 고정관념을 깨는 박진영식 사랑법과 결혼 이야기까지, 무대에서는 공개하지 않았던 가슴속 깊은 이야기.
박진영은 딴따라를 자처하는 가수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연예인을 비하하는 말로 딴따라라는 용어를 사용해왔지만, 그는 딴따라야말로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라고 몇몇 소수에게 신이 특별히 내려준 선천적인 재주꾼이라 해석한다. 그러므로 딴따라는 직업에 관계없이 춤추고 노래하는 걸 워낙 좋아해서 그걸 하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해 하고, 그리고 그걸 보고 있는 사람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가수지만 딴따라가 아닐 수도 있고, 대학교수이면서도 딴따라일 수 있다.
그는 대중에게 맞추는 음악을 하는가, 대중보다 앞선 음악을 하는가? 대중성과 음악성의 양자택일 문제를 물을 때 그는 대중에게 맞추는 음악도 대중보다 앞선 음악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가 추구하는 음악은 대중보다 앞서 있되 그 차이가 너무나 작아 대중들이 잘 느낄 수 없는 음악, 대중들이 들었을 때는 그냥 신나는 음악이지만 전문음악인이 들었을 때는 앞선 음악을 만들고 싶어한다. 아무리 좋은 약도 너무 써서 아무도 먹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듯이 아무리 좋은 음악도 너무 어려워서 대중들이 듣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는 게 대중가수로서의 그의 음악적 소견이다. 음악은 어디까지나 音樂이지 音學은 아니기 때문이다.
'왜 사회성이 있는 가사를 쓰지 않는가.' 그는 인터뷰를 할 때마다 이런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그가 메시지 없는 가수가 된 건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음악에 그런 내용을 담는 게 무척 조심스러워서이다. 어느 프로그램에서 제도에 얽매이기보다 영혼의 자유를 추구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얘기를 듣고 이혼할 용기를 얻었노라는 한 여성 팬의 편지를 받고 그는 공인으로서의 자신의 영향력에 새삼 놀랐다. 이후부터 그는 자기 말에 진짜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그리고 단순히 문제제기의 차원을 넘어 해결책까지 제시할 수 있을 때 사회비판을 하리라 결심했다. 그가 정치학과 대학원에 진학한 것도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과 지혜를 길러 연예인으로서 얻은 자신의 영향력을 보람있게 쓸 수 있기 위해서다.
박진영은 페미니스트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얼마 전 여성단체인 21세기 여성포럼에서 선정한 '만나고싶은 남자 99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 도대체 그는 어떤 여성관을 가졌기에 대표적인 여성 친화적 인물로 꼽히는가? 그는 여성 독립주의자다. 즉 남편이나 남자친구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설 수 있는 여성, 진정한 파트너로서 존재할 수 있는 여성이 될 것을 강조한다. 남자가 빨간 드레스가 맘에 안 든다고 바꿔 입으라고 한다면 '난 이 옷이 좋아'라고 말 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우리 사회는 각각 50명의 남녀가 결혼을 하면 100명이 되는 게 아니라 50명만 남는가. 여자들이 결혼과 동시에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만 살면서 남자의 대인관계만 공유할 뿐 자신의 독립적인 영역은 포기해 사회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데뷔 후 인기가 한창 상한가를 달리고 있을 때 여자친구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발표하여 화제를 일으킨 적이 있다. 우리나라 남자가수들의 팬이 대부분 여학생임을 감안한다면 이는 분명 모험이었다. 사실 당시 여자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도 곤혹스러웠다고 한다. 애인이 있다고 말하자니 부와 인기를 모두 잃을까 두려웠고, 없다고 하자니 여자친구에게 할 짓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어느 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더 중요한지 고민한 끝에 결국 그는 여자친구가 있다고 고백했다.

"반응은 무서울 정도였다. 그 즉시 우리집 앞에서 밤을 새우던 수많은 여학생들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팬레터 역시 반 이하로 줄었으며, 음반판매도 현저히 떨어졌다. 매니저는 나에게 제 정신이냐며 소리를 질렀고, 나 역시 후회할 결정을 내린 건 아닌지 두려웠다. 그러나 그 다음날 여자친구와 당당히 손을 잡고 길거리를 누비면서 나는 내 선택이 옳았음을 알 수 있었다."

바로 그 여자친구와 그는 올해 결혼을 했다. 그러나 아직도 그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부인을 부인이라 부르지 않고 여자친구라 부른다. 부인이란 말 속엔 그가 싫어하는 많은 것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밥을 해주는 여인, 나만 보고 사는 여인, 청소 빨래 육아를 책임지는 여인, 다른 남자는 만나지 않는 여인, 나에게 있어서 당연한 여인... 그에 비해 여자친구란 말엔 그가 좋아하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나 말고도 다른 것에 관심이 많은 여인, 내 말이 하나의 의견일 뿐인 여인, 옷과 머리를 자기 개성대로 마음껏 표출하는 여인, 친구들과 놀다 신이 나면 집에 늦게 들어가는 여인, 언제 놓칠지 몰라 내 곁에 있는 게 소중한 여인... 그에게 있어 부인이란 로맨스를 곁들인 룸메이트 사이다. 그래서 결혼생활에서도 자신의 남녀평등의 가치관을 철저하게 실현시킨다.

"저는 동물원 원장입니다. 당신은 희귀종 동물이고요./ 저는 동물원에 들어오기 전 당신이 살던 환경을 그대로 재연해 주어야 합니다. 당신이 변하지 않게 말이죠./당신이 게으른 동물이라면 계속 게으를 수 있게./당신이 뚱뚱한 동물이라면 계속 뚱뚱할 수 있게./당신이 동물원에 들어와서 변해 버린다면 당신을 데려온 의미가 없으니까요./당신도 동물원 원장이 되어 주십시오. 그리고 날 희귀종 동물로 생각해 주십시오..." (42쪽 '결혼하는 마음' 중에서)

이렇듯 남다른 결혼관을 가진 그이지만, 사랑에 대한 그의 태도는 아주 진지하고 정직하다. 그는 '살아서 거짓말을 했던 사이는 죽어서 함께 있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진실주의자이고, '사랑한다면 그녀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나도 마른오징어를 먹는'(84쪽) 노력주의자이며, 진실한 사랑에는 희생이 뒤따르기 마련이라는 희생주의자다.
상대방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을 땐 차라리 명쾌하게 절망을 주어 상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해야지 어설프게 친구로 지내자느니 해서 상대에게 미련과 집착을 남기는 것은 희망을 빌미로 한 '희망고문'(75쪽)이라고 한 것은 그의 정직한 이성관을 나타낸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당당하게 딴따라를 자처하는 박진영의 음악관, 개성과 주관이 뚜렷한 그의 사랑관을 만날 수 있다. 또한 팬들의 궁금증을 불러모았던 그의 결혼생활도 이 책에 처음으로 공개되어 있다.


삶과 사회에 대한 통찰을 독특한 유머와 위트로 담아낸 박진영식 시사만평
박진영은 올해에 연세대학교 정치학과 대학원에 입학했다. 처음엔 댄스가수로, 그 다음엔 가수 겸 작·편곡가로, 그리고 음반 프로듀서로 끊임없이 변신과 차별화를 추구해온 그는 대중 시사평론가로서의 새 길을 모색하고 있다. 낮에는 자신의 음악을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복잡한 시사문제들을 해설해 주고, 밤에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현재 그가 설정한 목표다.
이 책에는 정치학도로서의 그의 관심사를 반영하듯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와 현상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통찰이 들어있다. 그러나 주제를 너무 심각하거나 어렵게 다룬 것은 아니고 그 특유의 톡톡 튀는 발상과 유머, 위트를 담아 새롭게 접근하고 있다.
그는 세상에는 양심적인 사람과 비양심적인 사람, 그리고 때에 따라 양심을 지키기도 하고 버리기도 하는 어설픈 양심을 가진 사람이 있는데, 어설픈 양심을 가진 자들을 움직이는 것이 바로 '정치'라고 정의한다.(165쪽)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파 하는 이유는 바로 작은 밥그릇을 놓고 많은 사람 사람들이 달려들어 싸워야 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환경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글 말미에 '미국은 좋겠다!'고 엉뚱하게 마무리를 한 역설적 유머도 있고(167쪽), 처녀·총각의 만남과 결혼의 과정을 메이저리그로 표현하고 유부남과 술집 접대부들의 만남을 마이너리그로 표현하면서 우리나라 남성들의 왜곡된 성 관행과 접대비즈니스 문화를 꼬집은 대목도 있다.(171쪽)
수재의연금, 실업자구제 성금, 불우이웃돕기 성금, IMF 직후의 금모으기 운동부터 전화 한 통화로 간편하게 해결하는 방송국의 전화성금까지,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도록 다양하게 성금을 많이 내는 성금의 나라 대한민국이 왜 죽어라고 세금은 안 내는가를 자문하며 그 원인을 우리 정부의 불투명한 행정구조에서 찾고 있다.(202쪽)
까라면 깐다, 줄을 잘 서야 한다, 똑똑한 사람보다 짬밥 오래된 사람들이 설친다, 실제와 홍보용이 따로 있다, 일하는 척하는 놈들이 많다... 박진영이 진단한 군대와 한국 정치의 공통점이다.(185쪽) 그는 또한 순결문제, 종교문제, 여성문제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혀놓았으며, 우리나라 10대들에게 주는 충고도 있다.

"나는 자기 애인을 두고 바람 피우는 사람이 제일 싫다./나는 거짓말하는 사람이 제일 싫다./나는 노견주행하는 사람이 제일 싫다./왜냐구?/내가 너무 하고 싶기 때문이다."

함축과 역설, 개성적인 위트가 번득이는 박진영식 사고법과 이야기방식을 만나는 것은 이 책을 읽는 큰 즐거움 중의 하나다. 평소 TV 인터뷰나 이야기프로그램에 나와서 보여주었던 그의 명쾌한 말솜씨가, 과연 거저 나온 것은 아니었고 다 이런 개성적인 가치관과 사물에 대한 다양한 관심들에서 나온 것이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한다.


기존의 고백적 에세이 형식을 탈피,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기다리는 새로운 글쓰기
우리가 이제까지 만난 인물에세이, 특히 유명연예인들의 글은 대개 라이프스토리를 위주로 한 드라마식 고백형태였다. 그러나 박진영은 이 책을 통해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말을 걸고 그의 의견과 주장에 대한 반응을 유도하고 있다. 일방적 드라마보다는 쌍방적 대화형태인 토크쇼를 연상케 한다.
그는 토론을 즐긴다. 자기의 의견에 대해 반박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반갑고 즐겁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사고를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고, 때로는 완전히 박살이 나더라도 다시 쌓아가면 결국 그것이 그의 재산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을 성벽처럼 옹호하거나 집착하지 않고, 언제나 변화와 성숙의 기회를 열어두고 있는 것, 우리는 여기에서 또 한번 성숙한 X세대의 표상과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솔직하게 털어놓고 분명하게 생각을 담은 책, 그러나 결코 결론이 아닌 책,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얻은 모든 꿈과 열정과 사랑과 고백을 담은 이 책 <미안해>를 통해 , 박진영은 독자와의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고 있다.


*미공개 라이브 콘서트 CD 특별 수록!
<미안해>에는 박진영이 1998년 5월 30일에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가졌던 콘서트 실황을 담은 VCD가 팬들에게 주는 선물로 함께 들어 있다. 지금까지 비디오로 출시하자는 제의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자기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고 특별하게 생각했던 콘서트인만큼 그 동안 써 온 글을 책으로 묶어 출간하게 될 때 팬들에게 특별선물로 증정해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고 한다.